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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몬스터’(로버트 저겐 저)

‘리틀 몬스터’(로버트 저겐 저)

-대학교수가 된 ADHD 소년

 

201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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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의 원제목은 ‘The Little Monster Growing Up With ADHD’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ADHD와 함께 자란 리틀 몬스터’ 쯤 될 성 싶다. 아마도 출판사는 ‘ADHD’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대학교수’라는 성공의 단어로 대비시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 전에 ADHD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두 가지 뿐이었다. 하나는 나의 사랑스런 조카 중의 한 명이 ADHD진단을 받아서 그의 엄마가 아이가 어릴 적에 맞벌이를 나간 것에 대해 매우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통ADHD(주의력결핍 및 과잉 행동장애)를 통틀어 부르지만 ‘AD’와 ‘HD’를 구분하여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책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는 나는 책을 보는 중에 자녀의 ADHD로 인해 괴로워 하는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순간, 마음에는 연민의 마음이 일었지만 담당하시는 상담자는 단호하게 말하였다. “아이의 ADHD를 핑계로 부모의 잘못을 피하는 것은 아닌가?” ADHD에 대한 진단이 너무 유행처럼 남발되는 것은 아닌지를 염려한 상담자의 이야기에 먼저 떠오른 것은 나의 조카였다. 그는 비록 일반적인 학업 성적이 좋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 지금도 잘 성장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다섯 형제의 막내로 태어났다. 우리 부모들이 자식이 속을 썩이면 말하게 되는 ‘웬수덩어리’정도 의미인 이 ‘리틀 몬스터’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부주의한 행동과 난리법석을 부리면서 자라났다. 당연히 학업성적은 바닥이었고, 사회적 관계 역시 잘 맺지 못하는 그는 스스로를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저자는 어떤 계기로 ADHD에 대한 정밀 진단을 받고, ADHD 지지집단에 참가하게 되었다. 저자는 그 순간을 결혼과 아이의 출생을 제외한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한다. 이제까지 자신을 별종으로, 미쳐가고 있는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던 삶이 ‘단지’ ADHD를 가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가 말하듯이 ADHD의 발견이 삶을 완벽하게 바꾸어 준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는 주의를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HD(과잉행동장애)의 특성을 학업의 에너지로 바꾸는 전략을 구사하게 되었다.

 

참 이상하다. 어떻게 ADHD를 인식한 것을 최고의 순간으로 여길 수 있는가? 아마도 병의 발작(Access)을 ‘허용(Access)의 순간’으로 인식하였기에 그럴 수 있었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인정(Access)과 그로 인한 새로운 출발점에 대한 접근(Access)을 그 스스로 허용하였기에 그는 새로운 가능성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저자의 삶은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책과 강연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의 삶은 보통 사람들의 삶과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이 때로는 그와 주위의 사람들을 당혹하게도 하지만 그는 ADHD가 주는 선물을 잘 활용하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그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다름을 장점으로 바꾸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야기를 이론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당사자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이 책은 참 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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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보다 강한’(디팩 초프라 저)

‘중독보다 강한’(디팩 초프라 저)

-빗나간 열망을 다스리는 지혜

 

201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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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팩 초프라는 인도계 미국인으로 내분비 전공의였으나 이후 대체의학과 영적 명상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자 연설가이다. 얼마 전, 동서양의 생명문화 융합운동을 위해 한국의 방문한 그는 김미경쇼에 출연하여 많은 감동을 전해주었다.

그 스스로 현대의학의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대체의학과 영성 치료로 방향을 바꾼 것은 자기의 행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의사로서의 성공이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것은 스트레스와 시가뿐이었다는 그는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만나면서 자신의 방향을 심신(心身)의학으로 확장하게 된다.

 

이 책 ‘중독보다 강한’은 부제 ‘빗나간 열망을 다스리는 지혜’가 보여주듯이 중독에 대한 부정적 묘사보다 이를 인정하고, 보다 완전함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중독자를 분노와 절망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길 잃은 구도자’라 부른다. 그들은 단지 보다 나은 즐거움과 초월적 체험을 갖고자 했던 것이다. “중독이란 틀린 곳에서 옳은 것을 찾는 행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중독은 심각하게 타락한 진정한 기쁨의 대체물일 뿐이다.” 그러기에 저자는 중독을 다루기 위해서 우리 안의 내재되어 있는 완전성을 일깨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

저자는 사람의 생존에 ‘영혼의 음식’ 역시 필요한 요소이며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서 인류는 일상의 현실을 넘어선 기쁨(Joy), 즉 황홀경을 경험하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물질지향의 사회는 ‘진정 심오한 체험 대신 다양한 자극적 활동과 감각을 마비시키는 대체물을 찾아내 왔다.’ 사람들의 ‘영적 공백은 자기 파괴적 반응을 낳게’ 되고, 사람들은 ‘기쁨이라는 비물질적 요구에 대해 술과 마약, 위험한 성행위 등 물질적 반응’을 하게 된다.

저자는 행복은 ‘외부적 이유에 대한 내면적 결과’인데 반해 기쁨(joy)은 ‘가슴과 영혼으로부터 세계로 투영된’ 우리 자신의 본연이라고 말한다. 행복이 찾거나 구입하려고 애쓰는 것이지만 기쁨은 원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안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외부에서 행복을 찾게 된다면 그 체험은 ‘고통이나 즐거움의 꼬리표가 붙어 기억’된다. 우리말로 ‘업(業)’으로 해석되는 카르마(karma)는 산스크리트어로 ‘행동’을 뜻하는데 우리의 행동과 말, 생각은 ‘행동-기억-욕망’의 조합 형태로 우리의 세포 안에 저장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중독행위의 교정에는 중독 이전의 자신이 좋아했던 행동을 되살리고, 중독 체험과정에 대해 세밀하게 기억해보는 마음 챙김의 훈련을 통해 현재의 순간을 완전하게 자각하는 새로운 기쁨을 체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보다 높은 차원의 즐거움을 느끼면 열등한 즐거움은 지워버릴 수’ 있고 ‘기쁨을 아는 첫 걸음은 단순히 자신을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3.

저자는 ‘사람의 상태를 진정으로 파악하려면 신체적 징후들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심지어는 영적 기질까지’ 알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인도의학인 아유르베다를 인용하여 에테르, 공기, 불, 물, 흙 등 우주의 5대 원소와 인간 심신의 세 가지 본질적 지배 원리인 ‘도샤’를 설명하고 있다. 도샤는 우리의 사상의학에서 사상체질의 구분과 유사한 것으로 움직임의 원리인 ‘바타 도샤’와 에너지와 신진대사의 원리인 ‘피타 도샤’, 생리구조와 골격 체계의 원리인 ‘카파 도샤’로 구분된다. 이 도샤들은 때로는 단일하게, 때로는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간단히 중독과 관련해서 살펴보자. “충동적인 행위와 신경 불안정은 균형을 잃은 바타 탓이다. 중독을 언제든 끊을 수 있다는 자기 통제력에 대한 과신은 피타 불균형 때문이다. 물질 남용을 견딜 수 있는 카파 유형은 변화에 둔감하기 쉬운 성향과 결합하면 치료에 저항적인 면을 만든다.”

저자는 책을 통하여 마약과 알코올, 담배 및 음식 중독에 관한 각각의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치유의 진정한 기반은 진정한 기쁨을 찾기 위한 선택이다. 저자는 ‘선택은 의식적인 생각에서부터 생화학적인 선택까지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4.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중독을 경험한다. 그것이 비록 의학적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중독된 그 무엇으로 인해 삶이 복잡해지기도 하고 평정심을 잃어버리는 경험들이 한 둘은 있을게다. 아니면 새로운 행동과 생각을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갖기도 한다. 그것은 나에게 익숙한 행동과 사고의 패턴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기도 하다.

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저자는 여러 가지 식사요법과 운동요법, 명상요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본연적 모습을 인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쁨의 모습을 찾는 과정은 굳이 ‘영성’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행복해지는 비결이다.

얼마 전에는 항상 뾰로통해있고, 가끔 이상적인 행동을 하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루는 이 아이의 얼굴이 매우 밝았고 맑아보였다. 물론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다른 사정이 있었지만 아이는 자신의 행동과 생각을 바꾸고 싶어 하였다. 그러면서도 다시 익숙한 행동과 생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을 극단적으로 염려하였다.

이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생각을 바꾸기로 마음먹은 게 언제니?”

“이틀 전이요.”

“그럼 그저께 마음먹고, 어제부터 환하게 지내고 있었네? 그럼 네 마음처럼 성공할 확률은 80% 이상이겠는데? 누구나 마음먹기는 쉬어도 너처럼 행동하기가 쉽지 않거든.”

“이번에도 못 고치면 저는 그냥 확…”

“아니야. 어제 오늘, 너는 매우 기분이 좋아 보여. 그렇지? 아마 일주일 정도 지나면 마음이 약해져서 예전처럼 하고 싶은 마음도 들 수도 있어. 그때에는 어제와 오늘에 느꼈던 기분, 기쁨을 생각해보면 잘 되지 않을까?”

책의 내용이 생각이 나서 이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면서도 이 말은 나에게도 해당되는 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2~30대를 노동운동의 한 구석에서 일을 했던 것은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그 활동 속에서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었고, 사회의 진보를 위해 내 몫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그러나 활동 그 자체의 ‘기쁨’은 성과와 평가라는 기준이 적용되면서 사라졌다. 성과와 평가에 대한 중독이 너무나 길어서인지 그 기쁨을 직접적으로 다시 마주하기는 힘들지만 나는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나 기쁨을 다른 형태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나에게 상처가 되는 또 다른 일이 생겼었다. 아직도 나는 그 상처와 충분히 마주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 일이 있기 전에 누렸던 기쁨(Joy)을 나는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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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14

두 달 전에 맘먹고 텀블러를 하나 샀습니다. 그동안 사은품으로 딸려오던 것만 쓰다가 가방에 넣고 다니려니 밀폐가 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더군요. 마음에 드는 것도 별로 없구요. 한참을 찾다 소위 '아령 텀블러'라는 것을 샀습니다. 모양이 아령과 비슷해서 붙혀진 이름이라는군요. 이 물건에는 거름망이 있어 차잎을 넣어 먹을 수도 있답니다. 추운 날씨에도 오래 보온이 유지되서 천천히 마셔서 몰랐는데 요새 냉커피를 마시다보니 급히 음료를 마실 수가 없더군요. 거름망때문입니다. 급히 목마름을 해갈하려고 텀블러를 높히 꺽었다가 다시 각을 낮추어 마시기를 여러 번 반복하게 됩니다. 거름망은 제가 물을 급히 마시려다 흘리는 실수를 막아주는 것이죠.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처럼 천천히 생각하고 행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내 인생에 거름망 하나 더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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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오가와 이토 저)

 달팽이 식당’(오가와 이토 저)

201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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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장을 넘겨 첫 줄을 읽다보니 ! 이거 영화로 봤던 건데.’ 제목조차 기억 못한 것을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하다가 이 영화감독은 참 편히 영화를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973년생인 작가는 마치 영화 한 편을 보여주는 듯이 세밀한 묘사를 하고 있었다.

참 가슴 따뜻해지는 소설, ‘달팽이 식당이다.

 

2.

여주인공 린코는 애인과 함께 식당을 차리고자 모았던 돈을 애인이 들고 도망가자 15살에 집을 나온 이후, 1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외할머니가 남겨주신 겨된장 단지와 함께. 그녀는 자신이 불륜으로 태어난 자식이라고 믿고 어머니와 갈등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고향에 정착한 그녀는 어머니에게 고리의 돈을 빌려 창고를 개조해서 달팽이 식당을 열기로 한다.

애인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처는 헤아릴 수 없이 컸지만, 그래도 그것을 계기로 인생이 크게 한 걸음 전진했다.”

그녀는 그녀의 오랜 꿈이었던 이 식당을 초등학생의 가방처럼 등에 짊어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달팽이 식당이라 이름 지었다. 하루 한 팀만 받기로 한 달팽이 식당은 온전히 한 손님()에게 주어지는 정찬인 것이다. 달팽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은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 같은 경험들을 하게 되고, 주인공은 자연 속에서 행복한 성장을 만들어 간다.

지금까지는 내가 모든 요리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단순히 소재와 소재를 조합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더 나아가서 본다면 농민들도 채소를 키울 수는 있어도 채소의 씨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주인공 린코도, 외국인 신부가 도망간 구마씨도, 애인의 죽음 이후 몇 십 년을 상복을 입고 지낸 첩 할머니도, 거식증에 걸린 토끼도, 린코의 어머니도 모두 관계에 상처받은 이들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립고, 그이의 손길이 목말라 있는 이들이다.

그 아픔을 이겨내는 것은 주인공의 요리 솜씨가 아니라 온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과 정성이다. 만드는 이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요리가 몸과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3.

스무 두 살, 세 살 무렵에 1년 가까이 토스트 장사를 한 적이 있다. 중간에 쉬다 하니 두 번의 겨울을 어묵 국물을 내고, 계란을 부치는 일로 났었다. 알바보다 더 벌 듯 하여 시작한 일이었지만 장사는 손님과의 약속이라는 형님의 엄명에 정기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리어카를 끌고 거리로 나섰다.

퇴근 무렵, 길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 삶이 하나같이 피곤해 보였다. 처음에는 손님들이 다 돈으로 보이더니 단골도 생기고, 500원 짜리 토스트에 어묵 국물을 그냥 먹어도 되냐 말해주는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돈이 없던 시절, 그래도 말 벗해준다고 찾아오는 친구들과 몇 달을 무뚝뚝하게 대하시다 단속반에 걸려 리어카는 뺏기고 음식 재료는 땅바닥에 내버려져 겁먹고 실망한 나에게 다가와 위로해주시던 호두과자 형님, 단속반에 나대신 맞서 항의하던 옷가게 아가씨들. 지금, 그 모두가 그립고 고맙다.

내 생의 첫 조카 녀석은 요리사가 꿈이다. 고등학교부터 군대, 대학까지 한 길로 가고 있는 녀석은 아마도 내 토스트를 먹어 본 유일한 조카이다. 나야 본격적인 경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요리는 불을 다루는 일이라 항상 위험이 숨어있다. 군에서 조리 중 화상을 입었던 조카는 요리라는 직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다.

하지만, 세상에 달기만 한 직업이 어디 있으랴? 힘들지 않은 일만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나는 그 녀석이 좋은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어떤 결정이든 나는 녀석을 응원할 것이다.

살다보면 견디기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누구는 쉽게 훌훌 털고 일어나는데, 누구는 오랜 시간 그 안에서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각자 훌륭한 요리사도, 성실한 농부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

그 씨앗의 싹을 틔우는 일은 내 마음에 달린 일이며, 실천하는 행동의 결과이다. 또한 봄비처럼 주변 사람들이 보내는 연대의 응원에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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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게’(기타가와 야스시 저)

 ‘편지가게’(기타가와 야스시 저)

201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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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감문은 ‘편지가게’처럼 존댓말로 쓰고 싶군요. 이 글 역시 당신에게 드리는 저의 편지니까요.^^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라는 부제가 달린 책 ’편지가게‘는 일본의 20대 청년에게 보내는 저자의 편지입니다. 장기불황 속에서 발생한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과 프리터(Free+Arbeiter)로 표현되는 일본의 청년실업과 일자리의 비정규직화는 중요한 사회문제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현실도 이에 못지않게 열악합니다. ‘88만원 세대’는 단지 청년의 고용현황에 대한 표현이 아니라 전체 고용시장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일 것입니다.

사실, 저는 소위 자기계발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몇 권 읽어보기도 하였지만 ‘변화하라’는 메시지가 달리는 말에 내리쳐지는 채찍과 같은 끔찍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이라는 용어도 동아시아 일부에서만 쓰는 용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쨌든 모든 일을 살펴볼 때 두루두루 살펴봐야 하는 것처럼 어떤 문제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로만 파악해서는 안 되듯이 일이 안되는 탓을 자신의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2.

‘편지가게’는 주인공 료타가 우연히(?) 발견한 편지가게와 주고받은 편지를 통해 젊은 세대가 가져야 하는 직업관과 성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론 픽션인 내용이지만 저자가 자신을 도와준 대학생을 위해 쓴 책이라 저자가 보내는 응원의 편지인 셈입니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료타에게 편지가게는 돈으로만 환산되지 않는 자신만의 교환가치를 가질 것을 조언하고, 스스로의 꿈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결국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보다는 자신이 재미있어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과 그 꿈의 실현을 통해 세상을 바꿀 것을 조심스레 말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많은 이들이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줍니다.

솔직히 저자의 어떤 생각에 대해서 저는 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회사인간’이라는 일본식 용어와 비슷한 저자의 취업관이나 취업이 꿈의 실현이 아닌 생존 조건이 되어버린 현실과의 괴리 때문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하라는 말은 마음에 많이 와 닿았습니다. 요사이 저의 고민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3. 

얼마 전, 저와 같이 일하고 있는 청소년 쉼터의 젊은 실무자들과 밥을 먹는데 한 분이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우세요?”

저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15년의 직장 생활에서 일과 저의 꿈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단지 ‘수단’이고, 거쳐서 가야하는 ‘경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노동’과 나의 ‘이상’은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후회스러운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습니다.

어제는 형님과 술 한 잔을 하다가 말미에 고3인 조카와 같이 자리를 했습니다. 조카는 진로에 대해 2년 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해서 나름 짜고 있는 전략도 들려주는 조카에게 왜 그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잖아요.”

사내아이인 조카의 꿈은 간호사였습니다. ‘학업성적이 좋지 않아 의대는 못 가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조카는 예전보다 부쩍 커버린 모습으로 저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보다 그 일을 통해 자신이 기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4.

어릴 적부터 꽤 많은 일들을 해보았습니다. 몰래하다 누나에게 걸려 혼난 신문배달부터 노가다, 공장 일과 노점 장사, 학원 강사까지 다양한 일을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정직하게 돈을 버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맺었던 다양한 사회관계 역시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습니다.

새롭게 세상으로 걸어가는 청춘들이 다양한 경험 속에서 자신에게 맞고, 즐거울 수 있는 노동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조금 더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편지가게’가 이야기하는 ‘당신을 응원하는 대응원단’의 한 명으로 저 역시도 도움이 되겠다는 말로 이만 편지를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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