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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다. 감기라니.

어제 최저 온도 영하 10도라는 소리를 듣고는, 제대로 겨울라이딩을 하겠구나 하고 은근히 기뻐했다. 2년전 가을 자전거를 타고 첫 출근을 시도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찬바람이 불었다. 당시의 나는 무척 '상식'적인 편이었기 때문에, 겨울에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이제 막 정이 든 자전거를 한동안 세워둬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인터넷에서 한 장의 사진을 봤다. 그 때 그 사진은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분위기다. 눈 위에서 자전거를 타다니! 크게 반성했다. 그리고 무장을 했다. 무장이라고 해 봐야, 목장갑 두 개, 마스크 하나, 빵모자 하나가 전부다.(나는 비싼 건 나쁜 거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겨울에도 쭉 타고 있다. 결론은 탈 만 하다는 거다. 자전거는 오토바이가 아니다. 계속 운동을 하기 때문에 몸통은 추울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문제는 바람을 직접 맞는 말단 부분, 그러니까 얼굴, 손, 발이 문제다. 얼굴은 빵모자와 마스크, 손은 장갑(사실 목장갑보다는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게 더 좋다.) 발은 좀 두툼한 신발이면 대충 된다. 이 정도면 대략 영하 7~8도 까지는 괜찮다. 그 이상은... 사실 좀 마이 춥다. 차라리 언덕길이라도 나와서 땀나게 패달질 하게 되길 바라기도 한다. 혹시 모른다. 고어텍스와 윈드스토퍼라는 고가의 섬유기술로 무장하면 어떨지는. 겨울철 자전거 타기의 백미는 내 몸뚱아리가 여러 개의 부분을 나눠져 있고 그들은 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는 거다. 손 발은 동상이 걸릴 것 처럼 시려워 감각을 잃을 정도가 되어도 등에서는 땀이 흐르는 경험... 또 잠깐만 쉬면 몸통의 열기가 손으로 전해져 얼어붙었던 손이 금방 따뜻해지는 경험... 변태적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느낌이 꽤 재밌다. 하튼, 그런데... 어제... 올 겨울에는 영하 10도 아래의 온도에도 굴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탔는데... 사무실 도착해서 얼마 안있어서 콧물이 쪽. 억울하다. 자전거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오늘 감기가 다 낫지 않았지만... 다시 패달을 밟았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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