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멜랑콜리아>

그는 나를 달콤하게 그려놓았다

뜨거운 아스팔트에 떨어진 아이스크림

나는 녹기 시작하지만 아직

누구의 부드러운 혀끝에도 닿지 못했다

 

그는 늘 나 때문에 슬퍼한다

모래사막에 나를 그려놓고 나서

자신이 그린 것이 물고기였음을 기억한다

사막을 지나는 바람을 불러다

그는 나를 지워준다

 

그는 정말로 낙관주의자다

내가 바다로 갔다고 믿는다

 

----------------------

 

이 시를 보고, 알튀세르가 다시 취한 말브랑슈의 비에 관한 질문이 떠올랐다.

"왜 바다에 비가 내리는가?"

또는, <보헤미안>에서 리채는 "사막에는 물이 없고 바다에선 물 뿐이"라고 노래했다.

그런데 왜 사막에 비가 내리는가?

 

왜 아이스크림은 아스팔트에 떨어졌는가?

왜 물고기는 모래사막에 그려졌는가?

 

이유는 없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을 뿐이다.

그러니 멜랑콜리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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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09/06/26 16:02 2009/06/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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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잖아 비가 오면 바다 정도는 생긴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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