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김동길

며칠 전 김동길이 노무현 장례식에서 통곡한 DJ를 “진짜 웃기는 사람”이라면서

“공자도 제자 안회의 장례식에 갔지만 통곡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안연이 죽었을 때 ‘하늘이 나를 버렸다’고까지 말했고,

『논어』 곳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비교적 솔직하게 표현했던 공자가

안연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지 않았을 것 같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너무 자신 있게 얘기를 하길래

아마 『논어』에 ‘통곡’ 같은 표현이 직접 나오지 않았나 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엊그제 우연히 『논어』를 봤더니 <선진> 편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왔다.

“顔淵死, 子哭之慟. 從者曰, 子慟矣. 曰 有慟乎? 非夫人之爲慟, 而誰爲?”

(“안연이 죽자 공자께서 통곡하셨다. 공자를 따르던 한 제자가 말하기를, “선생님께선 너무 슬퍼하십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무 슬퍼한다고? 그 사람을 위해 슬퍼하지 않으면 누구를 위해 슬퍼하리요.”” (가지고 있는 번역본인데, 문체가 좀 기품이 없다. ㅋ))

 

나름 보수주의자라는 작자가 『논어』도 제대로 모르다니.

물론 헛갈렸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공자와 안연의 관계를 조금만 알아도 하기 어려운 실수라,

글쎄, 무식하다고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봐도 김동길은 ‘엑스맨’인 것 같다.

DJ와 노무현을 ‘공자’와 ‘안연’에 비교하는 것이

그들을 더할 나위 없이 높여주는 것이란 점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까?

(당장 노사모 게시판에, '김대중의 통곡에서 공자의 통곡을 보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런 정신 나간 놈들 때문에

DJ와 노무현 같은, 사실 충분히 나빴고, 그래서 다 죽은 줄 알았던 자들

(세상에 언젯적 DJ고, 언젯적 '행동하는 양심'인가!)

이 ‘민주화 투사’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니 10년만에 정권을 탈환했다고 기뻐하던 평범한 보수 세력들의 낯빛이

갈수록 어두워질밖에. 내가 보수주의자면, 진짜 저런 놈들 다 총살하고 싶었을 것이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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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포리아

2009/07/02 18:58 2009/07/0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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