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싶을 때

#1. 시벨.

그녀를 내모는 사회에 쫓긴 선택이라 하더라도 자히트와 사는 동안의 그녀는 참 아름답게 사랑했던 것 같다.

 



 라기보다는 영화가 마음에 드는 점. 시벨과 자히트가 한참 격정적(?) 인 섹스를 하다가 삽입을 앞두고 시벨이 그만하자, 안 되겠다면서 '그럼 정말 부부가 돼버릴 지도 모른다'는 말을 한다. 서로, 혹은 시벨의 필요에 의해서 동거를 시작한 시벨과 자히트가 서로 사랑하게 되었는데도 '부부'라는 관계-흔히들 사랑의 완성이라 말하는-로 사랑을 소모해버리지 않으려는 그녀에게 박수를. 그래서 어쩌면 결말 역시 해피엔딩일 지도 모른다. 시벨이 현재의 가족보다는 자히트를 사랑한다는 것을 분명히 느끼는데도 가족은 가족대로, 사랑은 사랑대로 남겨두는, 또다른 용기.

 

#3. 마음에 드는 표정. 시종일관 시벨을 다독거리는 엄마의 눈빛. 안쓰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하지만 그녀의 격려가 시벨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던 듯. 그리고 자히트를 바라보는 친구의 눈빛. (그 아저씨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군.) 그 자리에 마렌이 있었더라면 더 멋있었을 지도. 그게 가능할 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자구.

 

#4. 마음에 드는 의상. 시벨이 그랜드 런던 호텔에 자히트를 만나러 갈 때 입었던 꽃무늬 프린트의 민무늬 티셔츠.

 

#5. 항구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터키 전통음악의 연주장면. 장면이라기보다는 음악이 나오는 사진. 그 작위성이 마음에 들다가 말다가...

 

#6. 미치고 싶을 때. 미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

미치고 싶다. 나도 가끔 미치고 싶다. 하지만 -특히 골목길에서 칼에 찔리는 장면처럼- 다소(?) 위악적이고 잔혹한 장면에 이르면 흠칫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된다. against the wall(Gegen Die Wand) 이라는 원제를 '미치고 싶을 때'라고 옮긴 이유는 뭘까. 우린 좀더 즐겁게, 신나게 미칠 수도 있단 말야.

 

덧붙임. 조금씩 다 다르다.

지후의 미치고 싶을 때, 파티 아킨

해미의 사랑, 섹스... 그리고 관계

뎡야핑의 미치고 싶을 때/헬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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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1/03 17:06 2005/01/0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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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해미 2005/01/03 17:1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봤구나. 드뎌. 미치고 싶을때 미치는 그녀가 멋지더라. 다만 #2.에 대해서는 함 얘기해보면 좋겠네. 나는 오히려 가족이데올로기를 지우지 못하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던데.

  2. 미류 2005/01/03 17:3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그래, 멋지지. 하지만 -그게 꼭 직접적인 자해의 형식이라서가 아니라 뭐든간- 늘상 그 결과가 여성에게 위해하다는 게 속상하기도 함. 그리고 그게 '미치는' 걸까 싶기도 함.
    글구 #2.에 대해서는 나두 얘기해보고 싶네. 마지막 장면 두고 말하는 거지? 짐 싸다가 그냥 주저앉는. 그래, 느낌이 주저앉는 느낌이기는 하지. 근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 자히트를 따라가는 게 멋있는 걸까? 쨌든 네 생각 궁금.

  3. 뎡야 2005/01/04 00:3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2. 저는 섹스를 안 하는 건 관계가 깊어지면 헤어질 수 없으니까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뎅. 원래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려구 결혼한 건데 부부가 되어 버리면 여러모로 곤란하니까,라고요.
    #5. 그런 장면들은 원래 감동적이지만 이 영화에선 저도 좀 작위적이지 않나 싶어요
    #6. 나름대로 미치라는 거겠죠^^

  4. 미류 2005/01/04 11:25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뎡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헤어질 수 없을지 모르니까. 얽매이고 싶지 않아서.
    이미 같이 살고 사랑하고, 관계는 깊을대로 깊어진 거잖아요. 근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이라는 제도로 그 관계가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나요? 정말 사랑한다고 느낀 순간 결혼을 통해 언약되는 관계를 거부하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확인한 순간에도 그 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게 멋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근데 잘은 모르겠어요. 시벨이 그러고 나서 어떻게 살아갔을 지를 모르겠으니...
    # 저 미쳐도 뎡야 같이 놀아줄꺼죠? ^^;

  5. 뎡야 2005/01/04 13:27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풉 미류님~~ 함 신나게 놀아 봅시다이! 개콘 보세요? 안어벙 말투로 읽어주셈>_< ㅋㅋ

  6. 미류 2005/01/04 13:4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ㅠㅠ 개콘 안봐요. 그래도 삘 꽂혔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