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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을 위한 나라는 없다


대전지방노동청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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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방노동청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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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지 않은 거 맞습니다.
예, 백이십만 원입니다. 한 달 치 맞습니다.
주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그렇게 적은 돈 아닙니다. 힘들다는 건 인정하죠. 아니~ 저도 그렇게 일합니다. 물론 야간을 뛰면 힘들죠. 예, 야간 했습니다. 저녁 여섯 시부터 다음 날 여섯 시까지 일합니다.
밤에 뭐... 야식 좀 먹고... 잠깐 잠깐 쉬죠. 어떻게 계속 일합니까? 예, 정해진 휴식 시간은 없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쉽니다. 아 글쎄 힘든 거 안다니까요. 그렇다고 백이십만 원이 적은 돈입니까? 한국 사람들도 그렇게 일하고 백오십만 원 가지고 가요. 우리 회사가 그렇다고요. 아니 그럼 한국 사람하고 똑같이 주라는 말씀이십니까? 똑같이 줄 거라면 왜 외국인을 씁니까? 같은 돈 줄 거라면 한국 사람한테 줘야지. 그렇지 않아요?
걔가 어떤 앤지 아세요?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애예요. 나도 처음엔 걔한테 잘 해주려고 했어요. 불쌍하니까. 남의 나라 와서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냐, 이런 생각했어요. 돈 벌러 왔지만 돈이 다가 아니니까 동생처럼 자식처럼 대하자,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뭐라더라? 응~ 밥이 맛이 없다나? 참내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니 애들도 아니고 무슨 밥투정을 합니까? 우리 회사 와서 식사 한 번 해 보세요. 몇 만 원짜리 한정식엔 비할 순 없지만 맛있습니다. 그런데 밥이 맛이 없다고. 그래도 남의 나라 와서 고생하는데... 먹는 거는 잘 해줘야지 해서 식당 아줌마한테 신경 좀 쓰라고 했습니다. 돼지고기 안 먹네, 뭐 안 먹네 그래서 반찬도 신경 많이 썼습니다. 다른 회사 가 보세요. 우리만큼 하는 데 있나.
아니 아니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옷도 사주고 그랬어요. 아 물어보세요. 내가 얼마나 잘 해줬나. 나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닙니다. 내가 틈틈이 내 사무실로 불러서 집에 전화 하라고, 내 전화로 국제전화도 하고 그랬어요. 걔가 그런 말은 안 합디까? 내가 얼마나 잘 해줬나... 내가 아주 나쁜 놈이랍디까?
지가 나간다고 했어요. 눈치를 보니 몇 푼 더 준다는 데가 있었나보더라고요. 얘네들은요, 의리고 예의고 없어요. 그냥 돈 더 준다고 하면 나가요. 그건 제가 알죠.
힘들기야 힘들었겠죠. 밤에 일하는 것이 쉽진 않으니까. 그래도 그러면 안 되죠.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 해줬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돈이라는 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그런 건데 사람한테 잘 하고 뭐 그런 게 있어야지 이놈들은 그런 게 아예 없어요. 그냥 온리 머니예요.
올려주겠다고 했죠. 조금만 더 일하면 내가 올려주겠다, 그랬습니다.
예, 못 줍니다. 괘씸해서 줄 수가 없습니다.
아니 그런데 걔는 왜 안 왔습니까? 지가 잘못한 게 없으면 와서 당당하게 돈 달라고 하면 되지 왜 안 왔답니까?
아니 못 줍니다. 오든 안 오든 줄 생각 없습니다.

대전지방검찰청

제가, 거 어디죠? 노동부? 노동청? 거기서 조사 받을 때도 이야기했지만 얘가 아주 싸가지 없는 앱니다. 돈 몇 푼 더 달라고 하다가 내가 안 된다고 하니까 그냥 나가버린 앤데 이런 애들한텐 그냥 돈 달라고 할 때 돈 주고 이러면 안 됩니다. 버릇을 고쳐줘야 합니다.
권리라는 것도 자기가 할 바를 한 다음에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돈을 받으려면 그만한 일을 하고, 아 글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니까요. 일을 제대로 하고 돈을 달라고 해야지... 짜르는 것도... 그게 그래요. 저는 걔를 동생처럼 생각했습니다. 조금 마음에 안 든다고 어떻게 짜릅니까? 알고 있습니다. 근로자는 회사가 마음에 안 들면 그만 두면 되고, 사장은 근로자가 마음에 안 들면 짜르면 되는 거 압니다. 그래도 내가 내 식구다, 이렇게 생각하고 지냈는데 어떻게 짜릅니까?
아 글쎄,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아 글쎄 그랬는데 얘가 그걸 이용하는 거예요. 제가 얘를 동생처럼 여기고 전화도 시켜주고... 제가 제 사무실로 불러서 집에 전화도 하게하고 그랬습니다. 지 부모 목소리 듣고 싶을 거 아니에요. 걔 때문에 전화비 엄청 나왔습니다. 그렇게 전화도 시켜주고 옷도 사주고 그랬는데 얘가 그걸 이용하는 거예요. 사람이 좋으니까 그 마음을 이용해서 어느 날 갑자기 월급을 올려 달라 그러는 겁니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 외국인 놈들한텐 잘 해줄 필요 없어요.
그 일을 걔 혼자서 했어요. 걔가 그걸 안거죠. 내가 나가면 회사가 안 돌아가겠구나. 나쁜 새끼지 나한테 그런 걸로 협박을 해? 그래서 제가 그랬습니다. 나가라. 너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 당장 나가라.
그런 새끼한테 무슨 돈을 줍니까? 내가 지한테 얼마나 잘 했는데, 정말 내 가족처럼 생각하고 동생처럼 생각했는데. 내가 전화도 시켜주고 그랬는데... 전화비가 얼마나 나왔는지 영수증 가지고 올까요? 제가 쓴 전화는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몽땅 다 그 놈이 쓴 거예요. 그랬는데 돈 몇 푼 더 준다고 다른 회사로 홀랑 가 버리고. 아주 이런 놈들은 버릇을 고쳐놔야 해요.
아, 저는 절대로 돈을 줄 생각이 없습니다. 벌금이 얼마가 나와도 좋고 재판까지 가도 좋습니다. 대법원에 가서 지더라도 돈을 줄 생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녹록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생각입니다. 뭐 사장 한 명이 이렇게 설친다고 달라지겠느냐 그런 생각 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대한민국 헌법을 고치더라도 이건 바로 잡을 생각입니다.
무슨 말씀을... 제가 무슨 국회의원까지... 그런 거 아니고요, 저는 대한민국의 법을 악용해서 사장들에게 협박이나 일삼는 이런 놈들을 그냥 둘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죠. 외국인근로자가 다 그런 건 아니죠.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도 많을 겁니다. 가족처럼 잘 지내는 회사도 많이 봤어요.
얘는 안 돼요. 얘는 사장의 약점을 파서 협박을 하는 애예요. 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거 알고... 아니 글쎄. 제가 이 말씀 안 드렸나요? 백이십만 원, 그거 적은 돈 아닙니다. 아니 글쎄. 예, 맞습니다. 야간 근무했습니다. 몇 달 했죠. 예, 거기에 적힌 게 맞습니다. 아니 글쎄. 저는, 걔가 힘든 거 안다니까요. 그래서 제가 동생처럼 여겼다는 거 아닙니까? 제가 걔를 보면 마음이 짠~ 하더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얼마나 힘들겠나, 얼마나 외롭겠나. 그래서 제가 얘를 볼 때마다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전화라도 한 통화 더 하게 하고 그랬어요.
아니 글쎄. 그러니까 저는 걔가 더 괘씸한 거예요. 내가 그렇게 잘 해줬는데 기껏 한다는 짓이 협박이나 하고. 아니 그게 협박이죠. 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간다는 거 알고 돈 올려달라고 하는 게 협박 아닌가요? 아니 그게 협박이 아니면 뭐가 협박입니까?
줄만큼 줬다니까요. 백이십만원이 적습니까? 한국 놈들은 오지 않죠. 그 돈 받고 누가 밤에 그렇게 일합니까? 이백만 원을 줘도 안 합니다.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과 외국인을 같이 보면 안 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보세요. 한국 사람한테 주는 만큼 외국인한테도 줘야 하는지. 아마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겁니다. 그럼요. 적지 않습니다. 많이 줬다고는 하지 못하지만 절대 적은 돈 아닙니다.
예, 못 줍니다. 줄 생각 없습니다. 재판까지 가더라도 못 줍니다. 대법원에서 주라고 해도 못 줍니다.

대전이주노동자연대

사실 제가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닙니다. 잘 한다고 했고, 동생처럼 여기고 참 신경 많이 썼는데... 예, 다 아시는 내용이시죠. 다만 저는 정말 걔한테 잘 해줬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고... 예...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돈만 드리면... 아, 예, 입금하면 된다고 해서... 예, 지금 바로 입금하겠습니다. 잠깐만... (휴대전화로 백이십만 원 폰뱅킹 입금) 통장 확인해 보시고... 아, 예, 그럼 제가 통장을 복사해서 팩스로 보내 드릴 테니까... 아, 예,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바로 복사해서 보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 예, 감사합니다.
저... 그럼 다 마친 건가요? 아, 예, 감사합니다.
사실 제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걔한테 정말 잘 해줬는데... 아, 예.
그리고... 서류들은... 지금 주시면 제가 제출해도... 아, 예, 그럼, 부탁드립니다.
이거 뭐라도 사왔어야 하는데... 나중에 좋은 자리에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식 | 대전이주노동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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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17시03분  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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