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보 생각

치료를 거부하는 자살시도 환자에 대해서 썼던 글모아모아님이 트랙백을 해주셔서 시아보를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10여년 넘게 논란이 되었고 19명의 재판장을 거쳤으며 최근에는 젭 부시를 비롯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는 안락사 논쟁이다.

 

안락사 자체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안락사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그녀의 남편을 지지하고 싶지도 않다. 살았을 적, 식물인간이 되면 그냥 죽게 해달라고 시아보가 말했다지만 근거로 충분해보이지는 않는다. 



10년 넘게 식물인간으로 생명을 유지하려면 드는 돈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같은 식물인간상태에 놓여도 살려보겠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매년 미국민의 1%가 총 의료비의 30%를, 10%가 70%를 지출한다"는데 안락사논쟁은 1%의 논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시아보가 죽자 부시는 애도를 표하면서 "문명의 본질은 약자 보호... (죽었는지 여부)에 대한 심각한 의심이 있을 경우에는 살아있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살아있다는 사실에 한점 의심이 없을 경우에도 살아있음을 인정하지 않고 수많은 전쟁을 벌이고 의약품특허를 강화하여 죽어가게 만든 건 누구?

 

생명존중을 기치로 안락사에 반대하는 종교단체들은 생명이 신에게서 주어진 것이므로 인간이 함부로 처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람을 "산소호흡기와 급식튜브"로 생명유지를 하는 과정 중 무엇이 신에게서 온 것이고 무엇이 인간에게서 온 것인지.

 

쨌든

 

이제 어지러운 세상을 떠났으니 부디 평안하게 지내시기를...

 

4월 2일 추가.

시사저널의 관련기사는 "하지만 테리 샤보 사건이 갖는 중대한 의미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헌정 질서의 골간이 되어온 3권 분립 제도가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것이다. 미국의 3권은 지금 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각자의 최종 경계선을 확인하는 작업에 '올인'했다."고 정리하고 있다.

영양공급 튜브를 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법원과 하원, 공화당 등이 판결, 법안 통과, 위헌 판결, 항소, 상고 등 권력기관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동원하여 개입해왔기 때문이다. 눈여겨볼만한 분석이기는 하지만 그 현실에 그다지 눈길을 주고 싶지는 않다. 까보면 똑같은 것들이 싸울 데가 없어서 사람 목숨 위에서 싸우나. 에휴...

 

또하나 메모.

미국 상, 하원이 통과시키고 조지 부시가 시급히 비준한 법안(영양공급 튜브를 다시 삽입하라는 입장)에 대해 테리의 남편은 '테리에 대한 살인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살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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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4/01 13:42 2005/04/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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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돕헤드 2005/04/02 00:5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국은 최근 몇 주일동안 이 '테리 샤이보' 논쟁으로 시끌벅적했죠. 결국 샤이보는 죽었는데 세상에는 참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하는 죽음이 있는가 하면 정말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죽음도 있네요. 단적으로 인도네시아에 다시 닥쳐온 지진으로 수천 명이 다시 죽었다고 하는데 이런 죽음에는 관심도 없고, 지금 언론은 또다시 교황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호들갑들을 떨고 있네요.
    독도 문제가 한국인의 눈과 귀를 가린 것처럼 샤이보가 미국인들의 눈을 가리고, 교황의 건강이 세계인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 같아요.

  2. 모아모아 2005/04/02 02:1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모아모아가 더 이쁘군요. 미류님은 많은 화두를 던져주시더라구요. 저는 많은 곳으로부터(생각으로부터 까지) 도망쳐 있답니다.

  3. 어깨꿈 2005/04/02 05: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어지러운 세상이라도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어야지요.

  4. 미류 2005/04/02 08:5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돕, ㅎㅎ 샤이보... 오늘 지하철 기다리면서 가판대를 훑어봤더니 거의 모든 신문이 1면에 교황이 위독하다는 기사를 비중있게 실었더군요. 그런 편집이 이상하게 느껴졌던 게 비단 저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모아모아, 바다소녀도 이뻐요. ^^ 당분간 블로그를 닫는다는 글 봤어요. 빨리 돌아오세요~ ^^)//
    (제가 화두를 던진다기보다는 읽는 분들이 잘 읽어주셔서 의미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모아모아님 덕분에 샤이보를 알게 돼서 이것저것 생각해보게 되었답니다. ^^)

    어깨꿈, 넵! 살맛나는 세상~ 같이 만들어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