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하루에 무려 두 차례나 맞았다.
비가 잠시 그친 오전 9시 30분 경
잽싸게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후
밖에 나왔더니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우산을 펴고 걸었는데
순간 정말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적어도 내가 직접 우산을 들고 맞은 비 중엔 이번 여름 중 가장 강력했다.
그 10분 사이의 시간을 비껴가지 못해
온 몸이 젖은 채 하루를 보내다가, 어느 정도 몸이 마른 밤,
마찬가지로 집에 오려는데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집 근처 정류장에 내리니 또 쏟아지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목마다 작은 냇물이 생겼고
집 앞 언덕길에서는, 정말 비가 많이 올 때마다 나타난다는,
'토사를 동반한' 급류가 흘러 내렸다.
덕분에 하루 종일 겨우 말린 옷과 신발이 다 젖었는데
한동안 날씨가 좋지 않아 제대로 빨래를 못한 터라 옷도 마땅치 않고
더욱이 저 축축한 신발 때문에 오늘 외출길이 막막하다.
집이 홍수를 겪지 않는 한
쏟아지는 비를 즐기지 못할 까닭은 없다.
어릴 땐 비를, 좋아한 것까진 아니어도, 싫어하지 않았다.
돌이켜 보면 거처가 불안정하고 갈아입을 옷과 신발을 갖추지 못하면서
비를 싫어하게 된 것 같다.
허니 오늘 무엇보다 먼저 신발을 마련해야겠다.
아직 이번 여름 비는 며칠 더 남았다고 하니
비 안 새는 신발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머지 신발이 마를 때까지 갈아 신을 신발을.
비를 못 오게 할 방도가 없는 한
비올 때마다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비와 함께, 좀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나을 테니까.
Posted by 아포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