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함을 감추다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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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달래려 합니다 어리석은 줄 알면서 해 뜨는 바다를 급히 보러 왔습니다 영산홍이 꽃피어 며칠을 대신 버텨주기도 했습니다 그 붉은 꽃이 시들기 전 도망치듯 이곳에 오고야 말았습니다 영산홍 밖에 나오면 무엇도 감추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마음의 온갖 것들과 저 아래 시퍼런 바다는 같은 수평선에서 시작된 아우성임을 깨닫습니다 내 격렬함을 통과하던 영산홍의 만개도 그와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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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홍 가득 핀 세상이란 얼마나 답답합니까 가장 붉은 꽃 한 송이 꺾어 화병에 꽂았습니다, 아닙니다 이 꽃은 역시 제 붉음이란 운명 사이에 휩싸여야 합니다 그것은 영산홍의 오랜 비밀입니다

 

 

<푸른빛과 싸우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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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25 10:00 2006/03/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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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슴벌레 2006/03/26 03:1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 포스트 읽고 <푸른빛과 싸우다>를 꺼내서 다시 보려고 했는데, <얼음시집>과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만 있네요.ㅡ.ㅜ 아마도 또 누군가에게 줘버렸음이 분명...

  2. 미류 2006/03/26 22:5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난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읽고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