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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다녀와서...

2주간의 한국 일정을 소화하고 다시 대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반년에 한번씩 주어지는 2주의 시간은 늘 예상치 못했던 느낌들을 얻고 돌아오는 기회가 된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그러했다. 그런 느낌들은 늘 대만이라는 일상에 돌아오고 나서야 조금씩 본색을 드러낸다.

 

늘 그랬듯이 버리고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렇지만 너무 많이 버리면 새로운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바탕과 기력도 남지 않기 때문에 얼만큼 버리고 비울 것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물론 현실 속에서는 이것이 '현실론'내지 '타협론'으로 비판 받을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결국 내 삶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내가 결정하고 책임질 일이다.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버리고 비우는데는 나름 기준이 있다. 잘라내 버리기 고통스럽기도 하고, 정감상 아쉽지도 하지만, 그 기준이 있어 고통도 감내가 되고 어느 정도 잘라낼 지도 가늠이 된다. 그런데 버리고 비우는 것은 단순한 단절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나의 과거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고, 비판적 타자성을 내부에 새로운 것과 함께 누적시킬 것이다. 게다가 그 과정을 통해서 나는 조금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내가 된다. 물론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인간일지라도...

 

이번 한국 경험을 통해 나는 어쩌면 지난 시간 동안 버리고 비우며, 새롭게 채우는 과정의 성과를 일정하게 확인하면서 얻게 된 자신감으로부터 좀더 과감히 비울 것을 스스로에게 요구하게 된것 같다. 그러나 마음 속으로는 '인정된 성과'라는 것이 주는 양면성과 그로부터의 긴장감을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 나의 기준으로 돌아가 되돌아 본다. '인정'에 감사하면서도, 그것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게 주체적 객관적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다녀오니 하반기 해야할 일,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들이 정리가 되는 듯 하다.

 

우선 지난 해 전리군 선생 방한 집담회를 정리하고, 나의 논문 한국어판과 새로운 번역 원고를 추가한 <전리군과 만나다>(가제)의 원고를 마무리해야 한다. 전리군 선생이 본래의 녹취록에 다시 원래의 분량만큼을 추가해서 원고를 보내와서 전체적으로 다시 번역하는 중이다. 9월까지 나오기는 쉽지 않을 듯 한데, 암튼 초고는 이달 말까지 넘길 예정이다.

 

백승욱 선생님의 <중국 문화대혁명과 정치의 아포리아>의 중국어 번체판은 최종 원고 심사 중이고, 저자의 검토를 반영하고 있다. 전리군 선생의 훌륭한 서문이 추가되어 출판될 중문판이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기대되기도 한다. 전리군 선생의 서문은 <황해문화> 내년 봄호에 번역해서 싣기로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작업은 자격고사 준비이다. 우선 이론 과목의 초안을 조만간 제출하고 늦어도 10월 이전에 시험을 치러야 한다. 세부주제 과목 역시 올해 안에 마쳐야 한다.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은데, 마침 진신행 선생이 외국 일정을 한달 반 정도 잡으면서 대신 집을 봐주기로 해서 산 속 별장 같은 곳에 머물며 작업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다행이다.

 

왕묵림 선생의 <안티고네> 작품의 대본 번역을 일전에 마쳤고, 지금 리허설 중이다. 조만간 대본 번역을 확정 짓기 위해 리허설 현장에 한번 갈 예정이다. 그 밖에 종교 선생의 연극도 11월에 예정되어 있어 극본 번역을 맡게 되었는데, 9월 중에 단숨에 해치워야 할 것이다.

 

조정로 선생의 <민주 수업>의 번역 역시 출판사와 초보적 논의를 하고 왔다. 10월에 조정로 선생이 대만 방문 예정이니, 그때 만나서 계약 문제 등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번역은 앞의 일들이 대강 정리되고, 내년 초 박사 논문 계획서가 제출된 후에야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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