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연대

국회 앞 농성장 거리를 종종 다니면서도 거리에 늘어서있는 플랭카드를 제대로 읽어본지 오래다. 길이 비좁아 플랭카드를 읽을 만한 적절한 거리가 확보되지도 않을 뿐더러 어느덧 관성에 빠진 것이다. 어떻게 함께 싸울까 궁리해보던 것은 잠깐이고 농성장 소식들도 그다지 궁금해지지 않던 요즘이다.

얼마전 촛불집회에 가기 위해 걸어가는데 시선을 잡아끄는 플랭카드가 하나 있었다. 장애인 이동권 농성단의 플랭카드다. 메모를 못해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장애인들은 공무원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고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차별받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국회앞 농성장 거리 어디에도 농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다른 농성을 지지하는 선전물이 붙어있지 않다. 그런 선전물이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게 느껴진, 바로 그 상황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연대, 가 외로웠다.



플랭카드 연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중 하나였다. 함께 싸우지 않으면서 함께 싸우는 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권 농성단의 플랭카드가, 함께 싸우지 못하더라도 함께 싸우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은 왜일까.

그러고 보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플랭카드 연대는, 투쟁이 없는 곳에 투쟁하지 않는 자들이 '함께' 하는 방식이었던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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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4 02:16 2004/12/24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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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njang_gongjang 2004/12/24 19:2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연대야 외롭지 마라... 곧 있으면 우리 노동자 민중이 간다...
    한숨 쉬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연대야... 연대야 힘내라... 꼭 꼭 꼭 노동자 민중이 너에게 달려갈꺼야. 그때까지 조금만 힘내...
    흔적 남기고 갑니다.

  2. 어깨꿈 2004/12/25 06:2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나왔는감요 .. 언제나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은 술먹고 싶은 마음 만큼이지만 ... 메리크리스마슴다.?

  3. mini 2004/12/25 09:5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

  4. 지나가다 2004/12/26 16: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늘 그게 우리의 한계인듯 합니다.결국은 하나의 문제인데도 모두가 자기싸움에 바뻐 늘 놓치게 되는 것 같습니다.그건 가끔 자신의 문제만 유독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모습에서도 발견되곤 하지요.좀 달라져야할텐데...잘 읽고 갑니다.

  5. 미류 2004/12/26 23:2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타맨, 정말 연대가 힘내고 기다릴 수밖에 없게 하는군요~ ^^;;
    어깨꿈, 주말 잘 보내셨어요? 술먹고 싶은 마음만큼이라, 역시 새~앰다우신... ㅋㅋ 근데 진짜 술먹고 싶어요. ^^;;
    미니, 저는 늘 미니한테서 좋은 말씀 많이 듣고 있답니다 ^^

  6. 미류 2004/12/26 23: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지나가다님 말씀 들으니 저 스스로도 좀더 많이 반성해야겠다는 생각 듭니다. 자신의 문제란, 굳이 어떤 투쟁의 사안들뿐만 아니라 살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문제들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도, 자신의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는 것이 더욱 많은 문제들을 헤아릴 수 있는 힘을 갖게 하고 자기싸움을 치열하게 할수록 함께 싸우는 데 있어서도 물러서지 않게 할 것임을, 조심스레 믿어봅니다.

  7. 지나가다 2004/12/27 01:2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우연히 들른 블거그인데 님의 답변에 강한 연대의식을 느낍니다.그래서 늘 어딘가 존재하는 희망의 메세지가 저를 다시 일깨우는 등불이 되곤합니다.님의 생각과 의지가 계속되는 희망의 투쟁에 불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