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자시면

젊은바다님의 [대화, 착한 대화] 에 관련된 글.

착한 대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병인가 보다. ㅜ.ㅜ

 

산하가 좋아하는 사람을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한 이유는 뭘까.



나는 연애가 참 거북살스럽다.

그 느낌은 결혼이 불편한 느낌과 비슷하기도 한데

결혼이란 제도는 워낙 여러 문제들이 얽혀있는 거라 다른 점이 많다.

 

거북한 느낌은 아마도

누군가 사람을 좋아하거나 사랑하면 '연애'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그래서 결혼을 하는 것도 당연한 과정인 듯 여겨지는 문화 혹은 이데올로기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는, 어쩌면 잘난 척하는 것인지도. -ㅅ-

 

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나?

산하 주위의 결혼한 어른들이 모두 서로를 좋아해서

좋아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한단다, 또는

결혼은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란다

라는 공식을 의심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행운.

 

연애도 마찬가지.

우리가 '연애'를 배우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애할까.

 

나는 연애가 뭔지 도통 모르겠다,

는 말을 하면 사람들은 여러 대답들을 던져준다.

사실, 특별한 게 없다.

연애라는 사회적 관계, 혹은 그 원천이라고 여겨지는 열정적인 사랑

이 특별한 것이라고 강조할 수록

나에게는 더욱 억압적인 느낌만 커진다.  

그리고 평범한 것일수록 연애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좋은 음악을 듣거나 좋은 음식을 먹거나 좋은 책을 읽을 때

'함께 하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

혹은 짧고 굵게,

같이 자고 싶어.

 

그런데 말야.

책을 읽다가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을 보면

오래동안 연락하지 못했지만 늘 보고싶었던 친구가 생각나고

운동에 영감을 주는 글을 보면

활동이 잘 풀리지 않아 마음이 심란한 친구가 생각나고

시리게 마음을 후비는 글을 보면

토닥거려주던 친구가 그리워지는,

그런 게 자연스럽지 않은지.

그래서 그 모든 때에 한 사람을 떠올리리라 예상되는 관계란

허걱...

 

안정적인 성적 활동을 위해 연애를 하는 것 역시,

과연 서로에게 자유로운 약속을 보장할 수 있을까.

관계 안에서의 폭력에 대해 말하기 힘들어지고(데이트강간, 아내강간과 같은 논란)

관계 밖에서 폭력의 경계를 말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를테면, 간통죄)

은 모두 비슷한 맥락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우리는 독점적 관계가 아니라

여러 애인을 사귈 수도 있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그런 문제들이 해결되는 걸까.

 

전에 돕도 그런 고민을 얘기한 적이 있는 듯하다.

그래도 그런 고민을 껴안고서 연애를 하려는 사람들은 용기있는 사람들인 것 같아.

 

그리고 정말 '제대로' 연애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다만 그건 정말 우연한 일.

 

누군가로부터 연애하자는(보통 사귀자고 했던 것 같군. 흠)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위에서 주절거린 이야기들을 다시 한번 주절거린다.

연애가 뭔지 잘 모르겠다는...그런 류의...

말하는 내가 봐도 좀 재수없는 반응이다.

그런데도 늘 그 모양이다.

모르겠는 걸 어떡해.

 

참, 그러고보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해본 적도 있다.

그런데 그때도 연애하자는 얘기는 차마 못하고

연애 비슷한 거 하면서

연애의 경계를 헤매어다녔던 것 같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그 느낌의 정체를 헤아리기 위해 무진장 애썼던 기억이.

 

어쨌든 나는 여전히 모르겠다.

그래서 누군가 연애하자시면...

 

대략 난감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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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3/14 16:59 2006/03/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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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류님의 [연애하자시면] 에 관련된 글. 미류님의 글을 읽고, 나름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으나, 바로 글을 올리기에는 복잡다분한 여러 심경(?)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 했다. 어떻게 쓸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06/03/14 17: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연애의 경계는 또 뭔가요? 참 세상엔 경계들도 많지요? 그냥 경계없는 연애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2. 미류 2006/03/14 17:4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러게요. 전들 경계를 알 수 있나요? 세상이 정해놓은 경계를 기웃거려보는 거죠. 그런데 제 고민은 '경계없는 연애'라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것이기도 해요. 과연 사람들이, 혹은 우리가 '연애'라는 것에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어쩌면 '연애'는 경계를 전제로 만들어지는 관계 유형이잖아요. 쨌든... 대략 어렵삼~ ^^;;

  3. 앙겔리마 2006/03/14 17:4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와아 역시 미녀 활동가는 인기도 많군요+_+

    ( 아 좀 ??뚱맞나 미안~~)

  4. 미류 2006/03/14 18:0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별로 쌩뚱맞지는 않은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저 별로 인기 없어요. ㅜ.ㅜ 긍까 누가 연애하자고 해서 난감하다는 게 아니라 누가 연애하자고 하면 난감하겠다는. ^^;;
    근데 미녀 활동가라는 말, 들을수록 너무 재밌어요. 이게 즐거운 건가? ㅋㅋ

  5. 젊은바다 2006/03/14 18:5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누군가 나에게 연애하자고 하면.... 나는? 어휴 생각만해도 가슴이 콩닥거리는군요. 그치만 청춘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피곤한 일들이 더 많을 것 같긴하네요.

  6. 사슴벌레 2006/03/14 19:2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동감동감...

  7. 미류 2006/03/14 22:2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 젊은바다가 콩닥거린다고 하니 정말 젊음이 느껴지는... ^^;;
    근데 이것도 참 흔하면서도 위험한 느낌이겠죠?

    사슴벌레, 무엇에 동감하는 것이오? 콩닥거리오? ^^;;

  8. 보라. 2006/03/15 19: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도 "연애라는 사회적 관계, 혹은 그 원천이라고 여겨지는 열정적인 사랑이 특별한 것이라고 강조할 수록 나에게는 더욱 억압적인 느낌만 커진다"라는 미류님의 생각에 이백퍼센트 동감. ^^
    해서 저는 무성애적 관계를 지향해요. 애정이라는 그럴싸한 양념을 덧씌워 상대방을 결박하려 드는 일대일의 만남이나 그남들만의 형제라는 울타리가 아닌, 자매애적 관계. ^^

  9. 경심 鏡沈 2006/03/15 23: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흠. 현재 사랑에 눈 먼 저 같은 자는.. 잘 모르겠어요!! ㅠ ㅠ

  10. 지나가는이 2006/03/16 00:2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이 순간 이글을 읽으며 당신과 연애를 하고 있군요 ㅎ
    오해하진 마시길........암튼 어렵군요, 사람에 빠져들기도.

  11. 정양 2006/03/16 11:2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흠..
    내 '감정의 흐름'에 '나'를 그냥 빠트려버리는게 가장 마음 편하다 하지만,
    사실 감정의 흐름이라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조작되고 주위 분위기에 편승하는 경향이 많잖아요..
    언제나 내가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게 가장 힘든일인듯 ^^;;

  12. 머프 2006/03/16 15: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재미 있네요, 이글..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무엇이 공감 가는지는 한번 써볼게요..(언제??)
    세월이 가고, 나이를 그렇게 쳐먹어도 달라지지 않는
    나의 '연애관'(??)은 늘 쓸쓸하기만 한데...ㅎ

  13. 미류 2006/03/16 20: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보라도 언젠가 이런 얘기 쓴 적 있죠?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아요. 다시 찾아서 읽어봐야겠당~ 보라가 발딛고 서있는 현장에서 자매애적 관계들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길 바래요. ^^

    경심, 그래서 저도 가끔 그런 생각해요. 아, 나는 사랑에 눈멀어 보지 못해서 이런 생각하는 걸까 ㅠ.ㅠ

    지나가는이, 대략 난감 ㅜ,ㅜ

  14. 미류 2006/03/16 20:2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정양,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죠? 정말이지, '나'를 알기가 가장 힘든 일인듯해요 ^^;;

    머프, 호호, 언제?? 머프의 쓸쓸한 연애관 궁금해요. ^^;

  15. 붉은사랑 2006/03/17 02:3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나도 머프의 연애관이 궁금하당!

  16. 지미페이지 2006/04/01 02:23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저는 언젠가 누가 연애하자고 했는데, 연애가 뭔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그분과 연락이 단절된적이 있습니다. .....
    요즘 생각해보면 말장난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연애하고 싶으면, 조건을 걸고 만납니다;;
    계약커플.. 뭐 이런걸로.. 길게 만난적은 없지만;;
    인간관계라는게 쉬우면서도 어려운걸 느낍니다.

  17. myoungrrang 2006/04/05 03: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미류..... 같이 한번 앉아보자.. 그럼.. 혼자서는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볼 수 있을지도...

  18. 미류 2006/04/05 10:5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지미페이지 | 조건을 걸어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네요. 하지만 거기에 어떤 이름을 붙이는 것이 좋을 지는 역시 어렵네요.

    명랑 | 어떤 것들이 보일 지 기대 만빵인 걸~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