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에이즈도 '불법체류' ?

이런 것도 기자의 능력이라면 참 능력있는 기자다. 이런 제목을 뽑다니 ㅡ.ㅡ;

열흘 전쯤 경향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김포에서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여성노동자 두 명이 HIV 감염으로 한명은 사망, 한명은 격리수용 중이라는 소식을 전하고 질병관리본부가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질타로 끝나는 기사다.



#0.

기사에 대해 가타부타하기는 귀찮고 ㅡ.ㅡ;; 격리수용, 이런 건 도대체 사실확인이나 한 걸까? 이걸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쓴다는 게 참...

 

#1.

이주노동자를 낯선 존재로 만드는 데에는 '외국인'이라는 점이 작용하는데 여기에다가 '에이즈'가 덧붙으면 매우 강력한 배제의 근거가 된다. 이주노동자를 잠재적인 HIV 감염인으로 다루는 것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 성매매여성, 남성 동성애자 역시 마찬가지.

 

#2.

하지만 역시나 비슷한 난점이 있는데 실제로 감염률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각별한' 정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 질병관리본부의 반박 보도자료처럼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데 강제검사를 하지 않는 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검사를 원할 때 검사를 받을 수 있고 검사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처럼 HIV 항체 양성판정을 받으면 무조건 추방되는 상황에서 누가 검사를 받겠냐구. "'허가를 받지 않고 어떤 장소에 있는 것'에 불과한 불법체류행위"(인권하루소식 기사에서 인용)가 아파서 죽어도 내버려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신분을 확인하지 않아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는 제공되어야 한다. 의료보장 체계 전반과 맞닿아있는 지점.

 

#3.

HIV 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지역은 주로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워낙 감염률이 높으니까. 아시아 지역의 이주노동자운동 네트워킹은 에이즈와 관련한 싸움에서도 큰 힘이 될 듯. 특히 의약품 접근권과 관련해서도. 아시아지역의 성매매운동 네트워킹도. (?)

 

아무리 메모이지만 왜이리 생각하는 게 귀찮지? ㅡ.ㅡ;;

 

4.12. 추가.

네트워킹이 서로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건 막연하지만...

이주노동자가 단지 "허가를 받지 않고 어떤 장소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어떤 권리'를 제한당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당한 것인지가 자명하게 드러난다는 점. 특히, HIV/AIDS와 관련한 의료접근권의 전면적 개선을 위한 기준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형평성이 보장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점. 대부분의 국가가 출입국시 특정 전염병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통제하는데 이것이 이주 자체의 경계로 작용한다는 점. 의약품 특허에 대항한 강제실시가 한 국가 안에서만 이루어지기 힘들기도 하거니와 굳이 한 국가 안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의약품의 민중적 생산을 위한 네트워킹이 필요하다는 점.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4/11 13:37 2005/04/11 13:37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aumilieu/trackback/230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kanjang_gongjang 2005/04/11 17:3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E8 비자와 E9 비자가 만료되는 이주노동자들 대부분이 올 8월(비자 취득 이주노동자 30만명중 16만명정도가 출국 예정이며, 14만명이 불법체류자가 된다고 하네요.) 대거 강제출국 또는 단속으로 고국으로 돌아갑니다.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받을 수없는 현실... 체류기간이 된 이주노동자들에게만 건강보험혜택을 준다고 하는 것도 답답한데... 음 HIV라닌 하니 허걱입니다.
    그러나 저에게 이 문제보다는(단순하지만) 법무부 직원에게 차로 개끌려가듯 마구잡이로 잡혀가는 이주노동자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채 무끄러니 봐라바야만 한다는 것이 답답한 심경이네...요...

  2. 미류 2005/04/12 10:4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국적이 뭐 대단한 거라고, 단지 다른 국가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엄청난 인권유린이 벌어지죠. 건강이란 건 사치스러운 바람일 수도 있지만 그/녀들이 이 땅에 있는 것이 정당한 만큼 이 땅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그냥 생각이랍니다. -_-

  3. 마님 2005/04/12 11: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얼마 전 이 기사를 보고 허걱해서 블로그에 글을 남겼는데, 유사한 글을 보게 되어서 무진장 반가웠습니다. ^^

  4. 미류 2005/04/12 12:3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글 잘 읽었어요. 기사 읽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시원하게 해주셔서 ㅎㅎ 저는 기사 읽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무력해져서 -_-; 앞으로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

  5. 달군 2005/04/12 19: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님글에 트랙백 하고 싶으시다구요 ^^
    방법은 간단한데..로그인하고 보시면 글 수정|삭제 옆에 트랙백 이라고 쓰인 곳이 있어요. 얘를 클릭하면 새창이 뜨는데 마님 글의 트랙백 주소(http://icepoint.cafe24.com/blog/tb.php?tb_id=280)를 넣고 확인 눌러주심 되는거죠. :)
    전에 진보네가 매뉴얼(click!) 써놓았는데 한번 보세요 ^^

  6. 달군 2005/04/12 23: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허참, 달군님은 모르는 게 없어요. 나는 언제 그렇게 유식해져보나 몰라요. 헤헤.

  7. 달군 2005/04/13 01:5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위에 미류님. 누가보면 제가 자화자찬 한줄알겠어요 ;;;ㅎㅎ

  8. 마님 2005/04/13 16: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앗. 쏘리쏘리! '허참'으로 시작하는 쪽글은 제 쪽글입니다. -_-

  9. 미류 2005/04/14 09:2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달군, 트랙백 주소를 못 찾았어요. 트랙백 보내는 방법은 알고 있는데~ 워낙 달군이 친절하게 얘기해준 터라 ^^;

    마님, 넵 ^^ 달군은 제가 쓴 줄 알았나봐요. ㅎㅎ

  10. 슈아 2005/04/14 09: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런류의 기사들은 속상해 속상해..아주..

  11. 미류 2005/04/14 09: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마자요. 속상해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