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류님의 [맑스 코뮤날레 다녀오다] 에 관련된 글.

글을 쓰면서도 찝찝한 구석이 남았는데 덧글들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얻었다. 조금 쫓기듯이 글을 쓰면서, 약간의 아쉬움을 전하려던 글이 점점 날이 서는 느낌이 들어 이상했다. 몇몇 발제나 토론은 유익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결국 그런 부분들은 드러나지 않았다.



발제문이 들어있는 책이 만오천원임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물론, 많은 이들의 수고로움과 진지함이 묻어있는 책이기에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차이와 적대의 정치학에 대한 글은 나중에라도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돌아와 읽게 될 것이라는 자신이 없었고 3부토론 참가만을 위해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그 책값이 부담된다고 할 만큼 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당일 지갑에 만오천원이 없기는 했지만) 선뜻 책을 사지 못하는 내가 불만스러웠고 그래서인지 발제를 듣는 것으로도 토론에 참가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글로 된 것을 빌지 않고 발제를 편안하게 쫓아가기는 쉽지 않았고 그런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나름대로 메모를 해가면서 열심히 들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면서 내 고민을 정리하기는 부족했다. 분명 내 사전지식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고 내가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쓴 것이 진지하지 못하다는 지적은 정당하지 않다.

아쉬움을 온전히 발제자와 토론자로 나선 교수들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글이 되어버린 것은 글을 쓰면서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다. 앞에 나선 교수들이 좀더 알아듣기 쉬운 말로 청중에게 이야기하듯, 짧고 굵게 말해주었으면 좋았겠더라는, 아니 그래야 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려던 것인데 맑스 코뮤날레 전반을 두고 '부실했다'고 말한 것은 성급함 혹은 누구 말마따나 '건방진' 자세다. 내가 참가한 것이 3부 토론 하나였다는 점에 비추어도 그렇다.

 

하지만 주제를 다르게 잡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토론을 좀더 성실히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3부 토론 중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졌다고 생각되는 것은 공동체운동을 발제한 강수돌 교수의 글에 대한 것 정도다. 그나마도 시간이 부족해 청중들의 질문과 토론자였던 홍성태 교수의 토론에 대한 일괄적인 답변 정도로 끝났다. 대개 토론이라기보다는 질의응답 정도였다.

주제 또한 아쉬웠다. 한국의 좌파운동과 맑스주의를 주제로 두고 있어서 다른 주제에 비해 구체적인 쟁점들이 제시되고 논쟁이든 토론이든 다양한 의견들이 오갈 수 있기를 바랬는데
실망이 컸다. 맑스 코뮤날레는 분명히 진보적 지식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활동가들, 민중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그런데 활동가들, 민중들과 '함께' 토론하기 위한 노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끝내 남는다. 토론 자체가 코뮤날레의 중요한 방식인 만큼 토론에서부터 누구나-맑스주의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되기를 바란다.

 

** 맑스 코뮤날레에 애정을 가지고 준비하거나 참가했던 사람들의 노고를 깎아내리려고 쓴 글이 아니었다는 것만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사실, 덧글에서 지적하는 내용에 비해 반응이 격해 보이는 것이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5/06/02 12:48 2005/06/02 12:48
태그 :
트랙백 주소 : http://blog.jinbo.net/aumilieu/trackback/26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