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펙반대의 깃발을 올리다

기사를 쓰다가 91년에도 아펙 각료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는 정상회의가 없던 때이니 나름 큰 회의였던 건데 운동진영에서 어떤 고민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91년이면 아직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널리 이루어지던 때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열사정국이라 불리는 혼돈의 시간들 속에서 별다른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듯도 하다.

 

'아펙지원'이라는 역점과제가 이상하다는 편집장의 지적이 있어 공식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아펙개혁'이었다. 참고자료에 나온 대로 그냥 옮겨적었는데 좀더 신경써야겠다. -_-



오는 11월 부산에서 개최될 아펙회의에 반대하는 노동사회단체들의 행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6월 1일 오전 11시, 외교통상부 정문 앞에서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반대 국민행동(준)'(아래 아펙반대 국민행동) 발족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노총, WTO반대국민행동, 민주노동당, 노동자의 힘, 다함께 등이 참가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아펙이 민중의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라며 단호하게 싸우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최인순 공동대표는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세계화는 민중건강과 무관하다"며 공공서비스의 약화를 우려했고 전국빈민연합의 이필두 대표는 아펙회의를 위해 벌써부터 부산에서 노점상에 대한 전면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sia Pacific Economic Cooperation)의 줄임말인 아펙(APEC)은 지난 1989년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은 지역블록화에 대한 대응으로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기구이다. 한국·일본·호주·미국 등 2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아펙은 지금까지 매년 회의를 통해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조치, 금융협력을 위한 결의 등을 논의한 기구로, 결국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앞장서온 기구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13차 아펙회의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라는 주제 아래 △자유무역 증진 △반부패 △지식기반경제의 혜택 공유 △인간안보 △중소기업·영세기업 및 여성 참여 강화 △아펙 개혁 △문화간 이해증진 등 7대 역점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펙반대 국민행동은 "화려한 구호나 역점 과제들 뒤에는 위선적인 내용으로 가득차 있다"고 아펙회의 주제의 기만성을 꼬집었다.

 

2002년과 2003년의 아펙회의는 '테러에 대한 전쟁'의 중요성을 확인하며 '인간안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비열한 패권전쟁을 지지하기도 했다. 아펙반대 국민행동(준)은 이번 회의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 지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또한 아펙은 발전설비 사유화, 전력 사유화를 특별 주문하는 등 초국적자본의 이윤확대 첨병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칠레 회의가 세계무역기구 규범에 부합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최적 관행 작성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제시한 것에서도 아펙의 성격이 드러난다. 이번 회의 역시 각국의 자유무역협정 타결을 위한 은밀한 협상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주한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오는 11월 아펙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양국간 자유무역협정과 투자협정 협상을 마무리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동안 한국 제조업 분야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고 노동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계속 제기되어온 한일자유무역협정도 재논의될 수 있다. 지난해 칠레 아펙회의에서 7만여명의 민중이 투쟁을 전개하였듯, 시민사회단체가 아펙 반대투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아펙의 위와 같은 위험성 때문이다.

 

한편, 이들은 오는 3∼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아펙통상장관회의 규탄대회를 제주 국제컨벤션센타 앞에서 열고 8일에는 '아펙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권하루소식 제 2824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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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2 14:06 2005/06/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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