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상

일찍 일어나느라고 눈을 떴는데도
제사상에 올릴 고기며 전은 엄마 손에 끝이 났더라
호박전이 통통하게 빛이 올랐고
두툼한 표고전은 늘 하나 집어먹고 싶었다마는

 

조금 불편할 뿐 아프지는 않은
기침이 좀 잦아드나 했더니
웬걸 더욱 극성이다

 

도와주신다고 친지들이 한 분 두 분 오시고
오시는 분들 내어드릴 음식도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혹시 기억하려나 몇 군데 엄마는 전화를 걸고
오늘 제사우다 기억해졈신가 행 전화했수다
또 누군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응 잘 살아지멘 어디 자원봉사도 나가고 붓글씨도 쓰고
바빰서
라고 말할 때쯤 울먹이는 목소리보다 서둘러 붉어지는 눈시울

 

기침이 그치지를 않는다
아, 저 향, 향이 피워올리는 연기 때문에 기침이 그치지를 않는다
향 근처로 갈 수가 없다

 

절해야 할 차례가 되어서야 들어간 방에서
아빠는 오랜만에 웃고 있었고
이래저래 많이들 오셨나보다 상 주위가 그득하다
기침을 삼키며 절을 하고 났더니
탈상할 것이니 상주는 두건을 벗으라 하신다
그게, 삼년을 채워야 하는 것만은 아닌가 보다 하며
남은 이년치 기침이 밭다

 

그의 막내동생과 그 처의 막내동생의 씁쓸한 표정에 비하면
그 딸의 막내동생은 담담하게
눈치껏 상주노릇도 하고
주억거리듯 기웃거리듯 둘째는 먹먹하다
마지막 절까지 올리고 나서도 향은 꺼지지 않고
기침은 멈추지 않고
밤새 머문 향 때문인지 신음도 했다는데

 

그게, 그냥 감기라니까
제사 전날은 하루종일 잤다잖니
불편할 뿐 아프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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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3 10:11 2007/01/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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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인 2007/01/03 10:4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헙... 갑자기 울아부지 탈상때를 보는 듯한 이 아리한...

  2. 슈아 2007/01/03 12:0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아리네..미류..

  3. achim 2007/01/03 16:1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랬구나...

  4. 미류 2007/01/04 16:4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냥 감기라니까요~ ^^;; 기침이 이제 좀 잦아들었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