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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발자전거를 만나다

지난 토요일, 여의도에서 만났던 한 사람과 그의 자전거에 관한 얘기.

 

자전거 교실에서 자전거 타는 법에 대한 얘기가 한창이었다.

언젠가부터 뒤에서 우리가 하는 얘기들을 열심히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정신지체 장애인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지난 겨울 인권활동가대회에서, 다음 번 대회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소풍가자는 제안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환영했지만, 솔직히 장애인들의 입장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지적이 나왔을 때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로 종종 탠덤자전거(2인승자전거)트레일러(자전거 뒤에 다는 수레), 손으로 움직이는 자전거 등의 대안을 생각해 보곤했는데, 다들 부족함이 있었다. 매번 다양한 자전거가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탄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타고 있는 저 자전거를 보자.

 

 

이 네발자전거는 그가 28만원을 주고 직접 맞춘 것이라고 했다.

뒷바퀴 양쪽에 다른 자전거의 앞바퀴 두 개를 떼어 용접해서 붙인 것이다.

사실 아이디어는 단순하고, 재료는 정말 철물점에 굴러다니는 것들이다.

용접기술은 잘 모르지만 별로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자전거는 굴러가고 그는 영등포에서 여의도까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왔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바퀴 옆의 저 둥그런 파이프는 자전거에서 내렸을 때 쓰는 지팡이를 꼽아둘 때 쓰는 것이다.

설계를 누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다.

 

물론, 무게가 엄청날 것이고, 기어는 좋은 것이 아니다.

거기다 그의 다리 힘을 생각한다면 아주 낮은 오르막도 힘겨울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도 도로일 것이다.

보지는 못했지만 시속 10km 이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 속도로 도로를 달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인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가 저 자전거를 만들고,  타는데 익숙해지고, 도로를 달려서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정말 지난한 투쟁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동권 쟁취 투쟁.

이 모든 어려움에도, 자전거를 타는 그가 존경스럽고 반갑기 그지 없었다.

 

사실 자전거 교실 때문에 더 오랜 시간 얘기할 수는 없었다.

민우회분들에게 사진기를 빌려서 사진을 찍고 이메일로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다른 분의 자전거타기를 도와드리느라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했다.

그는 한동안 웃으면서 우리를 따라다녔다.

그 역시 자전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듯 했다.

 

짧았지만 너무도 기분 좋았던 만남을 기념하는 마지막 한 컷.

 

 

(처음으로 제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군요. 흠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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