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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0
    전자여권을 신청하고 돌아오면서 든 생각(2)
    바람-1-9

전자여권을 신청하고 돌아오면서 든 생각

오늘 지난 연말에 만기가 된 여권을 대체할 여권을 신청했다. 이제는 다 전자여권만 발급이 가능하단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전자여권을 보고싶다는 열성적인 권유로 신청을 하기로 했다. 여권 사진 이만원, 여권 신청비 오만오천원, 이리 저리 오가며 교통비 한 삼천원 쓴 것 같다.

전자여권에는 교통카드가 되는 신용카드처럼 칩이 들어가 있다. 거기에는 여권에 있는 정보들이 들어가는 모양이다. 정부는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려면 필요하고 여권 위조 및 변조도 막는다고 하면서 선전을 해대는 모양이다. 음.... 뭔가 좋은 이야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왜 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여권을 만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냥 출국할 때 내가 거주하는 주소, 이름, 생년월일 쓰고 입국할 때 입국하는 나라에도 똑 같은 정보 쓰고 입국허가서 하나 받아두면 급할 때 연락하는데도 두 나라 모두 가능할텐데 무엇하려고 여권을 이리 비싸고 복잡하게 만들어야 하남?

내가 혹시 범죄를 저지르거나 탈세를 하고 도망가거나 아님 다른 나라 들어가서 나쁜 짓이라고 할까봐일까? 그런데 그것하고 여권하고는 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권 보면 내가 어떤 의도로 출국 또는 입국하는지 알 수가 있나? 여권에 아무리 자세히 나에 대해 써놓았다고 해서 내 속마음을 알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불법체류자를 막고 테러리스트를 막겠다는 생각인가? 흠... 여권이나 비자로 이런 것들을 막을 수 있나? 이방인은 다 잠재적으로 나쁜 사람들인가? 이슬람 국가에서 오면 다 잠재적인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스트라고 보아야 하나? 솔직히 여권이나 비자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을 더 확산시키는 이차적인 용도 외에 근본적으로 불법 체류나 테러를 막는 방법이 아니지 않을까?

여권의 위·변조를 걱정하는 그 속내에는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은 이 세계의 불평등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크게 존재하는지 우리가 알고 있기에 생기는 것 같다. 이방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뺐고, 복지 예산을 축내고,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이 생각이 너무나 우숩다. 솔직히 지금 당신과 함께 생활하는 직장 동료가, 옆집 이웃이 당신에게 돌아갈 일자리를 뺏고, 당신에게 돌아갈 복지 예산의 일부를 떼어가고, 당신에게 당장 위협이 되는 행동이나 말을 할 가능성이 오늘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올 어느 '이방인'보다 훨씬 높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다고 내 직장 동료나 이웃과 나를 구별지울 신분증 제도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하지 않지 않는가. 아니 나아가서 내 것을 내 이웃과 직장동료가 뺐어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를 내 문제라고 보통 생각하고 풀려고 노력하지 않나 싶다.

전자여권이 도입되도 여권의 위·변조는 끊이지 않을 거다. 힘들어진다는 것은 위·변조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의미지 불가능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리고 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헤어날 길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 늘어난 비용을 벌기 위해 또 돈을 모을거다. 문제가 해결되었는가? 아니다, 단지 여권 위·변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의 주머니가 조금 더 두둑해진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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