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걸어가요, 그날을~

* 이 글은 간장 오타맨...님의 [휴화산은 언제쯤 용암을 분출할까?] 에 관련된 글입니다.

덧글을 달려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트랙백합니다. 많은 말씀을 해주신 만큼 오래오래 두고 고민을 해야하겠지만 몇 가지만 먼저 말씀드릴께요.

 

솔직히, 저의 고민은 오타맨의 은유를 빌자면, 언제쯤 용암을 분출할까,이기보다는 어떻게 사화산이 되어버리지 않도록 할 것인가, 입니다. 소극적인 고민이죠. 이러면 안될 것도 같지만, 그리고 얼마전까지는 이러지 않았지만, 현실을 다시 냉정히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용암이 분출해야만 투쟁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

 



모두 기소인으로 열심히 활동했던 분들 중에 '컨텍'해서 섭외한 분들입니다. 오히려 기소인이 배심원을 맡아도 되는 거냐는 문제제기들이 있었지요. 기소인 역시, 재판에서 직접 나와서 자신의 기소이유를 밝히는 자리를 매 심리마다 두었습니다. 마지막 선고재판에서는 시민기소인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1,2,3 차 재판 때는 매번 있었답니다.

재판을 실제로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가는 많이 고민한 문제입니다. 오타맨의 아쉬움을 조금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대에 시민기소인이 올라간 것도 그렇지만 이번 전범민중재판의 기소내용이 시민기소인들의 기소이유를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데에 가장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6,7차 심리에서 다루어졌던 대한민국 거주민의 권리 침해는 기존의 민중법정이나 국제법의 전쟁범죄조항으로는 다룰 수 없었던 것이니까요. 전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전쟁이 그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괴롭고 슬프고 짜증나고 화나고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재판에서 다루어졌거든요. 6,7차 심리를 중요하게 여겨서 마지막 날 여유를 두고 재판 프로그램을 짰는데 2일차 재판이 늦어지면서 충분히 듣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타맨이 지적한 부분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요. 실행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과연 어떤 방식으로 전범민중재판이 치루어질 수 있었을까는 잘 모르겠어요. 동일한 목표나 기조를 갖는 운동이 실행위원회 같은 것 없이도 이루어질 수 있을 듯하지만 아무래도 '재판'을 현실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좀더 고민해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잔치상을 함께 나누지 못한 느낌. 사람마다 다를 것 같아요. 충분히 신나게 즐기며 어울렸던 사람들도 있고 그냥 밍숭맹숭한 재판의 들러리가 되고 말았던 사람들도 있겠죠. 제 주위에도 처음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이유에서든 처음부터 기대를 조금이라도 했던 사람들이 끝까지 즐겁게 함께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실행위원회가 제대로 못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전평화운동의 대중적 기초를 튼튼히 하겠다며 대중의 직접 참여에 근거한 운동, 평화행동과 불복종의 상상력을 키우는 운동을 만들어가려 했으나 한계가 많습니다. '재판'이라는 형식을 하나의 집결점으로 삼은 것이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많았습니다.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잖아요? 오히려 상상력을 위축시키는 아이템이었지요. 그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듯하다는... 제가 혼자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길게 말씀을 드리기는 힘드네요. (그래도 '이름없는 공연팀'의 퍼포먼스나 '혜화역 4번출구'의 거리부흥집회 ^^ 가 전범민중재판운동과 만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꺼예요. 끈질기게 물고 떨어지지 않는 싸움, 작은 행동을 모아내는 작은 행동, 주인이 따로없는 밀알들을 위한 공간... 을 만들어가야겠죠. 고맙게 글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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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3 19:57 2004/12/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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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류 2004/12/13 20:01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재판운동을 운동으로 이어나가는 것, 도 고민이지만 제가 얼마나 이 운동을 꾸준히 함께 할 수 있을까,도 충분히 정리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자꾸 말을 아끼게 되다가도, 시작하면 주절주절 말이 많아지네요. 복작복작 ㅡ.ㅡ

  2. kanjang_gongjang 2004/12/13 20: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네 직접 밀알들을 모으는 작업을 하셔서 저보다 많은 고민을 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다만, 시작한 싸움 끝까지 간다가 제가 삶의 좌우명이요. 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게 술먹고 떠벌이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제 삶 그렇지 못하였답니다.

  3. kanjang_gongjang 2004/12/13 20:04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투쟁하고자 하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시작이요. 끝을 맺고자 하는 한판 투쟁이라 생각합니다.
    미류님이라도 그 길에서 열심히 투쟁을 하고 반전평화와 전쟁이 없는 세상을 꿈을 모두에게 나눠주기를 바랍니다.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그 길에 저도 작지만 힘 보태겠습니다.

  4. 미류 2004/12/14 09:48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오타맨은 끝까지 갈 꺼예요. 전 오타맨 글 보면서, 중간에 돌아서는 오타맨을 상상할 수가 없거든요. ^^;; 오며가며 자주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5. kanjang_gongjang 2004/12/14 19:29 고유주소 고치기 답하기

    넵... 저두 오면 흔적 남기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