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굽질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이라는 책을 샀다.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교보문고까지 일부러 가서 샀다. 내일, 아니 몇 시간 후 2박3일간의 외유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

 

혼자든, 여럿이든 여행을 다닐 때 책 한 권을 꼭 챙겨넣는다. 혼자 다닌 경우가 많아서 생긴 버릇이겠지만 오며가며 심심할까봐 챙긴다. 오며가며 자느라 제대로 읽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챙긴다. 무게라도 줄여볼까 하여 최근엔 시집을 들고다녔는데 이 책이 딱 어울릴 것이라는 느낌이 갑작스레 밀어닥쳐 교보문고까지 갔다. (일단 수고했으니 짝짝짝! 그 북적대는 교보문고라니.)



#1. 들고다니기 무겁다. 양장본일 줄이야 ㅡ.ㅡ;; 그리 크거나 두껍지 않은 책이지만 양장본은 여행에 어울리지 않아~ 근데 왜 한번도 양장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2. 책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책의 순서가 통상의 사전과 다르다는 것. 1부부터 5부까지 우주와 자연, 생물과 사물, 사람과 사회, 경제활동, 일상생활과 문화, 이렇게 짜여있다. 그리고 그 하위목차도 이렇다. 계절과 때, 더위와 추위, 구름, 생로병사, 살림살이와 모둠살이, 일, 노동, 집과 잠 등.

 

#3. 여행 중에 다 못 읽고 돌아와도 읽게 될 책이다.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해 각별히 노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근히 의무감 같은 것을 느끼는 편이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도 하지만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글로 먹고 사는 업을 택하지 않더라도 '글'이 내가 먹고 사는 기반, 내가 좀더 쉽게 먹고살 수 있는 권력에 기여하는 것이기 때문. 정성을 다해야 한다, 혹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뚜렷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그런 느낌. 아마 이오덕 선생의 글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시작되었던 듯도... (좋은 문장 혹은 글쓰기를 잘한다는 것이 '문학적으로 훌륭한' 글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4. 흥미롭다. 무작정 펼쳐본 페이지에 마침 재밌는 단어 발견.

 

네굽질

무릎이나 팔꿈치 및 어깨로 문을 밀어젖히는 짓...

예의가 없이 함부로 행동하는 사람이나 매우 게으른 사람을 비아냥거리는 말로 쓰인다. ...

 

겨울이라 겉옷 주머니에 손을 끼워넣을 때는 물론이고 여름에도 나는 주로 어깨를 이용해 문을 밀어젖힌다. 비아냥거리는 말이라는데 ㅎㅎ 좋다. (이게 사전의 문제기도 하다. 어차피 모르는 사람들은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모르기 쉽다. '말'로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것과 사전에서 '글'로 만나는 것의 차이가 분명 있다.)

쨌든 내일 떠날 여행이 '네굽질''스러운? 다운?' 여행이 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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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4 03:06 2004/12/2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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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흡 2004/12/24 08:00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여행 잘 다녀오세요. 저도 담주에 지리산 갑니다. 언젠가 꿀떡 사 줄 기회가 왔으면 좋겠네요. 훈훈한 마음 나누면서...

  2. NeoScrum 2004/12/24 08:4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잘 다녀오세요~! 날씨 추운데 건강 잃어버리지 마시고 올 때까지 꼭 챙겨서 들고다니세요.

  3. 미류 2004/12/24 11:0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호흡, 잘 다녀올께요. 꿀떡은 언제든 환영~ ^^;;
    네오, 호주머니에 꼭 넣어서 다닐께요~ 아, 이름표를 달아놓을까? ^^;

  4. jaya 2004/12/24 16:2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헹 혼자만 가고
    언니 카드 안준다

  5. 미류 2004/12/26 23:32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허, 불렀으면 같이 갔나? 카드 안준다고 협박하다니, 자야, 카드 안 받는다 ^^;;

  6. jaya 2004/12/28 21:26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흥 반사 해버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