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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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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1-17 13:49:53, Hit : 276, Vote :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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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3)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3)
국제소수자권리집단(Minority Rights Group International)의 2003년 보고서의 부분발췌입니다.

소수자집단과 선주민족들에서 빈곤이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증거들은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제시되는 증거들의 대부분은 빈곤선과 금전적인 빈곤지표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빈곤은 소득의 결핍만이 아니라 권리에 대한 접근과 정치 참여를 포함해야 하는 다층적인 개념이다. 많은 참여적 빈곤 평가를 검토해보면 빈민은 자신들의 상황을 주로 물질적인 결핍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예를 들어 저소득, 고용부족 또는 불안정고용, 식량부족, 보건서비스와 깨끗한 물에 대한 불충분한 접근, 부적절한 주거 등이다. 하지만 또한 빈민은 비물질적인 사회적, 심리적 요인들에도 비중을 둔다. 예를 들어 불안정, 사회적․정치적 분쟁, 자율성의 부족과 의사결정제도에서의 배제 등이다. 소수자와 선주민의 빈곤문제를 토론함에 있어 이러한 비물질적 요소들이 사실상 가장 중요하다. 이들에게 참여의 문제, 자율성, 정체성, 존엄성의 문제는 소비, 지출, 소득의 일정 수준을 성취하는 것만큼이나 또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금전적인 접근에 초점을 맞춘 빈곤 평가 방법은 빈곤의 다른 차원을 놓칠 수 있다. 그로 인해 빈곤수준이 잘못 평가될 수 있다. 즉, 과소평가되거나 과대평가될 수 있다.

소수자와 선주민의 빈곤 문제는 어디에서 이들 집단이 살아가며, 그들의 생계가 무엇에 의존하며, 그들에 대한 차별의 성격과 정도가 어떠하냐에 달려있다. 소득 빈곤은 차별과 사회적 배제의 충분한 증거가 되지 못한다. 금전적 지표 외에 다른 요소를 검토할 때 소수자와 선주민은 극빈층에 속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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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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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1-11 11:34:52, Hit : 267, Vote :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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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2)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2)
국제소수자권리집단(Minority Rights Group International)의 2003년 보고서의 부분발췌입니다.


빈곤
대략적으로 세계인구의 5분의 1이 극빈상태로 정의된다(예를 들어 이들은 하루 1달러 미만의 소득으로 살아간다). 소수자 집단이 빈민 중에서 가장 광범위한 집단을 구성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빈곤은 소수자 집단과 선주민 가운데 높은 발생율을 보이며 기타의 발전 지표들도 이들에게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난다. 수많은 국가들의 경험적 증거들은 소수자들이 소득빈곤자가 되기 쉬우며 낮은 수준의 교육 성취와 정규 직업 기술, 열악한 건강과 권력체계에 대한 제한된 접근을 보여준다.

이용할 수 있는 통계가 제한돼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지역의 조사들은 소수자와 선주민족에게 빈곤이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을 제시한다.
선진국 중에서, 미국은 불평등, 배제, 차별에 관한 가장 풍부한 자료를 가졌다. 미국을 민족성에 근거하여 두개의 나라로 분류한다면, 백인으로 이뤄진 한 나라는 인간발전지표 순위에서 1등을 할 것이고, 다른 하나, 즉 흑인으로 이뤄진 나라는 31위가 될 것이다. 흑인 아동은 백인 아동보다 빈곤 속에서 성장하기가 십상이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경우에는 소수민족집단의 세대주는 비소수민족 집단의 경우보다 소득 분배에서 하위 20%에 해당하기가 쉽다.

아시아와 태평양에서도 빈곤문제는 민족적 소수자와 선주민족과 결부된다. 중국의 경우,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의 약 8%인데 이들이 빈곤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인도의 경우 지정카스트(불가촉천민)와 종족이 빈민이 되기 쉽다. 한 연구에 따르면 불가촉천민과 종족의 평균소비수준은 빈곤선보다 15% 정도 높을 뿐인데, 다른 인구집단의 경우 51%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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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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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1-06 18:48:45, Hit : 295, Vote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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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1)
소수민족이 겪는 인권문제들을 알아가는 글을 계속 찾아볼 계획입니다. '국경없는 친구들'은 버마 내 소수민족과 그들이 겪는 인권문제와 함께 하는 단체이고, 우리 만원계는 '국경없는 친구들'의 활동가를 지원하는 모임입니다. 그들이 겪고 있는 인권문제를 알아가는 노력도 우리 활동의 일환입니다. 새해가 됐으니 좀더 부지런하게 알아보도록 하지요.


사회적 배제에서 경제적 배제까지: 소수민과 선주민의 경험(1)
국제소수자권리집단(Minority Rights Group International)의 2003년 보고서의 부분발췌입니다.

경제적 배제의 개념은 사회적 배제라는 전체적 구조속에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 사회적 배제의 개념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적 관계속의 참여로부터 배제되고 있는 현상으로서 빈곤과 박탈이라는 중요한 차원의 문제로 여겨져왔다. 사회적 배제의 개념은 유럽국가들의 사회정책 변화에 대한 논쟁, 특히 70년대의 고용과 사회보장정책에 대한 논쟁으로부터 나왔다. 사회적 배제의 개념은 2001년 3월 스톡홀름 유럽회의에서 재확인됐으며, 이 회의는 사회적 배제와의 싸움을 EU에 가장 중대한 문제로 선언했다.

‘사회적 배제’라는 용어는 대개 경제적․정치적 배제 둘다를 포괄하는 것으로서 많은 연구들은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사람들(예를 들어 실업, 토지․주거․대부 등의 자산에 대해 접근할 수 없음)과 정치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사람들(예를 들어, 지역 또는 국가의 정치적 과정에 참여할 수 없음)을 포함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소수자 집단과 선주민들이 겪는 사회적 배제의 차원>

-건강: 의료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움, 높은 유아사망률, 낮은 기대수명, 높은 질병율과 영양실조
-교육: 학교에 대한 낮은 접근, 낮은 등록률, 낮은 교육적 성취, 학교에서의 소수민 또는 선주민 언어의 결여
-주거와 토지: 열악한 주거 환경, 과밀, 주택구입을 위한 대부에 접근하기 취약함, 불안정한 재산권, 개발 프로젝트에 의한 이주
-사회기본시설: 물리적 고립, 도로․위생․안전한 물․전기 및 통신에 대한 열악한 접근
-고용: 높은 실업률, 임시 고용 계약, 차별적인 고용관행, 빈곤한 승진 전망, 저임금
-생산: 전통적인 호구지책(예를 들어 유목), 전통적 형태의 농업과 토지 이용
-분쟁과 범죄: 민족 갈등, 경찰에 의한 피해, 높은 투옥률
-참여: 국가가 소수자나 선주민족을 인정치 않음, 의사결정기구에서 대표자가 없거나 거의 대변되지 못함

-->다음에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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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납부 20인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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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대환  (2006-01-02 18:04:25, Hit : 284, Vote :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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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납부 20인을 위해서
2006년에는 실제 만원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를 20명까지 늘렸으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대중적으로 대규모로 회원확대 사업을 할 필요도 없고, 적절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20명만 되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국경없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회원배가 사업, 뭐 이런 것이 아니라 실제 1만원씩 함께 하고자 하는 분을 조금 더 찾아보도록 하죠!
현재 10여명이 조금 넘게 안정적인 후원을 하고 있으니 한사람이 한사람만 더 찾아내면 되지 않을까요? 그냥 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1만원씩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을 찾으면 될 듯 합니다.

다 함께 노력해 보죠

올 한해도 모든 분들이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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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 2일 후원금 송금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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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6-01-02 16:12:19, Hit : 257, Vote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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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월 2일 후원금 송금내역
안녕하세요. 해가 바뀌었네요. 별다른 감흥은 없지만 12월보다는 1월이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 떡국은 못먹었지만 저도 40대에 들어섰답니다. 그래서 새해에는 좀더 발랄하게 살려구요. 만원계 여러분 모두, 속상한 일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는 한해, 건강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는 한해, 꾸던 꿈 계속 꾸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2006년 첫 후원금 송금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12월 1일 김태* 1만
        유해* 1만
12월 2일 조대* 1만
12월 12일 이윤* 1만
        연상* 1만 5천
12월 19일 황수* 1만 5천
12월 26일 김나* 1만
        이민* 1만
        김재* 1만
        이민* 1만
12월 27일 구태* 1만
12월 31일 류은* 1만
---------------
        계: 13만원

지난달 잔액 235,658원

2006년 1월 2일 송금 150달러+수수료 5천원=157,239원
잔액: 208,419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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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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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5-12-28 14:53:56, Hit : 290, Vote : 47)
Subject  
   한해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고통은 그 순간이 제일 고통스럽고 시간이 가면 잊혀진다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한해동안 정말 고생많았다고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통스런 것들은 다 잊으라고 얘기하고 싶군요.

좋았던 것들은 같은 노력을 더해야 계속 좋은 것으로 유지되고 기억될 수 있을 겁니다. 만원계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일들이 계속되길 바라며, 새해에는 좀더 부지런하게 이 사이트를 운영했으면 합니다. 올 한해 우리가 1명의 국경지대 활동가를 지원한 일이 난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 사람의 친구가 되준 일이라면 내년에는 더욱 든든하고 따뜻한 친구가 되길 바랍니다.

만원계 여러분 모두에게 여유로운 연말연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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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러퍼허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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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숙  (2005-12-20 13:11:19, Hit : 317, Vote : 43)
Subject  
   [펌]러퍼허 아이들
만원계 게시판 초기에 러퍼허 난민학교 아이들의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직접 다녀오신 유해정 님이 쓰신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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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아름답다" - 버마 파안(pa-an)의 아이들



선배에게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곳에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고 엉엉 울기만 했습니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 해맑은 웃음과 고운 마음들을. 불과 4일을 함께 지냈을 뿐인데, 통하는 말이라곤 ‘하이’라는 인사짓 밖에 없었는데 헤어지던 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와 아이들은 부둥켜안고 소리 내 울고 말았습니다.


레퍼허에서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하루 두 끼, 반찬이라곤 나물 두 접시. 평소 때 같으면 ‘배고프다’를 연발하며 식사시간만 기다렸을 텐데 여기서는 그 두 끼를 챙겨먹는다는 것마저 목구멍에 가시라도 걸린 듯 언짢았습니다. 마치 가난한 자의밥그릇을 빼앗은 듯 한 기분으로 내 몫으로 차려진 밥상을 받아 들 때면 기도라는 것을 하지 않곤 배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 당신이 계신다면 이 마을에 꼭 오셔야 합니다. 소년들은 소년병이 되지 않게 하셔야 하고, 여자아이들은 강간당하지 않게 하셔야 합니다." 아이들을 떠나보낸 날부터 저는 한 가지 소망을 더 보탰습니다. “혹여 이마저 욕심이라면 어떻게라도 좋으니까 제발 아이들이 살아남게는 해주셔야 한다”고. “총을 들고, 몸이 불구가 되고, 강간을 피해갈 다른 도리가 없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하셔도 그래도 제발아이들이 살아남게는 해주셔야 한다”고. “그래야 단 하루라도 이 아이들이 공포와 굶주림에서 벗어나 그들의 땅에서 마음껏 웃을 수 있는 날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냐”고.


- 강하나로 교차되는 희비

태국 북부 메솟에서 차로 3시간을 달려 검문소 6곳을 통과하고 나니 차는 좁은 산길로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강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폭이 50m나 될까요? 이 작은 모에이(Moei)강을 경계로 땅은 태국과 버마로 나뉘고, 사람들의 운명도 희비가 엇갈립니다. 차에서 내려 보트로 강을 건너고 가파른 언덕을 지나 레퍼허 마을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분 남짓. 뜨거운 태양 아래로 우리나라의 오두막을 닮은 대나무로 지은 버마의 전통가옥들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레퍼허 마을 사람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건 5년 전.


버마의 민주화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화두지만 버마 소수민족들이 겪어온 인권침해의 역사와 이들의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은 그 참혹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생소하기만 합니다. 버마는 인구의 68%를 차지하며 권력을 장악한 버마족 이외에 샨족·카렌족·카친족·몬족 등 130여 개의 민족이 공존하는 땅입니다. 버마의 침략자 영국은 이런 민족적 특성을 악용해 버마족 위주의 소수민족 통제정책을 폈고 이러한 통치 이데올로기는 1948년 독립 후에도 계속됐습니다. 독립 전부터 버마족을 또 다른 식민통치자로 받아들였던 소수민족들은 이듬해 카렌족의 ‘토운구(Toungoo) 독립국가’ 선포를 기점으로 독립과 연방을 요구하며  저항을 시작했습니다.

설사가상으로 62년 네윈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소수민족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정책을 시작하면서 사태는 더욱 격화됐고요. 들불처럼 번진 독립요구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소수민족들의 외침은 무장투쟁 등을 통해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되고 있습니다. 버마군에게 있어 소수민족은 모두 반군의 추종자일 뿐입니다. 해서 그들은 반군세력이 미칠만한 곳이라고 판단되면 그곳을 철저히 파괴했습니다. 총과 칼 앞에서 법은, 군사독재 정권 앞에서 인권은 아무런 힘도 없습니다. 군인들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죽이고 고문하고 강간하고 폭행했습니다. 버마군에 의한 강제노동의 과정에서 죽거나 고향을 등진 이들의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그 참혹한 역사, 버마 민중들의 고통을 어떻게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파안에 사는 카렌민들 모두가 그렇게 가족을 잃고, 고향을 빼앗기고, 가슴과 몸에 깊숙한 상처를 안고 여기까지 밀려온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정말 우둔한 저는 보이는 평화에 속았습니다. 건물은 보잘 것 없고, 입성과 행색은 초라했지만 전깃불도 들어오지 않는 동네에 사람들이 모여 아이들의 장기자랑에 함박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서로를 아끼며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이 마을이 ‘평화롭다’ 생각했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아이들이 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카렌군(Karen National Union 카렌민족연맹)의 호위를 받으며 마을회관에 모였다는 것을.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가 ‘카렌민족의 해방가’임을. 그 노래를 자칫 잘못 흥얼거렸다간 버마군에 의해 아이는 물론선생님과 가족까지 나아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몰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도. 아이들 모두가 아는 이 간단한 사실을 저는 뒤늦게 서야 알았습니다.


- 목마르기만 한 사람들


레퍼허는 파안에 속한 12개 마을 중 하나입니다. 파안의 전체 인구는 2천여 명. 어른들은 밭을 일구고 물고기를 잡고 사냥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8백여 명의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서 꿈을 키워갑니다. 하지만 정부에 의해 반군 동조세력으로 낙인찍히면서 지원은 물론  심지어는 필요한 학용품을 구해 올 통로마저 막혀버렸습니다. 학교라고는 하지만 대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나뭇잎으로 지붕을 덮어 놓은 큰 공간에 낡은 칠판 3개와 의자가 전부입니다. 교재는 항상 모자라고, 연필이나 공책 같은 간단한 학용품도 이곳에서는 귀하기만 합니다. 기타 하나만 있으면 음악수업이 가능하고, 들에서 나무로 엮은 공을 차는 것이 체육시간 입니다.


평생 학교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한 마을 이장님이 국어를 가르치고, 영어 몇 마디를 안다는 이유로 동네 아저씨가 영어선생님이 됩니다. 언뜻 보면 친자연적이라, 아름답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선택이 아닌 강요된 상황에서, 이것 이외엔 허락되지 않은 조건에서 배워야 하는 아이들도 가르쳐야 하는 선생님들도 목마르기는 마찬가집니다. 오랫동안 계속된 분쟁에서 인생과 꿈을 잃어버린 어른들이기에 태어나 정상적인 생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주고 싶지만 이들은 가난하고 동네는 위험합니다. 해서 태국인이나 고등교육을 마친 버마 난민캠프의 카렌민들을 선생으로 청해보아도 찾는 이는 드물기만 합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미얀마 동부 지역의 아이들 중 11%만이 정상적인 학교에 갈 수 있답니다. 심지어는 종전지역에서도 예산부족과 정부의 강제노동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 하고요.  

- 내꿈은 소년병
"군인이 될 거예요" 꿈이 뭐냐는 질문에 한 꼬맹이가 자랑스럽게 답합니다. 옆에 있는 친구의 꿈도 같습니다. 이제 열 살이나 되었을까요? 머리가 멍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빠집니다. 허를 찔린 기습에 "왜"라는 반문도 못했습니다. 마을 이장 레인보우의 꿈도 군인이 되는 거였답니다. 배꼽친구로 자라 지금은 교장선생님이 된 마이크로와 함께 16살에 군대에 자원했었다고 그가 말합니다. 배불리 먹고 싶어서, 가족들을 죽이고 때린 버마군을 혼내주기 위해서 그는 군인이 되길 바랐답니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가 교전 중 죽는 것을 경험하면서 그는 꿈을 바꿨습니다. 누군가를 죽이는 군인이 아닌 사람들을 돌보고 더불어 사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그는 사람들을 모으고, 마을을 건설하고 학교의 지붕을 올렸습니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마을이 조금씩 변하고 사람들은 활기를 띄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그가 바꾸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의 꿈입니다.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복수를 위해 군인이 되고 싶다는 아이들의 꿈을 바꿔내기에는 언제 버마군이 쳐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은, 아이들의 열악한 현실을 알면서도 버마정부와 태국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떠한 지원도 불가능하다는 국제원조 기구와 NGO들의 한결 같은 답변은 그의 절망을 더욱 깊게만 만듭니다. 그래서일까요? 억지로 끌려간 아이가, 강압을 못이긴 아이들이 더욱 많겠지만 서도 버마 정규군에만 18세 미만의 소년병이 5~8만 명에 이른답니다. 반군진영엔 어느 정도의 소년병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지만 채 10살도 안된 아이들이 소년병이 되겠다며 군 막사를 기웃거리는 것은 여기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항상 똑 같은 밥과 찬, 고기는 생일날이나 볼 수 있는 귀한 동네에서 개떡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별미’ 중 별미이지만, 합창대회 상품으로 탄 손바닥만 한 개떡을 누구랄 것도 없이 엄지손가락만큼 떼어 스무 명의 친구들과 나눠먹으면서도 웃을 줄 아는 아이들이기에, 그들의 꿈에 마음이 무너집니다. 머리빗이, 칫솔이, 크레파스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픈 친구, 몸이 불편한 친구랑 손잡아 놀아주고, 내어준 코코아 한잔 마시고는 컵을 닦아 돌려주는 아이들이기에 심장이 저려옵니다.

처음이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은. 한 명의 아이가 5천원만 있다면 1년 동안교육 받을 수 있는 현실에서, 5천원만 있다면 1년에 3~4번씩 말라리아에 걸려 의식을 잃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주머니가 빈곤한 것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초콜릿을 사오지 않았음을 후회했습니다. 악마의 유혹 같은 달콤함이기에 한 번도 아이들에게 주어본 적이 없지만 맛이라곤 쌀과 야채가 전부인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세상의 단맛을 선물로 주고 싶었습니다. 도둑질을 하고 싶었습니다. 마치 구세주라도 되는 냥 의시되며 가끔 영사기를 가지고 산간마을 아이들에게 영화를 틀어준다던 한 사내가 생각났습니다. 이 아이들이 영화를 통해 화면을 통해 보다 넓은 세상을 알게 된다면 혹여 그 꿈을 달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사내의 친구가 되지못했음이 아쉬웠고, 할 수만 있다면 영사기를 훔쳐오고 싶었습니다.  


- 아이들을 꿈꾸게 하자

동행했던 친구가 아이들에게 주문을 알려주었습니다. 쿰바야 마이 로드(Kumbaya my lord). 어렸을 적 교회에서 배운 노래라고 하던데 내용인 즉, 아메리카 대륙으로 끌려간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부른 노래였다고 합니다. ‘주님 여기 오소소. 고통과 절망이 가득한 땅에’. 눈물은 그럴 때 나는거나 봅니다. 친구와 아이들이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동네를 거니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버마 정부의 소수민족 배제 정책에 순응하며 폭력에 조금만 비굴해지면 지금보단 편히 살 수 있을 텐데, 고국을 버리고 태국으로 넘어가 난민캠프에서 살면 조금 갑갑해도 배불리 먹고 언제 버마군이 쳐들어오나 맘 졸이지 않아도 될 텐데 그들은 자유와 버마를 갈망합니다. 5년 동안 3번의 버마군 침입을 경험하면서 마을은 전소되고, 정글에서 몇 일간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떨었으면서도, 그들은 카렌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고 위해, 자신들의 존엄성과 해방된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오늘을 견디고 내일을 준비합니다. 삶이 위대하다는 것과 가혹하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차이일까요? 너무나 참담한 환경에서 희망을 져 버리지 않는 그들을 보며, 고운 결로 커나가는 아이들을 보며 새삼 삶이 참 가혹하단 생각을 하면서도 그들의 위대함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태국에는 이런 노래가 있더군요. ‘전쟁은 수천 번 일어났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아름답다’는. 왜냐고 물어보니 누군가 답하더군요. 아이들은 꿈을 꾸기 때문이라고. 그 꿈을 파안의 아이들이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군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고, 배고프지 않아도 되고, 도망가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는,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면 학교가 문을 닫았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그저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마을에서 평온히 뛰어 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꿈들이 쏟아져 나오고 버마를 위한 새로운 세상을 위해 버팀목으로 자라나 주면 좋겠습니다.


아직 그 아이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전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 속에 속하지 못한 제가 어떻게 그 맑은 눈동자를, 곱디고운 결속에 숨겨진 삶의 고단함을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대인지뢰에 다리를 잃고도 다른 친구들에게 다시는 그런 불행이 닥치지 않기를 기도한다는 14살 서투루의 마음을 제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한해가 저물어갑니다. 죽어가는 농촌 앞에서, 경찰의 폭력 앞에서 농민들이 죽어나가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습니다. 아직도 이라크와 수많은 국가들이 전쟁 중이고, 국가보안법도, 테러방지법도 그 어느 하나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마음은 분주하고 몸과 정신은 힘겹고. 그 고단함, 나눠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동안에는 파안의 아이들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만나지 못했지만, 보지 도 못했지만 절망 속에서도, 전쟁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들을요.


* 이 글의 원고료 전액은 파안 아이들의 교육비로 쓰입니다. ‘원고료 보내기’ 다음 주자는 민변의 이상희 변호사입니다. (파안 아이들에 대한 지원을 기다립니다. 국민은행(예금주 유해정레퍼허  076901-04-007849)/ yhj-bear@hanmail.net)


- 월간 <사람>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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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후원금 송금내역

Name  
   류은숙  (2005-12-05 14:49:41, Hit : 276, Vote : 52)
Subject  
   2005년 12월 후원금 송금내역
지난 주에 제가 좀 엎어져 있는 바람에 이번달 송금이 늦어졌습니다. 송금내역은 아래와 같습니다. 12월 오프라인 모임은 핌과 상의를 한 후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어제오늘 많이 추워졌습니다. 손은 얼어도 마음은 얼어붙지 마십시오. 그래도 햇볕은 참 따뜻하네요.


11월 1일 김태* 1만
        3일 조대* 1만
        10일 이윤* 1만
             유해* 1만
        23일 김예* 30만
        25일 이민* 1만
        26일 연상* 1만5천
        28일 이민* 1만
        28일 황수* 1만5천
        28일 김재* 1만
        30일 구태* 2만
        30일 류은*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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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만원

지난달 잔액 2,519원
12월 5일 송금 150달러+수수료 5천원=166,861원
잔액 235,658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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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하나- '만주와 샤말'에 관한 이야기

Name  
   류은숙  (2005-11-25 11:50:13, Hit : 225, Vote : 21)
Subject  
   또하나- '만주와 샤말'에 관한 이야기
우리 게시판 132번에 있는 ''꽃필라 운동-만주와 샤말 이야기'가 기억나십니까? 그분들의 운동을 지원하자는 호소 편지를 얼마전에 받았습니다. 편지 주신분은 이주노동자, 특히 이주여성지원연대 활동을 오래 해오신 이금연 선생님입니다. 아래 글 보시고 관심있으신 분은 개별적으로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금연 선생님은 만주를 '먼주'로 샤말을 '사말'로 쓰셨는데 그거야 별 상관없는 문제니까 그냥 넘겨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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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는 분들, 제게 조금씩 힘을 보테주시면 좋겠어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안녕하세요 안양의 이금연 세실리아입니다. 긴급하게 또다시 도움을 요청드릴 일이 있어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립니다.
오늘, 2005년 11월 23일 저녁, 저는 네팔의 Gefont(노동조합 연맹)에서 아동노동자들과 일하고 있는 먼주 타파씨와 인터넷을 한 후 이 메일 모금을 하자고 결심 했습니다. 한달 전, 저는 네팔에서 연필대신 망치를 들고 살기 위해 돌을 깨고 있는 아이들의 실태를 접하고 돌아왔습니다. 7,8세의, 심지어 5살짜리가 엄마옆에 앉아 먼지속에서 돌을 깨고 있는 아동들에게차마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없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자갈을 깨면 하루 20루피정도를 받는데 한달에 300루피 쯤 수입이 된답니다. 10달라가 네팔돈으로 700루피이구요 쌀 1킬로그램에 40루피 정도 입니다. 200여명의 돌깨는 아이들을 글자 해독정도 할 수 있도록 ILO의 지원을 받아 지난 3년간 직접 돌보아 왔던 먼주씨는 지금 ILO의 지원이 당장 이달 말로 끝나 안타까와 하고 있다! 저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또한 겨울에는 일이 그마저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그 실태를 잘 알고 있기에, 먼주씨는 당장 겨울 추위를 견딜 옷과 담요가 필요하다 연락을 하여 왔습니다. 하여 긴급 구호를 하자고 둘이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네팔도 여느때와 달리 지금 날씨가 아주 추워지고 있다 합니다. 옷가지 하나 없이 허름한 비닐 천막속에서 살고 있는 그 아이들이 눈에 어른거리고 무엇보다도 먼주씨가 발을 동동구르며 다니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하늘에 계신분의 지지를 믿고 모금을 시작합니다. 모금이 잘 되어서 아이들의 학비도 나올 수 있으면 더욱 좋지요.
먼주씨와 같이 일하는 사말 타파씨도 역시 아동 노동들을 돌보고 있는데 염소를 한 마리씩 사주고 젖을 팔아 학교에 가는, 자립형 학생을 만드는 프로젝입니다. 그런데 추워서 염소도 많이 병들고 죽어 아동들이 이만 저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밥먹을 시간도 없이, 이리저리 일하는 어린이들을 찾아 분주히 뛰어 다니는 먼주와 사말, 한국에서도 열심히 일하며 활동 했던 두 아우들이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두사람의 활동은 국내 신문에서 여러번 소개 되었기에 검색어를 쳐보시면 정보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연말이네요.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데 마음을 다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지금, 히말라야 산자락의 아동들에게 담요 한 장, 옷 한 벌 선물해 주시길 청합니다. 제가 직접 만주와 사말씨랑 같이 공동으로 아동들에게 물품을 구입하여 전달할 것입니다. 결과는 다시 이메일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송금하시면 메일이나 문자로 꼭 연락처를 남겨 주세요. 담요 한 장에 시장에서 5천원이더군요.


저의 은행계좌는 외환은행입니다. 069-19-63008-4 예금주 이금연,


2005년 11월 23일 저녁 무렵, 안양에서 이금연 세실리아 드림 (011-243-2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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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ame  
   연상희  (2005-11-24 18:53:40, Hit : 258, Vote : 18)
Subject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유령회원이 될지도 모르지만 작은 도움이 될까해서 찾아뵙습니다
그럼 입금하고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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