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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2

프레시안에 연재되고 있는 '동아시아를 묻다'를 읽으며 지식인 중심주의와 국가 중심주의가 공통으로 민중 개념을 결여하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구도는 전적으로 주관적인 판단이다. 내가 보기에 전자는 공허하고 후자는 위험하다. 나는 지난 몇 년간 두 편향 사이에 이론적 친화성이 강하게 존재함을 여러번 보았던 것 같다. 그 동맹은 민중을 배제함에 의해 가능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위험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공허한 것'은 비판의 대상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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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31

어느덧 한 해가 저무는 달의 마지막 하루도 저물어간다. 차분히 정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하지는 못하지만 시끌벌적 소란스럽게 보내기 보다는 차라리 이렇게 집에서 조용히 한가롭게 보내는 게 좋은 것 같기도 하다.

 

번역 초고가 이번 달 중순에 출판사로 넘어가면서 얼추 올해의 기본적인 일은 끝난 셈이었다. 생각 보다 주변의 지인들이 번역예정인 책에 관심을 가져주어서 책임감을 더욱 느끼게 되지만 내 능력에 갑자기 변화가 오지는 않을테니 그 한계는 그대로 가져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앞으로 교정과정에서 적어도 명백한 오역이 없는 충실한 번역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한국에 들어와서 지인들과 번역, 나 자신의 연구 고민 또는 초보적인 입장들을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덕분에 혼자 생각할 때 결합에 있어 틈을 가졌던 몇 가지 테마들을 하나로 각자의 일정한 무게를 가지며 결합할 수 있는 구도가 구상되고 있다. 사실 박사논문 주제를 서너번 교체하고 보류해두는 과정 속에서 지도교수 선정의 문제가 많이 혼란스러워졌다. 가장 안전하고 편리한 방법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한 지도교수를 선정하고 지도교수의 이론적 프레임이나 스타일에 맞게 논문 주제와 방법 등을 정해 나가는 것이다. 아마 그동안 고민했던 논문 주제들이 요절한 것은 본래 내가 가진 타협할 수 없는 고유성을 지속해나가는 것과 현실적 불안함에 의해 선택된 안전과 편리 사이의 부조응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인다. 결국 전자를 견지하는 선에서 후자를 포섭해야 할 것인데, 전자를 견지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아직 취약했기 때문에 후자를 포섭하지 못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모호한 결합 속에서 폐기가 예정되었던 것이었다고 보인다. 그런데 지금은 그것이 가능해진 것 같다. 고민은 일정한 시간의 무게, 즉 뜸을 들이고 숙성을 거쳐야 정리되는 듯 하다.

 

논문을 풀어가기 위한 핵심적 소재를 2000년대 이후의 중국 사회/문화/정치적 현상에서 찾아내었다. 1949년 이후의 당대 중국 역사의 복잡성과 인식론적 맹목을 드러냄과 동시에 이를 한국적 맥락과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론적 시좌도 구상해 놓았다. 이번 번역의 의미도 비슷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더 나아가 궁극적으로 모든 지역연구는 한국학 연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물론 한국학의 본질주의화를 경계해야겠지만, 마치 '민족적인 것'이 변혁적 역사과정 속에서 이념과 운동의 결합의 전제라는 의미에서 궁극적으로 모든 지역 연구는 변혁을 위한 개방적인 주체성에 대한 연구이다.

 

2012년에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 목소리를 담아 논문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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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어느덧 12월이 되었다. 무언가 아쉬워서 아쉬운 얘기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결국은 '불확실성'을 얘기하고 싶은 것일테다.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이나 적은 보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미 삶은 거의 중턱에 와있는데 확실하지도 않은 것을 붙잡고 이 오랜 시간을 많은 것들과 단절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것이 후회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마음 속의 고향은 여전히 그대로인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말걸기가 조금씩 어색하고 두려워진다. 특히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 지인들과 더욱 그렇다. 그만큼 내가 그들의 맥락에서 멀어져있고, 나 스스로 그 맥락을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연말을 정말 오랫만에 한국에서 보내게 되었다. 2007년 이후 처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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