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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원리적으로 밖에 설정되지 않지만 제3세계적 권역간/대륙간 상호참조를 기반으로 한 탈식민주의적 세계변혁의 사상에서 박현채 사상과 진영진 사상을 권역내/상호참조적으로 조망할 경우 다음과 같은 초보적 정리를 얻게 된다.
식민지 하 민족해방의 주체성을 분유하고 있는 남한의 박현채는 식민의 연속으로 신식민을 인식하면서 문제해결의 주체적 면모를 드러낸다. 이는 신식민 남한의 개별적 특수성에 대한 해명으로 전개된다. 이 때문에는 박현채는 '제3세계'라는 참조점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체성이 신식민적 전환 속에서 소통불가능하게 되면서, 단절의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신식민성의 핵심은 가상적 국가화와 가상적 현대 지식주체 및 지식-대중관계의 형성에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모순이 폭발한 1980년대에 '사상적 단절'에 대한 고민이 심화되면서, 징후적으로 '문학'에 대한 사유로 나아갔다. 이는 소통 언어의 '빈곤'이라는 사유였다. 즉, 주체성의 확신에서 출발했던 박현채는 사상의 단절을 마주하면서 언어의 빈곤으로 사유를 심화해 나갔다. 그리고 가상적 국가화를 문제화하는 '분단-신식민'의 사유를 심화했다. 그러나 언어의 빈곤은 기본적으로 상호참조적 관계망을 통해서 역사 및 현실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서 극복 가능한 만큼 박현채의 문학비판은 단초로서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이러한 단초를 계승하여 문제의식을 심화/확장할 때, 박현채의 사상에서 추상적으로 남아 있는 다원주의적 세계변혁의 전망을 주체적 실천 속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할양으로 식민화된 대만은 중국 대륙과의 관계에서 주어지는 '비주체성'이 국민당이 접수한 반식민지 시기에 일정하게 극복되었지만, 다시 분단-신식민으로 전환되면서, 비주체성이 다시 부활한다. 진영진은 신식민하 대만의 개별적 특수성을 역사/전통의 문제의식에서 식민성의 지속과 식민주의(현대주의)적 왜곡의 심화로 제기하였고, 중국 대륙과의 관계에서 주어지는 '비주체성'과 신식민적 대만의 개별적 특수성에 대한 천착에서 주어지는 주체성이 공존하는 시기를 거쳐, '비주체성'의 측면을 상수(원칙론)로 전제하면서, 사상적으로 신식민적 대만의 개별적 특수성 인식의 심화를 위한 노력을 전개한다. 대만의 개별적 특수성의 핵심은 분단-할양의 맥락에서 연속된 '비국가성'이며, 이는 대만의 가상적 '국가화'를 근원에서 제약했고, 이러한 '비국가성'은 상대적으로 관계성에 근거하여 역사적 변동을 더욱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는 조건이 된다. 이 맥락에서 진영진은 '사상의 빈곤'을 제기하며, '정치경제학'에 천착하고, 종속이론 및 남한의 사회구성체론(민족경제론) 등 제3세계의 사상을 적극적 참조점으로 삼는다. 진영진은 중국 대륙과의 관계에서의 전략적 비주체성과 신식민 대만에서의 실천적 주체성의 입장을 취했는데, 상호참조적 사상형성에서 실천 양식의 역사적 단절을 인식했을까? 진영진에게는 아마도 권역간, 대륙간의 문제의식이 부재했을 수도 있다. 이는 모종의 단절에서 온 것이거나, 아니면 새롭게 인식해야 할 사상과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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