힝, 일지라고 매일 전화를 걸 수 있을까, 초큼 자신이 없기도 하지만, 한 번 제대로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항의전화인 듯해서, 서명하고 모금하고, 그리고 항의전화를 했다. 전기가 들어올 때까지 매일 한 통씩 하는 게 목표? !!!

 

100809

한전 서부지점 조재승 부장과 통화 요지

 

- 전기를 쓰려면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전기는 소유주의 시설물, 재산권이다

=> 헉 한전은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이고 전기에너지는 공공재다, 어떻게 전기가 건물주의 재산권일 수 있느냐, 이게 한전에서 할 소리냐, 전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기를 공급하는 게 한전의 역할이다

 

- 전기공급약관에 전기사용을 신청하려면 소유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되어 있다

=> 새로 사용신청을 할 때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전이 사람이 살고 있는데 전기를 끊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거냐, 사람이 살고 있는 동안 한전이나 소유주가 임의로 전기를 끊을 수 없는 것 아니냐

 

- 한전에서 변호사 통해서 법률검토를 끝냈고 전기를 끊은 것은 문제없다

=> 그건 한전 쪽 변호사 얘기인 거 아니냐, 사람이 사는데 전기를 끊어놓고 법률적으로 문제없다 하면 전부냐, 그러면 법률에 따르면 사람을 죽여도 되는 거냐

 

- 검토해보시라. 그리고 다시 전기를 공급하면 한전은 소유주로부터 소송을 당하게 될 수 있다

=> 처음에 전기를 끊은 것이 한전의 잘못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맞다, 소유주가 전기를 끊으라고 하면 아무 집이나 다 전기를 끊을 거냐...

 

하다가, 법률에 따라서 사람을 죽여도 되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동안, 그쪽에서 먼저 전화를 끊었다. 나도 오늘은 여기서 마치려고 다시 전화를 하지는 않았다. 법률에 따르면 사람을 죽여도 된다? 이런 질문을 던진 내가 문제니? 어떻게 저런 답변을 할 수 있는지, 가슴이 벌렁벌렁...

 

100810

 

전화 못했다. 시간이 문제긴 했으나 시간만 문제는 아니다.

 

100811

 

마포구청 비서실 ***와 통화

 

- 소속과 신분을 밝히시라.

=> 마포구에 사는 사람이다. 두리반 소식 때문에 걱정돼서 전화한 건데 신분을 왜 밝혀야 하나. 당신은 공무원이고 나는 구민이다. (사실 그냥 이름 얘기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떳떳하면 왜 이름을 얘기 못하냐는 말에 고집을. 그래도 자기 이름 깎듯이 말하는 사람이었는데 이름이 기억 안나넹.)

 

- 두리반에 대해서는 할 만큼 했다

=> 두리반에 여전히 전기가 안 들어오는데 할 만큼이라는 게 어딨나. 들어올 때까지 해야지. 전기를 공급하는 책임은 한전에 있더라도, 구민의 생활에 대한 책임은 구청에 있다.

 

- 마포구청에서는 발전기도 제공했다. 전기세도 쓰는 사람이 내는 건데 경유까지 마포구에서 줄 수는 없다.

=> 전기세랑 경유값이 같나. 전기가 끊겨서 경유를 쓰게 된 건데, 전기를 끌어와서 문제를 해결해야지, 경유는 임시조치 아닌가. (쌀 없다니까 소고기 갖다주고 돈 내라는 소리?)

 

- 두리반 말고도 어려운 사람들 많이 찾아온다. 사연이 구구절절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서 못해준다.

=> 웬만한 법들에는 지자체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 하려고 마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 전기도 에너지기본법 따르면 지자체가 공급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다른 민원전화 왔다, 비슷한 전화 몇 번 왔는데 비서실로 전화하지 마라.

=> 그럼 어디로 전화하나. 담당 과가 있나. 담당 과가 있다는 말은 구청이 할 일이 있다는 말 아닌가. 그게 없어서 조정이 안되는 거니 비서실로 전화하겠다.

 

 100818

 

11일 밤 두리반에 전기가 들어오게 됐다는 소문을 듣고, 아 잘됐네, 그러고 있었는데 계속 안 들어오고 있었다. 13일에는 광고 사건도 있어서 경향신문에 항의전화를 해야겠다 생각하다가 벌써 18일. 이제 광고는 나갔다고 하고. 하지만 여전히 전기는 들어오지 않는. 일지라고 시작해놓고 부끄럽네. 일주일이 내게는 이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리기도 하지만, 전기 없는 밤 눈을 감았다 떴다 해야 하는 두리반은 그 일곱 날이 얼마나 고역이었을까... 단전 한 달이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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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9 10:48 2010/08/0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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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은 용산' 두리반을 다시 밥집으로!!!

    그린비출판사2010/10/21 15:34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의 사전 예약 이벤트(내용보기)가 마무리 된 후 별다른 활동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지는 않으셨는지요? 그냥 그린비에서 쓰겠지라고 생각하셨다면 서운합니다.(ㅠ_ㅠ) 돈의 새로운 순환을 만들고자하는 고미숙 선생님의 말씀을 행동에 옮기기 위해 그동안 참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회의도 많이 했어요!)'인문학과 밥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오랜 고민 끝에 '두리반을 다시 밥집으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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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9 13:5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멋져 미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