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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문제에 대하여

머리말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다. 가까운 사람들이 단축된 정년에 걸려 하나둘씩 직장을 떠나고 드디어 나를 회사에 입사소개해준 사람이 떠날 차례가 되었다. 함께 지낸 몇 년 동안 견해차이로 노동조합의 각종선거에서 다른 편에 서왔고 그로 인해 원망도 들었던 터라, 정년문제에 대한 법적 대응수단을 찾아서 도움을 줄까하여 취업규칙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법리검토에 들어갔다. 벌써 2년여 전의 일이다.

      한 달 가까운 시일이 흐른 어느 날 근무를 마치고 여느 때처럼 한국노동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노동판례를 검색하던 중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대법원판례를 찾기에 이르렀다. 이어서 19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로 취업규칙에 관한 대법원판례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때까지 검색한 직권조인을 인정하는 판례 등을 취업규칙 일반적 법리에 관한 판례들과 종합하여 밤이 깊도록 명상에 빠져 들어갔다. 새벽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아니 결론은 이미 나있었다. 안되는 쪽으로.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다른 경우를 가정하고 다른 법리를 동원하여 아무리 사색을 거듭하여도 민명식 취업규칙변경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찾을 수가 없었다. 대법원판례로 노동조합의 동의가 있으면 소급적용도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었다. 그 날 저녁 김월태 전지부장을 모래내시장으로 불렀다. 선술집에서 차근차근 정년문제에 대하여 취업규칙에 관한 법리검토결과를 설명하여 나갔다. 평소 말주변이 없던 나 자신이 놀랄 정도로 논리정연하게, 가끔씩 손짓도 해가면서 말이다. “월태형, 민명식 지부장이 취업규칙에 도장을 찍은 이상 이에 대한 법적 대응수단이 없어요. 직권조인이나 소급적용은 대법원판례에서도 인정하고 있고.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방법이 없어요. 안되는 것으로 최종결론을 내리고 나니 머리만 빙빙 돌고......”     

      지난 3월 말경에 정년에 관한 대표이사명의의 공고문이 붙고 나서 2년 넘게 묻어두었던 대법원판례를 다시 끄집어내고, 문제가 된 2000년 김월태 노사합의서에 대한 정밀분석에 들어갔다. 노동조합 지부장선거 기간과 겹치면서 원고작성이 더디게 진행되었다. 여기에는 편집자의 게으름도 한몫했고. 중간에 초고를 완성하여 돌려보면서 활동가들과 정년에 걸려있는 조합원, 그리고 회사 실무자와 의견교환도 하면서 미진한 점을 보완하였다.

      2000년 노사합의서를 년 전에 넘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유한엽 씨 사건자료를 제공하고 귀중한 의견을 제시하여준 노동조합 김월태 전지부장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의를 표한다. 아울러 지금까지 변함없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차명선 대의원을 비롯하여 부족한 편집자 주위에서 의견그룹을 형성하여 아낌없는 비판과 격려를 보내고 있는 후배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이 소책자는 년 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발표한 <준법운행 할 데 대하여>와 함께 편집자가 버스노동자로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온 지난 6년간의 노동조합활동의 결실이다. 부끄러운 마음에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지만 척박한 버스노동조합운동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부족하나마 이 글을 통하여 서부운수에서 당면한 정년문제를 해결하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조합원과 정년에 걸려있는 동료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따뜻한 격려의 인사를 드린다. “함께 가자 이 길을”

2007년 5월,  서울에서

      

정 신 화

 

 

목   차


머리말                                                                            / 1


1. 2000년 노사합의서(김월태 합의서)는 무효이고 따라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 4

   가. 조건부 합의

   나. 조건성취 여부

      (1) 조건 - 체불임금청산(제2항)과 퇴직금중간정산(제4항)

      (2) 회사의 의무불이행

      (3) 조건성취 시기

   다. 조건성취의 효과

      (1) 정년단축 무효, 김근묵 취업규칙상 정년규정(만 62세가 되었을 때)으로 원상회복       

      (2) 이길태와 강성호의 부당해고

   라. 김월태 합의서의 법적 지위

      (1) 김월태 합의서는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

      (2)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구 노사협의회법)에 의한 노사협의가 아니다

      (3)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마. 소결

   

2. 2003년 취업규칙변경(민명식 취업규칙)으로 정년단축                            / 14 

   가.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

   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1) 취업규칙 개관

      (2)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의 절차

   다. 쟁점

      (1) 직권조인

      (2) 소급적용

      (3)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의 취업규칙의 존재

      (4) 균등처우

   라. 소결

      

3. 유한엽 씨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                                               / 18

   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제소

   나. 신청취지와 이유

   다. 쟁점

   라. 회사의 취업규칙 위조

      (1) 김월태 취업규칙 위조사실 폭로

      (2) 김월태 취업규칙위조는 쓸데없는 사족

   마. 사건 결과 - 정년 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 관례 성립, 정년 1년 연장


4. 2006년도 단체협약으로 정년규정 신설                                          / 23

   가. 정년규정

   나. 신설경과 및 입법취지

   다. 단체협약 정년규정의 적용과 해석

      (1) 만58세는 서울시내버스 전체사업장에 적용되는 정년의 하한선(2007. 7. 1.부터 적용)

      (2) 만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종전 정년규정(2006. 7. 1. 이전 취업규칙) 적용

   라. 소결


5. 2006년 취업규칙변경(정순달 취업규칙)                                         / 26

   가. 정년규정

   나. 확인사살

   다. 순환논리(논법)

   라. 소결


6. 정년문제 해결방안                                                             / 29

   가. 문제제기 - 현 정년은 법적 근거가 없는 관례일 뿐

   나. 정치적 해결 - 취업규칙에는 단체협약으로 맞선다

   다. 정년대책위원회 조직

      (1) 평조합원 현장조직

      (2) 대책회의 및 규탄집회

      (3) 노동조합 임시총회소집요구

      (4) 노사교섭위원회 및 쟁의대책위원회 대표파견

   라. 노동조합의 역할

      (1) 임시총회 소집

      (2) 단체교섭 제의

      (3) 쟁의발생 신고

      (4) 쟁의대책위원회 구성

      (5) 파업찬반투표

      (6) 총파업

      (7) 단체협약 체결 및 취업규칙 변경

     

7. 총결                                                                          / 34

   가.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1) 반복되는 취업규칙불이익변경

      (2) 취업규칙변경 시점과 노동조합대표자 임기와의 상관관계

   나. 정년투쟁 선포


<시> 정년의 강을 건너가자                                                       / 38


<참고자료> 19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 취업규칙에 관한 판례변경             / 40

 



1. 2000년 노사합의서(김월태 합의서)는 무효이고 따라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3. 21(수)경 서부운수 기사대기실에 정년에 관한 회사의 입장을 밝히는 대표이사 명의의 공고문이 게시되었다.

알     림


종사원 여러분에게 알려드립니다.

현재 우리사의 정년에 대하여 일부에서 혼동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바로잡습니다.

2006년 단체협약에서는 2007년 7월 1일부터 정년을 58세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 규정하고 있고,

단서조항으로 “정년이 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이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 종전규정을 적용한다”로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사의 취업규칙은 “단체협약에 준한다”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사는 단체협약의 규정보다 높은 사업장으로 종전규정이란 “만 58세까지”로 한다는 2000년 노사합의서 조항을 적용합니다. 중앙노사의 새로운 규정이 정하여지지 않는 한 위의 적용을 원칙으로 할 것인바 종사원 여러분께서는 오해하지 마시고 근무에 충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서부운수주식회사 대표이사 백

 

 

 

      이 공고문대로라면 회사가 정년을 만 58세까지(만 59세가 되었을 때)라고 인정한 것이고 따라서 이전에 만 58세가 된 날로 퇴직하고 나갔던 사람들을 불러들여서 1년을 더 일을 시켜야 한다. 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은 유한엽 씨부터 그렇게 1년을 연장해주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지, 이전에 나갔던 사람들을 1년 더 연장해서 일을 시키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 노동조합 정순달 지부장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일부 노조활동가들은 정년문제에 대하여 이미 2년여 전에 취업규칙 관련판례를 중심으로 법리검토를 한바, 노동조합 민명식 전지부장이 2003. 5. 1.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동의(직권조인)함으로써 2000. 9. 1. 이후 입사자의 정년이 만58세가 된 날로 단축되었고, 이에 대한 법적 대응수단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노동조합 김월태 전지부장이 2000. 8. 10. 노사합의로써 정년을 단축시켰다는 비난과 함께 김월태 전지부장이 나서기만 하면 단축된 정년을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법적으로는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절망감이 취업규칙을 직권조인한 민명식 전지부장에 대한 분노로 번져, 회사에 대한 정년연장요구가 불가능하다면 노동조합 대표자를 상대로 한 (정년단축)피해조합원들의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하다는 변호사의 자문을 받기에 이르렀다. 노동조합 대표자의 직권조인은 대법원판례에서도 인정하기 때문에 민명식 전지부장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권 행사는 합법적이고, 따라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손해배상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자문변호사는 법적 해결이 안 되면 남은 것은 정치적 해결뿐이라며, 노동조합 지부장을 불신임하여 집행부를 교체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집행부와 회사와의 단체교섭을 통해 정년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하였다. 당시의 조합원 세력분포 상 조합원 1/3 이상으로 지부장불신임 총회소집은 가능할지 몰라도 불신임 건을 통과시킬 수 있는 2/3 이상의 조합원 확보는 불가능한 실정이어서, 정년문제에 대한 해결의지가 없는 당시 민명식 집행부체제 하에서 단체교섭을 통한 정치적 해결을 시도하지 못하였다.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년문제에 관한 법리검토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 부치기에 이르렀다.


      먼저 위 공고문에서 종전규정으로 언급하고 있는 <2000년 노사합의서>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자.


노,사  합 의 사 항


1. 근무(승무)제도는 단체협약 제11조를 준수한다.


2. 회사는 조합원의 체불된 임금을 청산하는 목적으로 2000년 9월 1일부터 체불임금이 모     두 청산될때까지 1일 금2,000,000원(평일), 금1,000,000원(일요일)씩 매일 매일 노,사가     공동관리하는 예금통장에 입금(단 공휴일은 제외)하며, 적치된 금원은 조합원의 체불임     금을 지급한다. (단 퇴직자는 회사가 지급한다.)


3. 2000년 9월 1일 이후•신규 입사자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59세가 되었을때로 한다. (만     58세 까지)


4. 회사는 조합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은 2001년 1월 1일부터 1개월에 1명이상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실시한다.


5. 회사가 2항 4항을 신의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본 합의(협약)는 효력을 상실하며,     무효 하다.


6. 무결자(사전 통보나 조치가 없는 경우)는 익일 1일간 승무 배차를 않는다.


7. 장갑은 동절기(10월부터-3월까지)1월에 4쪽(켤레)씩 지급한다.


8. 오전 승무 배차가 되었을 경우 20분 이상 지각은 당일 승무 배차를 불허하며, 오후 지각     (특히 4회운행 기피 목적)은 승무를 제한한다.


2000년     8월     10일.


서부운수 주식회사  대표이사 : 김        진        형.


전,자,노,련  서울버스 노동조합 서부운수 지부  지부장 : 김        월        태.

 

      위 합의서는 2000년 8월 10일, 당시 김진형 대표이사와 김월태 지부장이 직권조인하여 기사대기실에 공고한 것으로 대표이사직인과 지부장직인이 찍힌 복사본이다. 구두점과 띄어쓰기는 원문표기와 같다.

      정년단축의 시발점이 된 ‘2000년 노사합의서’를 여기서는 노측 대표자인 김월태 지부장의 이름을 따서 ‘김월태 합의서’로 지칭하기로 한다. 마찬가지로 2003년 변경된 취업규칙을 노동조합 대표자로서 동의(직권조인)한 민명식 지부장의 이름을 따서 ‘민명식 취업규칙’으로 지칭하고, 2006년 변경된 취업규칙을 ‘정순달 취업규칙’으로 지칭하기로 한다. 이렇게 분류하는 이유는 노동조합 대표자의 직무를 근로자의 권익을 위하여 신의 성실하게 수행하였는가를 평가하고 정년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함이다.


가. 조건부 합의


      김월태 합의서의 제5항을 보면, “회사가 2항 4항을 신의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본 합의(협약)는 효력을 상실하며, 무효 하다.”라고 조건부 합의를 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민법 규정을 본다.


민법 제147조 (조건성취의 효과)

①정지조건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②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③당사자가 조건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그 의사에 의한다.


      김월태 합의서의 “회사가 2항 4항을 신의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는 해제조건에 해당하고, 조건 있는 법률행위에 있어서 조건성취의 효과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 제147조 제2항에 따르면 해제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김월태 합의서의 “본 합의(협약)는 효력을 상실하며”는 조건성취의 효과를 언급한 것으로, 이는 민법(제550조)에 규정된 계약해지의 효과와 동일하게 장래에 대하여 효력을 상실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김월태 합의서의 “무효하다”라는 문구인데, 무효란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것으로 이는 민법에 규정된 계약해제의 효과와 동일하게 처음부터 소급하여 그 효력을 상실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무효하다”는 문구를 민법 제147조 제3항 “당사자가 조건성취의 효력을 그 성취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로 해석함이 상당하고, “그 의사에 따라” 김월태 합의서는 회사가 2항 4항을 신의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무효이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2000년 9월 1일 이후·신규 입사자의 정년퇴직 연령은 만 59세가 되었을 때로 한다.(만 58세까지)”라는 정년단축 조항뿐만 아니라 합의서 자체가 무효로 되어 없었던 것으로 된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민명식 취업규칙 시행이전에 정년이 단축되어 퇴직한 두 명(이길태, 강성호)과 관련이 있기 때문인데, 이 두 사람의 문제는 나중에 언급하기로 한다.      


나. 조건성취 여부


(1) 조건 - 체불임금청산(제2항)과 퇴직금중간정산(제4항)


김월태 합의서 제2항 

회사는 조합원의 체불된 임금을 청산하는 목적으로 2000년 9월 1일부터 체불임금이 모두 청산될 때까지 1일 금2,000,000원(평일), 금1,000,000원(일요일)씩 매일 매일 노,사가 공동관리하는 예금통장에 입금(단 공휴일은 제외)하며, 적치된 금원은 조합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한다. (단 퇴직자는 회사가 지급한다.)

김월태 합의서 제4항 

회사는 조합원의 퇴직금 중간정산은 2001년 1월 1일부터 1개월에 1명이상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한다.


      회사의 위 두 가지 의무이행을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개별근로계약에 근거한 회사의 임금지급의무로서 이를 해태하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는 법률상 의무이다. 또한 당시 회사가 최종부도처리 되어 청산절차를 밟고 있던 상황도 아니었다. 따라서 민법 제151조의 불법조건이나 기성조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김월태 합의서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조건 있는 법률행위로 보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민법 제151조 (불법조건, 기성조건)

①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것인 때에는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②조건이 법률행위의 당시 이미 성취한 것인 경우에는 그 조건이 정지조건이면 조건없는 법률행위로 하고 해제조건이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③조건이 법률행위의 당시에 이미 성취할 수 없는 것인 경우에는 그 조건이 해제조건이면 조건없는 법률행위로 하고 정지조건이면 그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2) 회사의 의무불이행


      김월태 합의서의 조건은 두 가지로서 제2항과 제4항을 동시에 이행하여야 하며 어느 한 가지라도 이행하지 아니할 경우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체불임금청산과 퇴직금중간정산의 두 가지 조건이 동시이행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신의 성실의 정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쟁점으로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민법규정(제2조)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라고 되어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①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회사는 2000. 9. 1.부터 3~4개월 동안 노동조합 통장으로 현금을 입금하여 체불임금을 지급하고는 중단하였고, 체불임금은 지금까지 청산되지 않고 있다. 또한 2001. 1. 1.부터 지금까지 퇴직금중간정산을 해준 경우가 없다. 물론 회사가 노동조합 몰래 비공식적으로 해준 경우는 확인할 수 없다. 이렇게 놓고 볼 때, 체불임금은 몇 차례 지급하다가 중단되었고 퇴직금중간정산은 아예 실시되지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정도면 회사가 의무를 신의 에 좇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았음이 명백하므로, (해제)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회사의 임금지급의무 불이행이라는 조건의 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민법 제150조)는 상식적으로 상상하기 어렵고 그러한 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 이 부분은 김월태 합의서에 대한 정밀분석의 곁가지로 스쳐지나간다. 


민법 제150조 (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①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②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3) 조건성취 시기


      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거나(정지조건) 그 효력을 잃는다(해제조건). 또한 조건 성취전에 소급하게 할 의사를 표시한 때에는 소급하여 그 효력이 생기거나(정지조건) 소급하여 그 효력을 잃는다(해제조건). 여기서 쟁점이 될 수 있는 것이 조건이 성취한 “때”인데 이를 조건성취 시기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2001년 3~5월경이면 회사가 체불임금지급을 위하여 노동조합 통장에 입금하는 것을 중단한지 3~5개월, 또 퇴직금중간정산을 하지 않은지 2~4개월이 되는 시점이다. 이 시점에서 김월태 합의서는 무효하다는, 따라서 정년단축도 무효라는 사실이 확정되었다. 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해지 또는 해제권과 달리 채무이행을 최고하거나 해지 또는 해제 의사표시를 요하지 않으며(민법 제543조 및 제544조 참조), 기한 있는 법률행위와 마찬가지로 (불확정)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기거나 효력을 잃는다(민법 제152조). 다른 점이 있다면 조건 있는 법률행위는 불확정기한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있다(민법 제147조 제3항)는 것과 조건의 성부(이행여부)라는 불확실성에 기인한 복잡한 법률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법 제543조 (해지, 해제권)

①계약 또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당사자의 일방이나 쌍방이 해지 또는 해제의 권리가 있는 때에는 그 해지 또는 해제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한다.

②전항의 의사표시는 철회하지 못한다.

민법 제544조 (이행지체와 해제)

당사자일방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러나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아니한다.

민법 제152조 (기한도래의 효과)

①시기있는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②종기있는 법률행위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따라서 당시 노동조합 김월태 전지부장의 “체불임금청산을 위한 삭발단식” 같은 이행최고는 불필요했고, “합의무효선언”이나 “무효통보” 같은 의사표시로 김월태 합의서가 무효하다는 사실을 확인만 해주면 족했다. 물론 이런 의사표시는 조건성취요건이 아니라 조건성취효과인 합의무효라는 법률관계를 단순히 확인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김월태 합의서의 무효가 확정된 2001년 3~5월의 시점이 노동조합지부장 선거기간이라는 사실이다. 무효선언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무효로 확정된 법률관계(단체협약에 준하는 노사합의)이므로, 무효선언처럼 회사 측에서 보면 폭탄선언과 마찬가지인 최후통첩을 하지 않고 민감한 지부장선거 기간을 피하여 문제제기를 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김월태 전지부장은 낙선하여 평조합원으로 원직에 복귀함으로써 의욕을 상실하였고, 당시 당선된 민명식 전지부장은 “김월태 전지부장이 단축시킨 정년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김월태 전지부장에게 책임을 전가하고는 2003. 5. 1.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직권조인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통탄해마지않을 일이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몰랐던 민명식 전지부장에 대하여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지만,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는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그 직무를 신의성실하게 수행하지 못한 부분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우리 지부운영규정과 본조 규약상 노동조합의 대표권(교섭권과 체결권)에 대하여 어떤 제한이나 제약을 가하지 않는 이상, 정년단축 같은 생존권을 팔아먹는 반노동자행위를 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다. 조건성취의 효과


(1) 정년단축 무효, 김근묵 취업규칙상 정년규정(만 62세가 되었을 때)으로 원상회복


      회사가 임금지급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에 따라 김월태 합의서는 무효하게 되어 정년단축 규정을 포함한 합의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고, 회사와 노동조합 각 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민법 제548조)를 지게 되었다. 이 경우 회사는 정년단축으로 인하여 퇴직하였던 사람을 원래 정년인 김근묵 취업규칙상 정년규정(제21조 마호)으로 연장(원상회복)하여 복직시켜야 한다. 그런데 조건으로 된 회사의 의무(노동조합의 임금채권)는 법률상 의무로서 당연한 것이고 김월태 합의서는 그것을 확인한 데 불과하므로 합의의 무효와 관계없이 지급받은 임금을 되돌려줄 필요가 없다. 이렇게 보면 회사의 임금지급의무불이행이라는 김월태 합의서의 조건이 불법조건인양 비칠 수도 있지만 이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다. 물론 논리의 비약의 결과도 합의자체가 처음부터 무효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민법 제548조 (해제의 효과, 원상회복의무)

①당사자일방이 계약을 해제한 때에는 각당사자는 그 상대방에 대하여 원상회복의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반환할 금전에는 그 받은 날로부터 이자를 가하여야 한다.


김근묵 취업규칙 제21조 (퇴직)

종업원이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할 때는 그 날을 퇴직한 날로 인정한다.

가) 본인이 사망하였을때

나) 기능 기술 및 전문직에 있는자로서 면허 또는 자격증이 취소당할 때

다) 한정기간의 고용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을때

라) 정신 또는 육체적 장애로 인하여 지정된 업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

마) 정년퇴직년령(만 62세가 되었을때)

바) 형사사건으로 구속기소되었을때


      하여튼 합의당시에는 노동조합 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고 무효로 되어 파기한 시점에는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점과 노동자의 생존권인 정년 같은 중대한 사안을 조건을 달아 불안정하게 처리한 점 등은, 지금도 이해가 잘 가지 않는 대목이다. 단체협약이 조건부합의로 이루어진 사례는 견문이 부족하여 그런지 몰라도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 상황에 대한 당사자의 증언과 회사의 업무보고나 노동조합지부 상집회의록 등의 기록을 살펴보면 합의의 배경과 필요성, 조건부합의 과정이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2) 이길태와 강성호의 부당해고


      앞에서 언급한 이길태(44. 1. 1.생)와 강성호(45. 3. 11.생)의 부당해고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길태 씨는 1990. 3. 2.자 입사하여 2001. 5. 31.자 퇴직후 2001. 6. 13.자로 재입사하여 2002. 12. 31.자(만59세가 된 날은 2003. 1. 1.임)로 퇴직하였고, 강성호 씨는 1994. 9. 14.자 입사하여 2001. 10. 31.자 퇴직후 2001. 12. 1.자로 재입사하여 2003. 3. 10.자(만58세가 된 날은 2003. 3. 11.임)로 퇴직하였다. 따라서 이길태 씨는 만58세까지로 , 강성호씨는 만58세가 된 날로 퇴직한 셈이다.

      김월태 합의서의 무효가 확정되어 정년이 김근묵 취업규칙상 정년규정인 만61세까지(만62세)로 원상회복되었고, 2003. 5. 1.자로 민명식 취업규칙에 의하여 비로소 정년이 만58세가 된 날로 단축되었으므로 두 사람 다 2003. 5. 1.자로 퇴직했어야 한다. 정년이 아닌데도 퇴직시켰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그렇다면 실제 퇴직일인 2002. 12. 31. 내지 2003. 3. 10.부터 2003. 5. 1.까지의 4개월 내지 2개월 남짓 되는 기간동안 계속근로 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회사가 두 사람에게 각각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임금채권의 3년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청구권이 사라져버렸다. 안타까운 일이다.


라. 김월태 합의서의 법적 지위


(1) 김월태 합의서는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


      김월태 합의서는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간에 체결된 중앙단체협약의 위임에 따라 단위사업장의 노동조합지부와 회사 간에 체결된 단사단체협약 또는 노사합의로서 명칭여하를 불문하고 단체협약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지역소산별 노동조합으로서 그 단체협약은 지역·업종단체협약에 해당하고, 회사별 단체협약은 단위사업장단체협약에 해당하면서 중앙단체협약에서 미비한 점을 보충하는 보충협약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단체교섭권과 체결권을 갖는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참조). 산별체제로 조직형태변경을 한 지금은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이 노동조합의 대표자로서 사용자단체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의 단체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중앙)단체협약과 노동조합규약 및 지부운영규정에 따라 지부(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위임된 권한의 범위 안에서 사용자인 회사와의 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2000년 당시에는 서부운수노동조합지부(분회)가 단위노동조합으로 행정관청에 설립신고(2006년까지 기업별노조와 산별노조를 절충한 연합단체형태)가 되어있었으므로 법률상 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지부장에게 단체교섭권과 체결권이 있다. 단지 단체협약과 노동조합규약에 따라 단위노동조합의 대표자인 지부장의 단체교섭권과 체결권이 연합단체(또는 상급단체)인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위원장에게 위임된 것일 뿐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 (교섭 및 체결권한)

①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②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부터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은 자는 그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를 위하여 위임받은 범위안에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③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교섭 또는 단체협약의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때에는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단체협약 제3조 (대표권)

본 협약에서 회사라 함은 사업조합 산하 시내버스 회사의 대표권을 말하며 노동조합이라 함은 회사에 종사하는 조합원의 대표권을 말한다.


(2)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구 노사협의회법)에 의한 노사협의가 아니다


      회사가 작성하여 노사교섭위원의 서명날인을 받아 게시하는 소노사협의회 회의록을 보면 1/4분기, 2/4분기, 3/4분기, 4/4분기로 구분하여 마치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구 노사협의회법)에 의한 분기별 노사협의회 형식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업장에서 행해지고 있는 소노사협의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노사협의회가 아니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단체협약의 위임에 따라 실시하는 소노사협의회이다. 이 소노사협의회는 임금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근로조건을 회사(단위사업장)와  지부(노동조합) 간에 다룰 수 있다(단체협약 제6조 참조).


단체협약 제6조 (소노사협의회의 설치)

회사와 지부(노동조합)간에는 소노사협의회를 둔다. 임금에 관한 사항은 다룰 수 없다. 단, 일반버스(도시형)와 요금 차이가 있는 지역순환버스 운전자 임금은 차등을 두어 사업장 소노사협의회에서 정한다.


      참고로 단체협상과 노사협의와의 차이는 단체행동권(쟁의행위)의 유무로 압축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1조 참조).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만이 할 수 있고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통한 노동조합의 단결력을 무기로 사용자인 회사를 압박하여 협상을 타결지을 수 있다. 반면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의한 노사협의는 회사가 들어주지 않을 경우 임의중재만 있을 뿐이고, 쟁의행위 같은 단체행동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므로 노동조합이나 (미조직)노동자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없다. 그 외에도 단체협약은 행정관청에 신고하여야 하고 유효기간이 정하여져 있는 점 등이 노사협의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노사협의회는 노동조합이 결성되지 못한 미조직사업장에서 구성·운영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하여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으로써 산업평화의 유지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

이 법은 근로자와 사용자 쌍방이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노사공동의 이익을 증진함으로써 산업평화를 도모하고 국민경제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3조 (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개정 2007.1.26>

1. "노사협의회"라 함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구성하는 협의기구를 말한다.

2. "근로자"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14조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를 말한다.

3. "사용자"라 함은 「근로기준법」 제15조의 규정에 의한 사용자를 말한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제5조 (노동조합과의 관계)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기타 모든 활동은 이 법에 의하여 영향을 받지 아니한다.


      이 기회를 빌려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소노사협의회의 명칭을 중앙노사교섭위원회와 동일하게 (단사)노사교섭위원회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회사별로 단사협약 또는 노사합의사항을 단체협약에 준하여 행정관청에 신고할 것과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내에 갱신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자면 회사와 노동조합지부의 협상력이 이론과 실무 면에서 일정수준에 도달해야하지만, 서부운수의 경우는 본조의 도움 없이 자체역량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도리어 해마다 임단협을 망쳐먹는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도움 같은 것은 필요 없고 바라지도 않는다.  


(3)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김월태 합의서는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 유효기간은 2년이고(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제2항 참조), 조건부합의에 의한 무효가 아니라면 2002. 8. 9.자로 효력을 상실하였을 것이다. 비록 단체협약이 실효되더라도 그 규범적 효력은 지속된다고 할 것이지만(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참조), 김월태 합의서가 실효하였다고 가정한 시점에서 민명식 취업규칙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김근묵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이 유효하다. 이 점은 설사 김월태 합의서가 조건성취의 효과로 무효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이길태와 강성호의 퇴직이 김월태 합의서의 유효기간이 훨씬 지난 시점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부당해고로 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단체협약의 유효기간)

①단체협약에는 2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할 수 없다. 

②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경우 또는 제1항의 기간을 초과하는 유효기간을 정한 경우에 그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한다. 

③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때를 전후하여 당사자 쌍방이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자 단체교섭을 계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종전의 단체협약은 그 효력만료일부터 3월까지 계속 효력을 갖는다. 다만,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   


대법원판례 - 한국전기통신공사 사건(대법원 2000. 6. 9. 선고 98다13747 판결)


단체협약이 실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임금, 퇴직금이나 노동시간, 그 밖에 개별적인 노동조건에 관한 부분은 그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어 그것을 변경하는 새로운 단체협약, 취업규칙이 체결, 작성되거나 또는 개별적인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는 한 개별적인 근로자의 근로계약의 내용으로서 여전히 남아 있어 사용자와 근로자를 규율한다고 할 것이므로, 새로운 단체협약이 늦게 체결됨에 따라 근로자가 기존 단체협약의 임금에 관한 부분을 1년 넘게 적용받는 결과가 된다고 하여 임금에 관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는 구 노동조합법 제35조에 위반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마. 소결


      2000년 김월태 합의서는 조건부합의로서 민법에 규정된 조건 있는 법률행위에 관한 법리해석에 따르면 무효이고, 따라서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사장된 문서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도 없지만 제기 가능한 반론을 고려하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규정된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에 관한 법리해석에 따르더라도 2002. 8. 9.자로 실효한 단체협약이다. 김월태 합의서의 정년규정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회사의 입장은 어느 모로 보나 잘못된 견해이고 현재 적용하고 있는 만58세까지라는 정년이 관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숨김으로써, 회사의 진정한 의사와는 상관없이 당면한 정년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올바른 해결방안수립과 대책마련을 방해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2. 2003년 취업규칙변경(민명식 취업규칙)으로 정년단축 


가.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


      2003. 5. 1. 당시 김진형 대표이사와 민명식 지부장 간에 직권조인 함으로써 변경된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다음과 같다.


민명식 취업규칙 제88조 (정년)

1. 사원의 정년연령은 남녀 만58세가 된 날에 퇴직한다.

2.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 입사한 사원은 6월 단위로 재고용할 수 있다.

3. 2000년 9월 1일 이전 입사자는 만62세로 한다.


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1) 취업규칙 개관


근로기준법 제96조 (취업규칙의 작성·신고)

상시 10인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다음의 사항에 관한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또한 같다. <개정 2005.1.27, 2005.3.31>

1. 시업·종업의 시각, 휴게시간, 휴일, 휴가 및 교대근로에 관한 사항

2. 임금의 결정·계산·지급방법, 임금의 산정기간·지급시기 및 승급에 관한 사항

3. 가족수당의 계산·지급방법에 관한 사항

4. 퇴직에 관한 사항

5.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의 규정에 의한 퇴직금, 상여 및 최저임금에 관한 사항

6. 근로자의 식비, 작업용품등 부담에 관한 사항

7. 근로자를 위한 교육시설에 관한 사항

7의2. 산전후휴가·육아휴직 등 여성근로자의 모성보호에 관한 사항

8. 안전과 보건에 관한 사항

9. 업무상과 업무외의 재해부조에 관한 사항

10. 표창과 제재에 관한 사항

11. 기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전체에 적용될 사항

근로기준법 제97조 (규칙의 작성, 변경의 절차)

①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

②사용자는 제96조의 규정에 의하여 취업규칙을 신고할 때에는 제1항의 의견을 기입한 서면을 첨부하여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98조 (제재규정의 제한)

취업규칙에서 근로자에 대하여 감급의 제재를 정할 경우에는 그 감액은 1회의 액이 평균임금의 1일분의 2분의 1을, 총액이 1임금지급기에 있어서의 임금총액의 1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99조 (단체협약 준수)

①취업규칙은 법령 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에 반할 수 없다.

②노동부장관은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저촉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 제100조 (위반의 효력)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에 있어서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의한다.


(2) 취업규칙의 작성, 변경의 절차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97조 제1항).


흥안운수 사건(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2507 채무부존재확인)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이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여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내용일 때에는 종전 근로조건 또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즉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기득 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하여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취업규칙의 변경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느냐의 여부와 근로자에게 불이익 하느냐 여부는 그 변경의 취지와 경위, 해당 사업체의 업무의 성질, 취업규칙 각 규정의 전체적인 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취업규칙에 정년규정이 없던 운수회사에서 55세 정년규정을 신설한 경우, 그 운수회사의 근로자들은 정년제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만 55세를 넘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계속 근무할 수 있었으나, 그 정년규정의 신설로 인하여 만 55세로 정년에 이르고, 회사의 심사에 의하여 일정한 경우에만 만 55세를 넘어서 근무할 수 있도록 되었다면 이와 같은 정년제 규정의 신설은 근로자가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하는 불이익한 근로조건을 부과하는 것에 해당한다.


다. 쟁점


(1) 직권조인


대법원판례 - 춘천문화방송 사건(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2다65097 판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개정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이 경우 노동조합의 동의는 법령이나 단체협약 또는 노동조합의 규약 등에 의하여 조합장의 대표권이 제한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장이 노동조합을 대표하여 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45376 판결 참조).


행정해석 - 노동부 질의회신(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2007. 3. 12. 노사지원과-1466)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고자 할 경우 당해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 경우 법령, 단체협약 및 노동조합 규약 등에 의하여 노동조합 대표의 권한이 제한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 대표의 동의를 얻으면 되는 것이지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은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2) 소급적용


대법원판례 - 이천전기 사건(대법원 1992. 11. 24. 선고, 91다31753 판결)


근로조건은 원래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으로서(근로기준법 제3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내용으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지만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그와 같이 변경하는 것은 허용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소급하여 적용될 경우라고 하여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을 것을 요하고, 그 동의의 방법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조합의, 그와 같은 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어야 하며,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가 없는 한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할 것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동의나 합의가 있는 한 근로자 개개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 없이 그 취업규칙의 변경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이나 근로자의 권리를 소급하여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동의나 합의의 효력은 그 동의나 합의 당시 그 사업체에 종사하며 그 적용을 받게 될 근로자들에 대하여만 적용할 수 있고, 그 이전에 이미 퇴직한 근로자에게는 미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나(당원 1992. 7. 24. 선고, 91다34073 판결 참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 양승룡은 위와 같은 합의가 있은 후에 퇴직하였다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같은 원고에게도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다.


(3)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의 취업규칙의 존재


      취업규칙에 관한 기존 대법원판례를 폐지하고 새로운 판례를 세운 19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소수의견으로 변경된 대법원판례의 입장은 하나의 사업장에 두 개의 취업규칙이 존재하는 겪이라며 반대의견을 개진하였으나 다수의견에 밀려났다. 민명식 취업규칙은 적법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 변경된 것이므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는 강원산업 사건과는 다르다. 선행된 법리검토과정에서 두 개의 취업규칙이라는 주장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는 선에서 넘어간다.


대법원판례


강원산업 사건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판결(공1993상, 546)


가.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무효)

나.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무효인 경우 그 후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4) 균등처우


행정해석 - 노동부 질의회신(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2007. 3. 12. 노사지원과-1466)


귀 질의 내용만으로는 사실관계가 불분명하여 명확한 회신을 드리기 어려우나 취업규칙 변경 시점 이후 입사자에 대하여 정년퇴직연령에 차등을 두어 적용하는 것은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차별적 취급이 아니므로 근로기준법 제5조의 균등처우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라. 소결


      2003. 5. 1. 직권조인된 민명식 취업규칙은 서부운수에서 정년단축을 법적으로 완결지음으로써 정년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법적 대응수단을 박탈하였다. 그동안 제기되어왔던 직권조인·소급적용·두 개의 취업규칙·균등처우 등의 쟁점은 취업규칙변경의 법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법원판례는 행정해석과 달리 국민의 법률행위를 기속하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3. 유한엽 씨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


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제소



      유한엽 씨는 2001. 9. 3. 재입사하여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에 의하여 만58세가 된 날인 2003. 3. 25.자로 퇴직하였다. 그 전에 정년단축으로 조기퇴사한 사람들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퇴직금이나 일시불로 수령하자는 생각으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하였었다. 하지만 유한엽 씨는 정년이 아닌데도 퇴직시키는 것은 근로기준법 소정의 정당한 이유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례를 믿고 사표를 쓰지 않고 동년 3. 29.자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 신청취지와 이유


      사건의 쟁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구제신청서에 나오는 신청취지와 신청이유를 인용한다.


(1) 신청취지


1) 피신청인으로 하여금 즉시 신청인을 원직에 복직시켜 만61세까지 계속 근무시킬 것

2) 신청인이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의 100%를 신청인에게 지급할 것

3) 부당한 방법으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한(소급적용) 부분에 대하여 무효하고 종전대로 환원토록 시정을 구합니다.


(2) 신청이유


1) 본 사건의 경위로 보아 피신청인의 처사는 근로기준법 제97조(규칙의 작성·변경의 절차)에 저촉되므로 즉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2) 피신청인의 이와 같은 범법행위는 법률상 무효이므로 이로 인한 신청인의 손해는 피신청인의 귀책사유이므로 당연히 동기간 중 임금을 배상해야할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3) 만일 이와 같은 법질서를 무시하는 행위가 속출한다면 법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어 노·사간 불신과 혼란만 야기되므로 시급히 단호한 조치가 요망되는 것입니다.

     

다. 쟁점


(1) 민명식 취업규칙 변경의 적법성 - 불이익변경(소급적용) 무효


      이 점에 대하여는 이미 2년여 전에 대법원판례를 중심으로 한 취업규칙변경에 관한 법리검토결과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지만, 김월태 전지부장이 수긍하지 않은 부분이다. 소급적용에 대하여는 지노위 사무국직원이 판단을 유보한 채, 김월태 합의서와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하여 신청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2) 김월태 합의서와 민명식 취업규칙과의 상충 - 정년 만58세까지와 만58세가 된 날 


      지노위 사무국직원은 사측에서 김월태 합의서에 따라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소급적용한 것으로 주장한다면 민명식 취업규칙상 정년 만58세가 된 날이 아니라 김월태 합의서상 정년 만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가 맞는 것이므로 이것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판정을 내렸다. 조건부합의인 김월태 합의서와 민명식 취업규칙변경에 관한 법리해석에 있어서 중대한 오류를 범한 사무국직원의 오판은 유한엽 씨와 김월태 전지부장에게는 뜻밖의 행운이었다. 이것은 정년단축 과정에서 저질러진 취업규칙위조를 비롯한 회사의 불법행위가 폭로된데 따른 사측의 양보, 정치적 후퇴로 볼 수 있다.


라. 회사의 취업규칙 위조 


(1) 김월태 취업규칙 위조사실 폭로


      유한엽 씨가 단축된 정년퇴직을 앞두고 지노위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겠다며 회사에 통보하고 노동조합 김월태 전지부장과 함께 준비에 들어가자 사측에서는 엉뚱한 김월태 취업규칙을 들고 나왔다. 김월태 합의서가 무효라면 당시 김월태 지부장이 도장을 찍은 취업규칙에 정년 만58세로 되어있으니 노동위원회에 들어가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김월태 전지부장과 유한엽 씨가 김병일 대표이사를 상대로 2007. 3. 17.경 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제기한 노동부진정서에 나오는 사건경위를 살펴본다. 이 진정서는 지노위에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서에 첨부자료로 실려 있다.


누가 취업규칙을 위조하였으며 날조된 취업규칙은 행정관청에 신고되었나


서부운수노동조합 직인의 내력을 살펴보면 2000년 6월 노동조합의 명칭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버스지부 서부운수분회에서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버스노동조합 서부운수지부로 바뀌면서 직인 또한 서부운수분회에서 서부운수지부로 바꿔 직인을 각인한 대금지출결의서에서 보는바와 같이 2000년 8월 30일 이전에는 분회직인(김월태 합의서에 조합장인으로 날인함-편집자 주)을 사용했고 이후에는 지부직인(민명식 취업규칙에 지부장인으로 날인함-편집자 주)을 사용하였습니다.

진정인 김월태가 서부운수노동조합장으로 활동하던 기간(1998. 3.~2001. 5.)에 취업규칙에 동의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 있다고 하니 취업규칙이 위조되었음을 직감하고 2006년 3월 17일 18:00경 피진정인 사무실을 방문하여 2006년 8월 10일 작성되어 피진정인이 보관하고 있다는 취업규칙을 보고자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진정인(김월태)의 이름을 도용함은 물론 2000년 8월 10일 존재하지도 않았던 노동조합지부직인으로 날인되어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진정인은 피진정인에게 취업규칙이 날조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였고 피진정인 또한 김○형 전 대표이사가 위조하여 만들어놓은 사실을 모르고 진정인에게 보여주었다고 판단됩니다.

        

      이후에 김월태 전지부장은 김○형 전 대표이사를 사문서위조혐의로 일산경찰서에 고발하였으나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며 받아주지 않아 진정서로 접수하여 취업규칙위조 사건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되었다. 조사과정에서 김○형 전 대표이사는 대표이사 직인 중의 하나를 신○균 전 상무이사가 업무상 보관하여 사용하여왔다고 하며 신○균 전 상무이사에게 책임을 떠넘겼고, 참고인으로 나온 신○균 전 상무이사는 대표이사직인을 자신이 날인한 것은 맞는데 노동조합 직인(지부장인)을 누가 찍은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묵비권을 행사하였다.

      경찰조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되었지만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범죄행위가 종료된 날로부터”이고, 취업규칙이 위조된 날은 문서상 작성일인 2000. 8. 10.이 아니라 문서상 날인된 지부장인이 공식 사용되기 시작한 2000. 9. 1. 이후의 어느 시점으로부터 민명식 취업규칙이 발효된 2003. 5. 1. 이전의 어느 시점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이에 대한 반증은 사건당사자가 입을 열지 않는 한 현재까지 없다. 따라서 사문서(취업규칙)위조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날은 최소2005. 8. 31.~최대2008. 4. 30.이므로 아직까지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2) 김월태 취업규칙위조는 불필요한 사족


      회사가 김월태 취업규칙을 위조한 것은, 김월태 전지부장이 사적으로(무효선언이나 무효통보 같은 노동조합의 공식행위가 아니라) 회사에 대하여 김월태 합의서가 무효라는 언동을 한데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를 날조할 필요는 없었다. 19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참고자료 참조)로 취업규칙에 관한 대법원판례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또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사실을 회사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원산업 사건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판결(공1993상, 546)


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근로기준법 제95조 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약을 받는바,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필요한 근로자의 동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임을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나.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득이익의 침해라는 효력배제사유가 없는 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변경의 효력을 부인하여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반대의견]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면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고, 따라서 종전의 취업규칙이 계속 유효하다고 볼 것이지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만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유지되고 변경 후에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위에서 인용한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에서 보듯이, 회사가 정년을 2000. 9. 1. 이후 입사자부터 만58세로 단축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이 2000. 9. 1. 시점에서 회사가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그냥 시행하였어도 무방하다. 회사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정년단축)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2000. 9. 1. 이전 입사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김근묵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2000. 9. 1. 이후 입사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득이익의 침해라는 효력배제사유가 없는 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변경의 효력을 부인하여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이렇게 보면 회사가 2000. 8. 10. 김월태 전지부장과 단체협약에 준하는 노사합의를 할 것까지도 없이, 노동조합의 의견만 듣고 동의여부와 관계없이 2000. 9. 1.자로 이후 입사자의 정년을 단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취업규칙을 변경·시행하였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정년에 관한한 2006년도 단체협약이 체결된 2006. 7. 1. 이전까지만 가능한 얘기다. 

      오히려 조건부합의라는 김월태 합의서의 존재는, 체불임금청산과 퇴직금중간정산이라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2000. 8. 10.~2001. 5. 31.) 조건부합의의 당사자인 회사로 하여금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노동조합의 이익(정년단축무효로 정년 만62세로 원상회복)을 해하는 취업규칙불이익변경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하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김월태 합의서의 무효가 확정되기까지는 정년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변경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변경절차의 적법성여부와 관계없이 민법에 규정된 조건부권리의 침해금지에 반하는 변경내용의 위법성으로 인하여 효력이 없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작성·변경의 내용에 관한 “취업규칙은 법률과 단체협약에 반하지 못한다.”는 실체적 규정을 위반하는 것으로 된다.(민법 제148조 참조)    


민법 제148조 (조건부권리의 침해금지)

조건있는 법률행위의 당사자는 조건의 성부가 미정한 동안에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해하지 못한다.


마. 사건 결과 - 정년 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 관례 성립, 정년 1년 연장


      유한엽 씨 사건은 지노위 심판위원회의 심문회의도 열리기 전에 사무국 직원(조사관인지는 불분명)이 신청자와 회사를 종용하여 업무복귀명령서를 지노위에 제출하고 그것을 신청자가 접수하고 복직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지노위 판정에 따른 명령서나 결정서를 받기는커녕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 노동위원회 화해조서를 작성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정치적 타협인 것이다.    

      어찌됐든 이 사건을 계기로 하여 서부운수에서 민명식 취업규칙 이후 적용받고 있던 2000. 9. 1.이후 입사자의 정년이 만58세가 된 날에서 만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로 1년 연장되었고, 이것이 서부운수의 관례로 성립되어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도 적용을 받고 있다.

 

 

4. 2006년도 단체협약으로 정년규정 신설


가. 정년규정 


      2006년도에 신설되어 2007년도에 같은 내용으로 갱신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의 단체협약의 정년규정은 다음과 같다.


단체협약 제28조 (정년)

① 조합원의 정년은 만 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 한다.

② 위 정년규정은 2007년 7월 1일부터 시행한다.

다만, 정년이 만 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정년규정을 적용한다.

③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고 안정적인 고용확보를 위하여 정년에 도달한 종업원(조합원)에 대해서는 소노사협의회를 거쳐 재고용할 수 있다.


나. 신설경과 및 입법취지


      정년문제에 대하여는 서울시내버스 단위사업장의 정년연장요구를 수렴하여 2005년도 임단협에서 처음으로 노측 요구안으로 제기되었지만 단체협약으로 명문화하는데 실패하였고, 합의서 제2항 “정년에 대하여는 각 회사별 소노사협의회에서 별도 협의토록 한다.”라고 단위사업장으로 되돌려버렸다. 당시 중앙단체협상에서 정년이 연장되기를 기대하였던 서부운수 조합원들의 실망이 컸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 서부운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년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위해서는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먼저 2006년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임단협 교섭 결과 보고서>를 살펴본다. 이는 정년문제를 포함한 2006년도 임금협정 및 단체협약에 대한 입법취지로 볼 수 있다.


<정년문제를 단체협약에 명문화 하였습니다.>

현재 정년규정은 각 회사별 취업규칙에 명시되어 있고 따라서 회사별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손쉬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의대로 정년을 낮추는 행위를 서슴치 않아 왔고 이와 같은 사용자들의 근로조건 저하 행위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단체협약에 이를 명문화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사용자측은 정년규정의 단체협약 명문화를 완강히 반대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년의 단체협약 명문화는 물러설 수 없는 버스노조의 기본입장이었고 ‘만 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까지’로 정년을 정하였습니다. 다만 합의된 정년 규정을 적용하는데 따른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그 적용시기를 1년간 유예한 내년도 7월1일로 하였고 이 유예기간동안 있을지도 모를 58세 이상 정년사업장의 취업규칙 정년 규정의 후퇴변경을 막기 위하여 “정년이 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정년규정을 적용한다”는 보완 규정을 삽입하였습니다.(2006년 7월 18일 ‘현재’ 임단협 교섭 결과 보고서 참조)


      2006년 임단협 교섭 결과 보고서의 정년문제는 서부운수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회사는 손쉬운 취업규칙 변경을 통해 임의대로 정년을 낮추는 행위를 서슴치 않아 왔고”에서 시작하여 “그 적용시기를 1년간 유예한 내년도 7월1일로 하였고 이 유예기간동안 있을지도 모를 58세 이상 정년사업장의 취업규칙 정년 규정의 후퇴변경을 막기 위하여 “정년이 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정년규정을 적용한다”는 보완 규정을 삽입하였습니다.” 판박이다. 민명식 취업규칙으로 정년을 단축하였고, 단체협약의 유예기간동안인 2006년 8월경 정순달 취업규칙으로 정년규정을 변경하였다. 이게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회사의 정년문제에 대한 끈질긴 집착일까? 


다. 단체협약 정년규정의 적용과 해석


(1) 만58세는 서울시내버스 전체사업장에 적용되는 정년의 하한선(2007. 7. 1.부터 적용)


      단체협약 제28조 제1항은 서울시내버스 전체사업장에 적용되는 정년의 하한선을 정한 것으로 조합원의 정년은 만 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다. 이것은 과거 서울시내버스 전체사업장 조합원의 정년이 만55세~만62세로 편차가 있었고 이에 대한 조정이 어려워 타협의 산물로 평균치인 정년 만58세로 타결지은 것이다. 이것이 정년의 하한선이라는 것은 연결된 제2항의 단서조항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 결과 서울시내버스 전체사업장의 정년이 2007. 7. 1.부터 상향조정되었다.


(2) 만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종전 정년규정(2006. 7. 1. 이전 취업규칙) 적용


      계속하여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 단서조항을 살펴보자. 다만, 정년이 만 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이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정년규정을 적용한다. 이 단서조항은 앞에서 인용한 2006년 임단협 교섭 결과 보고서에 나오는바와 같이 “58세 이상 정년 사업장의 취업규칙 정년규정의 후퇴변경을 막기 위하여” 입법된 것이다. 취업규칙은 법령(근로기준법 등)과 단체협약에 반할 수 없으므로(근로기준법 제99조 제1항 참조), 단체협약 정년규정의 1년 유예기간이 시작된 2006. 7. 1. 이후에 개별회사가 취업규칙(불이익)변경을 통하여 만58세 이상인 정년을 단축하거나 만58세로 정하더라도 이 단서조항을 위반하여 무효이다. 만일 개별사업장의 노동조합지부장이 회사의 취업규칙불이익변경(정년단축)에 동의하여 유효하게 취업규칙이 변경된다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단체협약의 정년규정에 반하므로 효력이 없고 변경전의, 종전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적용받게 된다는 말이다.   

      이 보완규정이 없더라도 근로자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 취업규칙 중에서 유리한 쪽을 적용받으므로 정년이 만58세 이상인 사업장은 취업규칙상 원래 정년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하지만 단체협약의 이 규정이 없으면, 회사 앞잡이가 지부장으로 있는 어용노조가 회사의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동의할 경우 정년이 최대 단체협약의 하한선인 만58세까지 단축될 수도 있다. 단체협약 제28조 제2항 단서조항은 58세 이상 정년 사업장의 정년단축을 노리는 취업규칙변경을 예방하는 안전장치이다.

  

라. 소결


      단체협약에 정년규정을 명문화함으로써 정년 만58세 이하인 사업장의 정년을 2007. 7. 1.부터 만58세로 끌어올려 개선하고, 정년 만58세 이상 사업장의 정년단축을 사전에 차단하여 그대로 유지하게 되었다. 정년문제에 대하여는 2006년도 서울시내버스 단체협상이 근로조건의 유지·개선에 이바지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단체협약이 살아있는 한 앞으로 서부운수를 비롯한 서울시내버스 사업장에서 더 이상 취업규칙변경을 통한 정년단축은 불가능하다.

 

 

5. 2006년 취업규칙변경(정순달 취업규칙)


가. 정년규정


      이제 정순달 취업규칙을 살펴볼 차례이다. 2006. 8. 31. 김병일 대표이사와 정순달 지부장 사이에 직권조인 함으로써 변경된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다음과 같다.


정순달 취업규칙 제88조 (정년)

1. 사원의 정년연령은 단체협약에 준한다.(2000년 9월 1일 이후입사자)

2. 정년 이후 촉탁직으로 입사한 사원은 6월 단위로 재고용할 수 있다.

3. 2000년 9월 1일 이전 입사자는 만62세로 한다. 


나. 확인사살


      2003. 5. 1. 변경된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2000. 9. 1.을 기점으로 이전입사자는 만62세, 이후입사자는 만58세(만58세가 된 날)로 이원화되어있다. 2006년도 단체협약으로 정년규정을 신설하고 그 적용시기를 1년간 유예하여 2007. 7. 1.부터 시행함에 따라, 2000. 9. 1.이후 입사자의 정년은 단체협약 제28조 제1항의 적용을 받게 되어 만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 최소 몇 일에서 최대 한달가까이 늘어나게 되었다. 민명식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의 하나(제88조 제1항)인 만58세가 된 날은 단체협약의 정년규정(제28조 제1항)에 미달하므로 효력을 상실하고 단체협약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는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변경하여 단체협약에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명식 취업규칙 제88조(정년) 제1항 사원의 정년연령은 남녀 만58세가 된 날에 퇴직한다.를 정순달 취업규칙 제88조(정년) 제1항 사원의 정년연령은 단체협약에 준한다.(2000년 9월 1일 이후입사자)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형식적으로는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단 몇 일이라도 조합원에게 유리한 변경이다.

      문제는 유한엽 씨부터, 시기적으로는 2006. 3.부터 2000. 9. 1.이후 입사자의 정년을 만58까지(만59세가 된 날)로 1년 연장해서 적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질적으로는 취업규칙과는 다른 정년을 관례로 적용하고 있는 마당에 구태여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단체협약에 맞춘 것은 형식에 사로잡혀 현실을 무시했다고 할 수 있다. 이왕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변경할 필요가 생겼으면 회사가 실질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관례를 법제화하여 정년 만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로 1년 연장하여야 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치에 맞고, 형식과 실질을 일치시킴으로써 정년문제에 대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이다.

      그게 아니라면 정순달 취업규칙은 변경된 정년규정을 처음 볼 때 느낀 대로 ‘확인사살’이다. 이 첫 느낌이란 유한엽 씨 이래 만58세까지 적용하고 있는 정년연장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을 회사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2006. 3.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이 정년 1년 연장으로 결말지어져 유한엽 씨가 복직한 것은  법적 해결이 아니라 정치적 타결이다. 그 뒤 서울지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에 정년이 62세라며 전정을 하였으나, 진정인과 회사관계자가 참석한 조사과정에서 근로감독관이 민명식 취업규칙을 보고는 김월태 합의서는 사장된 것이라는 설명을 하면서 노동부에서 다룰 대상이 아니라며 반려시켰다. 유한엽 씨 노동부진정 건이 아무런 소득 없이 반려(또는 자진취하)됨으로써 회사에서 비로소 낌새를 챈 것 같다. 그리고 유한엽 씨 복직소문이 만58세 정년 퇴사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급기야 복직을 요구하며 법적조치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사태가 퇴사자의 복직을 요구하는 소송으로까지 확대될 기미가 보이자 회사에서는 사업조합 등에 자문을 구하였고, 정순달 취업규칙으로 변경한 2006. 8.경에는 이미 정년문제에 대한 노동조합 측의 법적 대응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회사에서 정년문제에 대하여 한 번 더 쐐기를 박는 의미에서 민명식 취업규칙으로 단축된 정년을 그 내용이 대동소이한 단체협약에 준하는 것으로 정순달 취업규칙에서 재차 변경한 것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 확인사살이란 느낌은 심증에 불과하다. 하지만 회사가 정년문제에 관한 진실을 이미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상 정년문제에 관한 2년여 전의 법리검토결과는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상대가 알고 있는 이상 숨겨야 소용없고 공개하여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옳다.                


다. 순환논리(논법)


      그런데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번져갔다. 근 6개월 동안 비밀에 부쳐져왔던 정순달 취업규칙변경 사실이 2007. 3.경에 폭로되고, 그 내용 중에는 조합원들에게 극도로 예민한 정년규정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관례와 달리 1년 단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궁지에 몰린 정순달 노조지부장이 맞불작전으로 나온 것이다. 2월 말경 김월태 전노조지부장이 정년문제와 관련된 민명식 취업규칙변경의 적법성여부에 대하여 노동부에 질의하였는데(질의회신은 앞서 밝힌 민명식 취업규칙의 쟁점에서 행정해석으로 인용함), 노동조합 사무실에 있는 프린터로 질의서를 출력한 정신화 조합원과 이를 본 정순달 지부장 사이에 있었던 대화를 당사자에게 악의적으로 왜곡하여 전달한 것이다.


      (정신화가 프린터가 고장이 나서 노조사무실에서 출력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출력이 끝나자 정순달 지부장이 질의서를 보면서)

      정순달 : 이게 뭐야?

      정신화 : 월태 형이 정년문제에 대해서 노동부에 질의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우리한테 불리한 내용이라 굳이 노동부에 확인할 필요는 없는데...... 해봤자 전에 돌린 판례대로 회신이 올 게 뻔하고. 월태 형이 ○○를 보내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정순달 : 월태 형이 그러면 안 돼지. 같은 근로자끼리. 네가 잘 얘기해서 말려라.

      정신화 : 알았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얘기하지 말아요.

      정순달 : 내가 짱구냐? 그런 걸 다른 사람에게 말하게.


      정순달 지부장은 “월태가 ○○를 보내려고 노동부에 질의했다고 신화가 말하더라.”고 당사자에게 말했고, 이를 들은 당사자는 “김월태가 정신화와 짜고 나를 보내려고 한다.”는 등으로 부풀려서 조합원들에게 퍼뜨리고 있다. 폭로에는 폭로로 맞선 것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아무리 노동조합 지부장선거가 코앞에 닥쳤기로 사실을 왜곡하여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어차피 정순달 지부장은 짱구가 되기로 각오한 것 같고, 당사자는 지부장 후보출마를 포기한 상태에서도 상대후보 진영을 흔들 목적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입에 침을 튀기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이라 여겨 더 이상 대꾸할 가치조차 없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서두에 나온 회사의 정년문제에 대한 공고문이다. 이 공고문이 붙기까지 노동조합 지부장과 몇 몇 조합원이 회사에 개입한 흔적이 보이지만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공고문의 논리전개가 순환논리라는 데 있다.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은 단체협약에 준하고, 단체협약의 정년규정은 종전(정년)규정에 의한다고 함으로써 다시 취업규칙으로 되돌아간다. 단체협약의 해석상 종전의 정년규정은 종전 취업규칙을 의미하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공고문은 종전 민명식 취업규칙이 아니라 이미 사장된 2000년 김월태 합의서를 들고 나온다. 이 정도면 돌림방도 가히 수준급이라 할만하다. 이렇게 조합원(사원)을 끌고 정처 없이 돌아다니면서 욕보일 바에는, 차라리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개정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편이 훨씬 나을 뻔 했다. 입법과정에서 법과 법, 법과 시행령을 넘나드는 거듭된 준용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로서 입안자의 금기사항이다.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이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한 공고문이 그렇다는 말이다.


라. 소결


      정순달 취업규칙 정년규정(제88조)의 적용과 해석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밝힌 3 .21.자 대표이사명의의 공고문은 엉터리다. 앞에서 순차적으로 밝힌 대로 공고문은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의 적용과 해석에 있어서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이는 무효로 사장된 김월태 합의서를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인정한 점과 관례에 불과한 현 만58세까지 정년의 법적근거로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제88조 제1항)과 단체협약의 정년규정 제28조 제2항 단서조항을 적용한 점이다.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제88조 제1항)은 단체협약의 정년규정 제28조 제1항을 준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공고문 게시 직후인 3월 말경 노동자회에서 발간한 <개정 취업규칙 신·구 대비표> 비고란에 나오는 “만58세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한 달의 말일”이 단체협약과 정순달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에 대한 올바른 적용과 해석이다.

 

 

 

6. 정년문제 해결방안


가. 문제제기 - 현 정년은 법적 근거가 없는 관례일 뿐


      우리나라 법체계는 영국계의 관습법체계가 아니라 대륙계의 성문법체계로서, 관습법의 보충적 법원성을 인정하고 있을 뿐 관습이나 관례의 법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민법 제1조 참조). 관습은 일반적으로 사법자치가 인정되는 분야에서 법률행위의 해석기준이나 의사보충적 효력이 있으나(민법 제106조 참조), 이 이외의 즉 그 분야의 제정법이 주로 강행규정일 경우에는 그 강행규정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강행규정 스스로가 관습에 따르도록 위임한 경우 등 이외에는 이 관습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대법원 1983.6.14. 선고 80다3231 판결 참조). 따라서 법적 근거가 없는 -강행규정과 다른- 잘못된 관습이나 관례는 폐지한 때로부터 그 효력을 잃는다.


민법 제1조 (법원)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

민법 제106조 (사실인 관습)

법령중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관계없는 규정과 다른 관습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관습에 의한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관습법과 사실인 관습에 관한 대법원판례를 인용한다.


분묘이장 사건 (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 강행되기에 이르른 것을 말하고 사실인 관습은 사회의 관행에 의하여 발생한 사회생활규범인 점에서는 관습법과 같으나 다만 사실인 관습은 사회의 법적 확신이나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서 승인될 정도에 이르지 않은 것을 말하여 관습법은 바로 법원으로서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 관습으로서 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한 법칙으로서의 효력이 있는 것이며 이에 반하여 사실인 관습은 법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단순한 관행으로서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함에 그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때 법령과 같은 효력을 갖는 관습법은 당사자의 주장 입증을 기다림이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이를 확정하여야 하나 이와 같은 효력이 없는 사실인 관습은 그 존재를 당사자가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고 파악할 것이나 그러나 사실상 관습의 존부 자체도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관습이 사회의 법적 확신이나 법적 인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까지 승인된 것이냐 또는 그에 이르지 않은 것이냐를 가리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므로 법원이 이를 알 수 없을 경우 결국은 당사자가 이를 주장 입증할 필요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한편 민법 제1조의 관습법은 법원으로서의 보충적 효력을 인정하는데 반하여  같은법 제106조는 일반적으로 사법자치가 인정되는 분야에서의 관습의 법률행위의 해석기준이나 의사보충적 효력을 정한 것이라고 풀이할 것이므로 사법자치가 인정되는 분야 즉 그 분야의 제정법이 주로 임의규정일 경우에는 위와 같은 법률행위의 해석 기준으로서 또는 의사를 보충하는 기능으로서 이를 재판의 자료로 할 수 있을 것이나 이 이외의 즉 그 분야의 제정법이 주로 강행규정일 경우에는 그 강행규정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강행규정 스스로가 관습에 따르도록 위임한 경우 등 이외에는 이 관습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서부운수의 만58세까지라는 정년은 ‘관습법’으로까지 승인된 것은 아니며 지금까지 몇 차례의 관행에 의하여 발생한 ‘사실인 관습’으로 볼 수 있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비롯한 노동법은 공법체계에 속하며 주로 강행규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근로시간과 임금 그리고 퇴직에 관한 사항 등을 취업규칙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96조(취업규칙의 작성·신고)는 임의규정이 아니라 강행규정으로서 취업규칙에 법적 규범성을 부여하는 근거조항이다. 근로기준법은 퇴직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위임하고 있고 다른 서울시내버스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서부운수도 퇴직에 관한 사항인 정년을 취업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6조 및 서부운수 취업규칙 제88조(정년) 자체에 결함이 있거나 관습에 따르도록 위임한 경우도 아니므로, 서부운수의 정년이 만58세까지라는 관습에 법적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서부운수의 현 정년(만58세까지)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근거한 단체협약(만 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이나 근로기준법에 근거한 민명식 취업규칙(만58세가 된 날) 어디에도 없는 규정이다. 회사와 일부 조합원이 주장하는 김월태 합의서는 무효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법적 근거가 없는 회사의 관례일 뿐이다. 하지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 위반된(잘못된) 만58세까지(만59세가 된 날)라는 현 정년을 회사가 지키지 않기로 하면 그날로 효력을 잃고 만다. 폐지한 그날부터 단체협약과 정순달 취업규칙에 규정된 만58세가 되는 해의 생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 정년이 1년 가까이 단축되는 것이다.

      노동조합 민명식 전지부장의 2003년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직권조인(동의)이후 정년문제 대한 법적 대응수단이 없음은 앞서 살펴본바 있다. 유한엽 씨 이후 적용받고 있는 현 정년도 법적 근거 없는 잘못된 관례이므로 폐지한 날로 효력을 상실하고 만다. 회사 마음(당사자의 의사변경여부)대로인데 막말로 노동조합 지부장선거가 끝나고 나서 정년을 단축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을 나만 살짝 피해가려는 마음을 가져봄직도 하지만, 어느 땐가 누군가는 감수하고 나서야 할 일이다.     


나. 정치적 해결 - 취업규칙에는 단체협약으로 맞선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치적 해결뿐인데, 정치란 힘의 논리에 바탕하고 있다. 어차피 법과 제도는 권력을 잡거나 재력으로 그 권력자를 조종하는 힘 있는 자에 의해서 재단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회사는 자본가의 경영권으로 노동자를 지휘통제하며,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단결력으로 회사에 대항한다. 회사의 통제력과 노동조합의 단결력이라는 상대적 힘의 크기에 따라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내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취업규칙의 작성·변경권을 가진 회사에 대하여 취업규칙을 변경하라 마라는 요구는 회사가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정년을 연장하라는 단체협상을 개시하고 회사가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이라는 강력한 수단으로 회사를 압박하여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이러면 기존의 취업규칙은 단체협약우선원칙(근로기준법 제99조 제1항 참조)에 따라 무력화되어 그 효력을 상실하고, 결국 회사는 취업규칙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다. 이 길밖에 없다. 남은 문제는 누가 감히 이 길을 앞장서서 갈 것인가이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고 사지에 처해서 생명을 구한다고 했다. 정년단축피해조합원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 정년대책위원회를 조직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노동조합을 한번 움직여보자.    


다. 정년대책위원회 조직


(1) 평조합원 현장조직


      조합원 중에서 정년이 만58세로 단축된 2000. 9 . 1.이후 입사자로 정년대책위원회를 조직한다. 정년대책위원회는 정년단축피해조합원들의 정년문제해결을 위한 한시적이고 임시적인 평조합원 현장조직으로, 그 기능과 역할은 대책회의를 열어 조합원들의 요구안을 수렴하고, 조합원들의 요구를 바탕으로 회사와 노동조합에 대하여 정년문제해결을 촉구한다. 개별적 근로관계가 아니라 집단적 근로관계로 정년문제에 접근하고, 그 해결을 위하여 규탄집회를 개최하여 회사에 대하여 집단적 위력을 시위하거나 파업을 무기로 한 단체교섭을 개시할 것을 노동조합에 요구한다. 정년대책위원회는 시민적 권리인 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노동자의 권리인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비롯한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회사와 노동조합에 대응한다.  


(2) 대책회의 및 규탄집회


      정년문제해결을 위한 피해조합원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대책회의를 통하여 공식적인 요구와 입장으로 총화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회사에 대한 규탄집회개최와 노동조합에 대한 임시총회소집요구를 결의한다. 대책회의는 ‘대중은 결의한 만큼 실천한다’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정년대책위원회의 투쟁력을 집중하는 강력한 담보로 된다.

      실행계획 1단계 조치로서 회사에 대한 규탄집회를 조직하여, 지금까지 정년단축 과정에서 자행된 회사의 범죄행위와 어용노조의 죄악상을 폭로규탄하고 정년연장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선전선동한다. 규탄집회는 동원가능한 수단과 방법 중 시민권의 영역에 속한다.  


(3) 노동조합 임시총회소집요구


      실행계획 2단계 조치는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개시요구이다. 정년대책위원회는 노동조합의 공식기구가 아니라 비공식 또는 임의단체이므로, 현장 조합원의 요구를 수렴하여 집단화·공식화하는 절차로서 노동조합 임시총회결의가 필요하다. 구두 또는 서면으로 ‘정년연장을 위한 단체교섭개시 결의’를 위한 임시총회소집을 노동조합 지부장에게 요구한다. 단체교섭은 동원가능한 수단과 방법 중 노동권의 영역에 속한다.


(4) 노사교섭위원회 및 쟁의대책위원회 대표파견


      정년연장을 위한 단체교섭이 개시되면 당사자대표로서 정년대책위원회의 요구안을 가지고 노사교섭위원회에 참가한다. 또한 교섭이 결렬되어 쟁의대책위원회가 구성되면 현장조직의 대표로서 참가한다. 회사와의 단체협상과 파업을 밑에서 받쳐주는 든든한 지지자로서의 역할이 전단계라면, 여기서부터는 협상과 파업을 앞에서 끌고 가는 견인차로서의 역할을 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라. 노동조합의 역할


(1) 임시총회 소집


      정년대책위원회의 임시총회소집요구를 수락하거나 노동조합 지부장 직권으로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정년연장을 위한 단체교섭개시’를 결의한다. 노동조합 총회결의는 조합원을 기속하므로 그에 따라야 하고 노동조합 대표자는 그 결의를 집행할 책임과 의무를 진다. 총회결의는 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진 노동조합 대표자를 움직이는 유력한 수단이다. 조합원들이 총회결의라는 발길질로 지부장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이다.

      나서라, 앞장서라! 네가 우리 대표다.


(2) 단체교섭 제의


      총회결의라는 전체조합원의 의사와 요구를 받아 안고 노동조합 지부장이 회사에 대하여 ‘정년연장을 위한 단체교섭’을 제의한다.


(3) 쟁의발생 신고


      회사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제의에 계속하여 응하지 않거나 단체교섭이 결렬되면 행정관청과 노동위원회에 쟁의발생 신고를 한다. 이 단계에서 ‘준법투쟁·태업·부분파업·총파업·기타 가능한 수단 등’으로 쟁의행위 수단과 방법을 포괄적으로 신고하는 것이 다양한 파업전략과 유연한 전술구사를 위하여 바람직하다.


(4) 쟁의대책위원회 구성


      쟁의발생 신고를 전후하여 파업지휘본부의 역할을 할 쟁의대책위원회를 노동조합 집행부와 대의원회 그리고 정년대책위원회의 성원 중 투쟁력과 협상력을 겸비한 신망 있는 사람으로 구성한다. 쟁대위를 제대로 꾸리느냐 못하느냐는 파업의 승패를 가름하는 중대한 갈림길이다. 쟁대위는 파업지침을 전체조합원에게 하달하여 파업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통제하며, 산하에 구사대와 경찰의 침탈에 대비한 파업사수대나 선봉대를 조직하고 문화공연과 신문선전을 담당하는 문화선전대를 꾸리고 분임조를 편성하여 조별토론과 회의를 거쳐 현장 조합원들의 의사와 요구를 쟁대위로 집중시킨다.

      또한 쟁대위 위원장은 법적으로 교섭권과 체결권을 가진 노동조합 지부장이 당연직으로 맡지만, 몇 년 전의 한성여객 파업사례에서 보듯이 쟁의과정에서 반노동자행위나 파업파괴행위 등으로 불신임당하면 지부장직무대행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파업준비와 돌입, 협상진행과 타결, 파업수습 단계 등 파업의 전 과정에 걸쳐서 노동조합 대표자인 지부장의 권한과 역할이 절대적인데, 이를 제한하는 일반적 방법은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을 보장하는 것이다. 쟁대위를 구성하여 교섭권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와 노동조합규약(지부운영규정)에 총회승인규정을 두어 체결권을 제한하는 법적 장치가 그것이다. 법적 장치에 대하여는 협상타결단계에서 언급한다.

     

(5) 파업찬반투표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 제1항). 따라서 파업찬반투표는 총회에서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가결하여야 한다.


(6) 총파업


      구체적인 파업전략과 전술은 자노련산하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민주버스의 사례를 집중분석하고, 민주노총의 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의 사례를 참조하여 준비한다. 이 부분은 해방후 한국노동운동역사와 양대노총의 투쟁사례집 및 년차사업보고서, 그리고 대법원판례 등에 운수노조와 버스파업의 경험이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있다. 적당한 시기에 노동조합지부 또는 노동자회 차원의 버스파업교실을 열어 조합원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 준법투쟁 : 쟁의적 준법운행을 말하며 일개노선 또는 전노선 준법운행을 통하여 회사를 압박하는 파업전 전술로 태업과 함께 낮은 단계의 파업전술에 해당. 일상적 준법운행은 요구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쟁의적 준법운행과 구별

      - 태업 : 노선버스의 특성상 교통의 흐름을 무시하는 태업은 교통정체와 승객들의 항의에 직면할 우려가 크므로 일개회사를 상대로 한 단위사업장 파업전술로는 부적합. 서울시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한 서울시내버스파업 같은 시·도 단위의 지역적 파업전술로 적용가능

      - 부분파업 : 간선 또는 지선의 일개노선 시한부파업

      - 총파업 : 전노선 시한부 또는 무기한 파업(농성)


(7) 단체협약 체결 및 취업규칙 변경


      협상이 타결되어 노동조합총회의 승인을 받으면 (단체)협약 또는 노사합의서를 작성하여 노사 대표자의 서명날인 후 행정관청에 신고한다. 아울러 회사는 취업규칙의 정년규정을 변경하여 노동부에 신고한다.

      지금 노동조합 지부운영규정에는 없지만 협상타결안의 총회승인규정을 규약이나 지부운영규정에 둘 필요가 있다. 이를 ‘불신의 제도화’라고 한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를 믿지 못하는 불신을 ‘대표권의 제한’이라는 방식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는 권력의 위험성을 ‘권력의 분산’으로 제도화한 것이 삼권분립이고, 이는 정치권력을 믿지 못하는 불신을 제도화한 것이다. 삼권분립을 통한 불신의 제도화가 프랑스혁명의 역사이며 불신을 제도화한 삼권분립은 오늘날 민주주의국가의 보편적 정치제도가 되었다. 20세기 초에 진보적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출현한 보험제도가, 사고나 질병 등의 위험을 통계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그 위험부담으로부터 벗어나는 ‘위험의 분산’이라는 방식을 취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7. 총결


가.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지금까지 서부운수에서 취업규칙변경의 역사를 살펴보면, 1985. 11. 30. 당시 김진형 대표이사와 김근묵 노조분회장, 2003. 5. 1. 당시 김진형 대표이사와 민명식 노조지부장, 그리고 2006. 8. 31. 김병일 대표이사와 정순달 노조지부장 간에 각각 직권조인되어 3차례 변경되었다. 2000. 8. 10. 김진형 대표이사와 김월태 노조지부장 간의 취업규칙변경은 위조되었으므로 논외로 한다. 위조된 김월태 취업규칙이 노동부에 신고 되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1) 반복되는 취업규칙불이익변경


      85년 이전 취업규칙은 현재 확인되지 않고 있으므로 김근묵 취업규칙에 대하여는 불이익변경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민명식 취업규칙은 정년단축이라는 커다란 불이익을 가져왔고, 작년에 아무도 몰래 변경된 정순달 취업규칙은 해고사유 추가를 비롯하여 잡다한 불이익변경을 가져왔다. 정순달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서는 노동자회에서 2007. 3. 발간한 <개정 취업규칙 신·구대비표>를 참고하기 바라며, 여기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한다.

      노동자회는 앞으로 6·7월경에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해설집을 발간할 계획으로 노동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등 여러 경로를 통하여 서울시내버스 각 사업장의 취업규칙을 취합하고 있다. 이미 취합된 여러 회사의 취업규칙을 보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수많은 징계해고사유를 열거하고 있는데, 이는 거의 협박에 가까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서부운수 취업규칙에도 다른 회사와 비슷하게 교통사고가 중요한 징계해고사유이고 이로 인해 조합원들이 겪는 물적 심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정순달 취업규칙에서 명예훼손이 징계해고사유로 추가된 점을 주목한다. 명예훼손이 전통적으로 노조활동가에 대한 징계해고수단으로 악용되어온 점을 감안할 때 회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노동조합활동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다.

      따라서 수년전부터 노조활동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부당해고관련 판례분석결과 도출된 결론을 바탕으로 “조합원에 대한 징계해고는 단체협약에서 정한 해고사유가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조항을 단체협약으로 명문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면 앞에서 밝힌 단체협약우선원칙에 의하여 취업규칙의 징계해고조항이 무효가 되어, 회사가 단체협약으로 정한 해고사유 외에 취업규칙에서 정한 해고사유로 조합원을 징계해고 할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함은 말할 것도 없고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포함한 민형사상책임까지 지게 된다.

      이것은 ‘취업규칙에는 단체협약으로 맞선다.’는 정년문제 해결방안과 같은 원리, 같은 방식이다. 이왕 단체협약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도하는 마당에 서부운수의 당면현안인 정년문제와 더불어, 과거에 해고위협을 들먹이며 권고사직형태로 표출되었고 현재 모든 조합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잠재된 위험인 부당해고문제를 복수의제로 협상테이블에 동시에 올려놓는 것이 어떨까 한다. 현 시점에서 단축된 정년에 걸리지 않는 조합원이 반수에는 미달하지만 상당수 있으므로, 정년문제라는 단일의제로 회사와 협상에 임할 경우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파업참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정년문제라는 단일의제 또는 정년문제와 부당해고문제라는 복수의제를 들고 나갈지는 협상전략과 관련된 부분이므로 현장조합원들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거쳐 총회나 대의원회 등 적절한 노동조합의 의결기관에서 결정하여 채택하면 된다고 본다. 단일의제를 채택하면 정년문제 해결 후 부당해고문제를 해결하는 순차적 타결방식으로 가는 것이고, 복수의제를 채택하면 정년문제와 부당해고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일괄타결방식으로 가는 것이다.

      현장조합원들도 노조활동가들이 체득한 노동법 관련정보를 공유하길 바라고 있고, 특히 교통사고와 관련한 해고위협과 자부담 등 회사의 불이익처분에 진저리를 내면서 대항력을 갖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노동자회는 부당해고 관련판례를 중심으로 한 법리검토결과를 가까운 시일 내에 신문연재나 소책자의 형태로 공개할 것을 약속드린다. 단언하건대, 서부운수를 비롯한 서울시내버스사업장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개별적 해고사유는 상당수가 근로기준법 소정의 정당한 해고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방비상태로 취업규칙의 징계조항에 노출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 그에 따른 징계해고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으므로 회사가 재량권을 남용하여 징계를 남발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2) 취업규칙변경 시점과 노동조합대표자 임기와의 상관관계


      1985. 11. 30. 변경된 김근묵 취업규칙부터 2003. 5. 1. 변경된 민명식 취업규칙, 그리고 2006. 8. 31. 변경된 정순달 취업규칙까지 20년 동안 취업규칙의 변경시점과 노동조합대표자인 분회장 또는 지회장의 임기 사이에 하나의 흐름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놀라운 사실인데 노조대표자의 잔여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시점에 취업규칙이 변경되어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도 하나의 흐름, 일관된 추세로 나타날지는 미지수지만 과거 20년 동안 취업규칙 변경시점과 노조대표자 잔여임기와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현직 노조 위원장 또는 지부장은 3년 임기로서 잔여임기 1년을 앞두고 차기선거준비에 착수해왔다. 이 남은 1년 임기 동안이 노동조합 대표자가 회사에 대하여 가장 취약한 시기라 할 수 있고, 회사가 노동조합이 가장 약한 시기를 노려서 취업규칙을 변경하고 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해온 것이 아닐까? 조합원 전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합법적인 노조대표자의 직권조인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다. 김근묵 분회장은 잔여임기 6개월, 민명식 지부장은 잔여임기 13개월, 정순달 지부장은 잔여임기 9개월을 앞두고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각각 동의하였고, 여기다 잔여임기 9개월을 앞두고 직권조인된 김월태 합의서까지 합치면 회사의 의도를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노동조합대표자의 직권조인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엄밀히 말한다면 법적 장치로서 노동조합규약이나 지부운영규정에 대표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상안의 총회승인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임은 앞서 밝힌바 있다. 서부운수에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민명식 지부장 시절에 “(단체)협약체결과 취업규칙불이익변경에 대한 노동조합의 동의는 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지부운영규정 개정을 시도한 적이 있다. 당시 노조집행부와 타협 끝에 회사매각 시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최근 확인된 바에 의하면 이마저도 반대세력의 음흉한 술책으로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내용으로 지부운영규정이 변조되었다. 이를 원상회복함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는 회사매각이라는 비상시만 아니라 일상적인 노사관계를 통틀어서 노동조합 대표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지부운영규정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의 뼈저린 경험에서도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 정년투쟁 선포


      최근 일부에서 누가 누구를 정년으로 내보내려고 한다느니 하는 말을 퍼트리고 있다. 현재의 정년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의하지 않고 불안정한 관례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는 자들이 퍼트리는 말이다. 그대로 옮겨본다.

      “누구를 죽이려고 하는 수작이다. 회사에서도 아니라고 하는데 뭐 때문에 그러느냐? 네 말을 누가 인정하는데? 그렇게 똑똑하면 노동부장관이나 해라, 양아치 같은 놈”

      “무식한 게 자랑이 아니야, 창피한줄 알아. 양아치, 양아치 하는데 개 눈에는 똥밖에 안 보이는 법이지.” 이런 식이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있는 현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태를 직시하고 올바로 대처하는 길만이 살 길임을 왜 모르는가? 다수의 조합원들이 걸려있는 정년문제를 사사로운 감정으로 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일일수록 냉철한 이성과 슬기로운 지혜가 필요하고, 전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면서 헌신할 각오로 회사와 맞설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노동자의 단결력은 위력적이다. 현장 조합원의 일치단결된 힘으로 끝까지 밀고나갈 때 그 어떤 시련과 난관도 물리치고 우리의 이익과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노동자회는 노동조합 지부장선거와 관계없이 정년문제를 최우선해결과제로 설정하여,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정년연장을 위한 조합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그 투쟁대오의 앞장에 설 것이다.


      이제 서부운수에서 정년투쟁을 선포한다!


      2000년 김월태 노사합의서의 유탄에 맞아 두 사람이 쓰러졌고, 2003년 민명식 취업규칙의 직격탄에 맞아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져갔다. 우리 곁을 떠난 어제의 동료들이 마을버스를 거쳐 아파트경비원을 떠돌다가 지금은 거리의 실업자로 헤매고 있다. 그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가? 영문도 모른 채 당했을 뿐인데, 회사는 원래 그런 것이다. 자본가의 이윤을 따지는 회사를 탓하기 이전에, 회사에 빌붙어 노동자의 생존권을 팔아먹은 어용노조를 탓할 일이고, 회사 앞잡이를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뽑아준 우리들의 무지와 몽매를 한탄할 따름이다.

      혼자서 한숨짓던 눈물이랑 거두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자.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우리 곁에는 노동의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겪으며 삶의 기쁨과 슬픔도 함께 나누는 다 같은 노동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자. 노동자의식으로 각성되고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우리는 버스노동자이다.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 70년대 전태일 열사의 절규는 옛날 청계피복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00년대 우리 버스노동자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일만 끝나면 노선운행, 식사시간, 배차간격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인다. 이거야말로 돌리면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팽이신세가 아닌가? 앞차만 보고 쫓아가는 주구가 아니라고 할 텐가? 그러다가 끝내는 버려지는 헌신짝 허울 좋은 시민의 발이요, 쓰다가 버리는 기계부속품 회사의 인력소모품이다. 이 시대 버스노동자의 절규를 목메어 불러본다. 분노의 함성으로 소리높이 외친다. “우리는 개가 아니다.”


      “버스노동자는 주구가 아니다.”


      우리 앞에 가로놓인 정년의 강을 건너가자. 취업규칙으로 단축된 정년의 강에 단체협약의 다리를 놓아라. 정년단축 피해노동자의 의사와 요구를 모아 한목소리로 외쳐보자. 회사가 쳐놓은 정년의 물줄기를 되돌려라. 되돌려라, 되돌려라, 정년을 되돌려라. 정년을 연장하라!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정년의 강가에 버티고 있는 어용노조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그 벽의 중앙에 회사가 조종하는 꼭두각시가 망나니춤판을 벌이는 강가의 교두보가 있다. 도하지점에 설치되어 파업의 길목을 차단하고 있는 회사의 지탱점에 대한 공격로를 열어 재끼는 것은 의식 있는 노동조합활동가의 몫이다.

      서부운수에서 의식 있는 노조활동가라면 어용노조의 탄압과 회사의 해고위협을 무릅쓰고라도 당면한 정년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방안과 전망을 펼쳐 보이며 현장조합원들을 정년투쟁에 조직동원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 첫걸음은 노동조합의 일상활동인 선전과 교육이다. 이를 통하여 조합원들의 뿌리깊은 불신과 막연한 두려움과 패배의식을 노동자 동지애로, 파업투쟁의 승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버스노동자로서 삶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바꾸어나가야 한다. 각성되고 조직된 버스노동자의 단결투쟁의 위력은 회사의 그 어떤 탄압과 통제도 거침없이 뚫고 나가는 날선 창검이 되어 어용노조의 아성을 허물어뜨리고, 그 여세를 몰아 협상과 파업을 승리에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파업의 지팡이로 정년의 강을 가르고 취업규칙의 강바닥에 단체협약의 다리를 한번 놓아보자.


      취업규칙에는 단체협약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종살이나 다름없는 촉탁 계약직이 아니라 안정된 정규직이다. 정년을 앞두고 “촉탁이나 하려면 잘하고 있어라”는 회사의 회유와 협박을 당하며 절망과 고통 속에서 숨죽여 살아온 피해조합원들에게 따뜻한 동지애로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또한 어쩔 수 없이 회사에 굴복한 피해조합원들에게도 무한한 연민의 정으로 안타까운 심정을 호소한다. 함께 가자 이 길을! 


안정된 노후, 우리들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앞에 가로놓인 정년의 강을 건너가자!

 

 

                                              정년의 강을 건너가자

                                                                

                                                                                             정 신 화


청춘을 지나선 노동자 앞에

정년의 강이 막아서고

자본의 탐욕이 흘러넘쳐

두 줄기 강물로 흐른다

강기슭에 웅크린 자본의 교두보

파업의 길목을 가로막아 시커먼

어용노조의 벽을 넘어

어둠 속을 가로지르는

칙칙한 강가에 이르면

덮쳐오는 자본의 물결

낄낄대며 노동자를 조롱하며

죽음의 혓바닥을 나불댄다

촉탁이나 하려면 잘하고 있어라

싫으면 길바닥에 나앉든가


위풍당당한 권력 앞에

살기등등한 자본 앞에 

쪼그려 앉은 버스노동자

운수업계 바닥이 저질이라

자기밖에 모르는 양아치다

양심을 속이지 말자

떨리는 가슴으로 세상을 바라보아라

마음을 열고 인간을 바라보아라

세상이 우리를 갈라놓고

너절하고 썩어빠진 환상을 들씌워도

노동자는 하나의 운명

역사를 창조하는 사회의 주인이다


거짓이 진실을 가리고

어둠이 판을 칠지라도

진리가 암울한 현실에 사로잡혀

온갖 조롱과 멸시를 받고

능멸과 천대 끝에 죽임을 당하여도

빛나는 하늘 가슴 벅찬 대지를 뚫고

노동의 아침이 밝아온다

믿음이 없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찬란한 부활의 세계

광명한 미래를 앞당겨 오자                            


5월의 광장으로 모두 다 달려 나오라

한숨과 탄식으로 얼룩진 눈물 훔쳐내고

더 늦기 전에

지금 당장 대책위원회를 꾸리자

겁쟁이는 가라

앞잡이도 가라

우리가 결정짓고 우리가 실천한다

그리하여

6월의 함성으로 다함께 달려가자

빛나는 7월의 하늘아래

가슴 벅찬 8월의 대지위에

굳게 서서

민주노조 기치높이

한번 세운 이 깃발 부여잡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자

한판 해방의 춤을 추자 꾸나

뜨거운 가슴으로 온몸으로


버스노동자는 주구가 아니다

시민의 헌신짝도 아닌데

해고와 실업의 협박은 정말 싫어

견딜 수 없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이 분노가 되어

노동을 거부한다

우리가 멈추면 세상도 멈춘다

버스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정년의 물줄기를 되돌려라

파업의 지팡이로 자본의 강을 갈라라 

우리가 옳다는 노동자의 정당성으로

동지애로 굳게 뭉친 단결투쟁의 위력으로

갈라진 강바닥에 도사린 이무기를 보아라

노동자의 생존권을 집어삼킨 취업규칙

배신자가 풀어놓은 욕망의 상자에서 나온

간악한 자본이 잉태한 괴물이 아닌가

정년의 강에 단체협약의 다리를 놓아라

억압과 설움에서 해방된 승리의 순간

강 건너 펼쳐지는 피안의 세계는

더없이 소중한 우리들의 미래가 아닌가

 

<참고자료> 1992년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 - 취업규칙에 관한 판례변경


대법원 1992.12.22. 선고 91다45165 판결 【퇴직금청구】

[공1993.2.15.(938),546]


【판시사항】


가.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 변경의 효력(=무효) 


나.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무효인 경우 그 후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가.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근로기준법 제95조 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약을 받는바,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필요한 근로자의 동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임을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나.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득이익의 침해라는 효력배제사유가 없는 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 대해서까지 변경의 효력을 부인하여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반대의견]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면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고, 따라서 종전의 취업규칙이 계속 유효하다고 볼 것이지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만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유지되고 변경 후에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참조조문】


근로기준법 제95조


【참조판례】


가.대법원 1991.2.12. 선고 90다15952,15969,15976 판결(공1991,979)1992.11.10. 선고 92다30566 판결(공1993,87)1992.11.24. 선고 91다31753 판결(공1993,213)대법원 1990.4.27. 선고 89다카7754 판결(공1990,1157)(폐기)1990.7.10. 선고 89다카31443 판결(공1990,1688)(폐기)1991.12.10. 선고 91다8777,8784 판결(공1992,472)(폐기) ,,/ 나.,,


【전문】


【원고, 상고인】 이봉호 소송대리인 변호사 오승근


【피고, 피상고인】강원산업주식회사

 

【원심판결】서울고등법원 1991.11.8. 선고 91나1375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은 당초 제정된 후 1964.3.1.과 1973.1.1. 그리고 1974.8.1.의 3차례에 걸쳐 변경되었으나 그때마다 위 취업규칙상의 퇴직금규정은 근로자측의 동의 없이 그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이 사건 소에서 원고는 1978.9.1.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피고 회사 묵산광업소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1988.1.31. 퇴직하였는데 원고의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 원고는 그 입사 전의 3차례에 걸친 위 취업규칙의 변경은 모두 무효임을 전제로 그 각 변경이 있기 전의 최초의 취업규칙상의 퇴직금규정(갑 제7호증의 3)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위 각 변경을 거쳐 원고의 입사 이래 퇴직시까지 시행되던 1974.8.1.자 변경된 취업규칙(갑 제5호증, 그 변경일자가 1973.1.1.이라는 피고의 1990.2.21.자 준비서면의 기재와 원심의 설시는 오기로 보인다)상의 퇴직금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 회사는 사원으로 보직된 직원과 사원으로 보직되지 않은 종업원으로 구분하여 별개의 퇴직금규정을 두어 왔으나,1980.12.31. 법률 제3349호로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위 법 제28조 제2항 의 규정에 위배될 때에는 동년 3.31.까지 이 법에 적합하도록 이를 변경하여 노동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신고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 내의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원고나 피고 주장의 각 취업규칙에 의하여 퇴직금을 산정하기 위하여서는 그 취업규칙이 피고 회사 사업 내의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원·피고는 이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고 있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인 임재수의 일부증언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대다수 근로자들은 전국광산연맹 강원탄광노동조합과 피고 회사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갑 제3호증)의 적용을 받게 되는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 회사의 대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1986.10.1. 발효된 위 단체협약이 원고에게도 적용된다고 하여 그 단체협약상의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원고의 퇴직금을 산정하였다. 이 신설됨에 따라 퇴직금제도를 설정함에 있어서 하나의 사업 내에 차등제도를 두는 것이 금지되고,동법 부칙 제1항단서에 의하면 위 조항은 1981.4.1.부터 시행되었는데, 같은 부칙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이 법 시행당시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이

그리고 원고 주장의 취업규칙상의 퇴직금지급규정의 내용은 위 단체협약상의 그것보다, 위 단체협약상의 퇴직금지급규정의 내용은 원고가 취업 당시 시행되던 1974.8.1.자 변경된 취업규칙상의 그것보다 각각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음이 기록상 분명하다. 


2. 원고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위의 3차례에 걸친 피고 회사의 퇴직금규정의 불이익한 변경은 모두 그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취업규칙변경으로서의 효력이 없으므로 원고의 퇴직금을 산정하는 데 적용되어야 할 지급률은 1964.2.29. 이전까지 시행되던 최초의 취업규칙상의 지급률이어야 하는데 원심은 법리를 오해하여 위 단체협약상의 지급률을 적용한 위법이 있다고 함에 있으므로, 원고가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퇴직할 때까지 원고 주장의 취업규칙이 원고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보기로 한다. 

취업규칙의 작성·변경에 관한 권한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 의사에 따라 취업규칙을 작성·변경할 수 있으나, 다만근로기준법 제95조는 것이 당원의 일관된 견해이다(당원 1977.7.26. 선고 77다355 판결1988.5.10. 선고 87다카2578 판결1989.5.9. 선고 88다카4277 판결1991.2.12. 선고 90다15952,15969,15976 판결 등 참조). ;;;의 규정에 의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특히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제약을 받는바, 기존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 필요한 근로자의 동의는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임을 요하고 이러한 동의를 얻지 못한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다

그러므로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 되지만, 그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고, 기득이익의 침해라는 효력배제사유가 없는 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 대해서까지 그 변경의 효력을 부인하여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 

위와 같은 경우에 취업규칙변경 후에 취업한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기존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 병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행의 법규적 효력을 가진 취업규칙은 변경된 취업규칙이고 다만 기존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기득이익침해로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전 취업규칙이 적용될 뿐이므로, 하나의 사업 내에 둘 이상의 취업규칙을 둔 것과 같이 볼 수는 없다.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은 하나의 사업 내에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의 설정을 금하고 있으나, 변경된 취업규칙의 퇴직금제도가 기존근로자의 기득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이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제도의 적용을 받게 됨으로써 이러한 기득이익이 없는 취업규칙변경 후의 취업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제도와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적용하는 결과가 되었다고 하여도, 이러한 경우까지 위 법조에서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퇴직금에 관한 취업규칙의 규정이 그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 불이익하게 변경된 경우 그 변경후에 채용된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변경 전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당원의 종전 판례(당원 1990.4.27. 선고 89다카7754 판결1990.7.10. 선고 89다카31443 판결1991.12.10. 선고 91다8777,8784 판결 등)는 이를 폐기하기로 한다. ;;


3. 결국 3차례에 걸친 피고 회사의 퇴직금규정의 변경은 모두 무효임을 전제로 원고의 퇴직금을 변경전인 최초의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계산하지 아니한 원심의 조치가 잘못이라는 논지는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고, 위 단체협약상의 퇴직금 지급규정이 원고가 취업 당시 시행되던 1974.8.1.자 변경된 취업규칙상의 그것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임은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상 원고만이 상고한 이 사건에 있어서 단체협약상의 퇴직금규정에 의하여 원고의 퇴직금을 산정한 원심의 조치가 정당한 것인지의 여부에 대하여는 판단할 필요도 없으므로 상고논지는 이유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기로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배만운의 별개의견을 제외한 나머지 관여대법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우동, 대법관 배만운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1. 다수의견의 견해는 취업규칙의 개정, 변경권이 사용자에게 있으므로 사용자는 그의 의사에 따라 변경할 수 있고,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되고 이에 대하여 근로자들이 동의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변경으로 인하여 기득의 이익이 침해되는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만 효력이 없고, 그 변경 후에 입사한 근로자들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고, 그 결과 한 사업 내의 근로자들간에 서로 다른 퇴직금제도의 적용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하나의 사업 내에 복수의 취업규칙을 둔 것이라고 볼 수 없고,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에도 위반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기존의 근로조건의 내용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려면 종전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집단의 집단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받아야 하고 그와 같은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변경으로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 취업규칙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고 위와 같은 근로자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는 이상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동의한 근로자에게 대하여도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것(당원 1991.3.27. 선고 91다3031 판결같은 해 9.24. 선고 91다17542 판결 각 참조) 등, 다수의견이 유지하는 법리나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이는 기존의 근로자를 그 적용대상으로 하여 그들에게 적용시키기 위하여 취업규칙을 개정하고자 하는 일반적 현실을 바로 보지 아니한 견해라 할 것이므로, 이에 찬성할 수가 없다. ;


2. 취업규칙은 이를 개정하면 변경된 취업규칙만이 있는 것이고, 만일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못하여 효력이 없으면 종전의 취업규칙이 계속 유효하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 논리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이와 같은 경우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그 변경의 효력이 없어 종전의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고, 새로 입사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것은 통상의 취업규칙의 변경을 기존의 근로자들에게는 종전의 취업규칙상의 규정을 적용하고, 개정후에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개정된 내용을 적용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담은 취업규칙의 개정으로 의제하였다거나, 취업규칙을 개정하되 경과규정으로서 기존의 근로자에게는 종전의 취업규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둔 경우와 같이 취급하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다수의견대로 한다면 1개의 사업에 변경된 취업규칙과 종전의 취업규칙이 복수로 존재한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개정된 취업규칙 하나만 두었다고 보는 것은 사실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취업규칙의 변경은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현재, 장래의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이 있는 것이고, 또 그렇게 할 목적으로 개정하는 것이며, 만일 새로 입사하는 근로자에게만 적용하고 기존의 근로자에게는 종전의 규정을 적용하고자 할 때에는 그와 같은 경과규정을 두거나 그와 같은 취지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하여야 할 것이고, 그렇게 하여야만 1개의 사업에 하나의 취업규칙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퇴직금제도를 설정함에 있어 하나의 사업내에서 입사한 날짜에 따라 차등을 두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합리성이 없어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나, 퇴직금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경과규정으로서 기존의 근로자에게는 유리한 종전의 규정을 계속 적용하도록 하는 것은 반드시 이에 위반된다고는 생각하지 아니한다. 


3.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 회사가 3차례에 걸쳐 취업규칙을 변경한 것은 기존의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려고 한 것이지 새로 입사한 근로자들에게만 적용하고자 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것이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면 이 취업규칙의 변경은 효력이 없고, 따라서 종전의 취업규칙이 계속 유효하다고 볼 것이지,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만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유지되고, 그 변경 후에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할 수 없다. 

다수의견은 새로 입사한 근로자에게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 근거로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되었음을 드는 것 같으나, 새로 입사한 근로자가 과연 기존 근로자에게 변경의 효력이 없는 취업규칙이라도 그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는 의사를 가지고 근로관계를 맺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고, 또 이는 취업규칙의 법규성을 외면한 것으로서 찬성할 수가 없다. 


4. 다만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와 같은 취업규칙의 변경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에 근거하여 원고에 대한 퇴직금을 산정한것이 아니고, 취업규칙변경의 효력에 대하여는 일체 언급하지 아니한 채,1980.12.31. 법률 제3349호로 신설된 근로기준법 제28조 제2항 과 그 부칙에 의하여 원고나 피고가 주장하는 퇴직금규정을 적용하려면 그 취업규칙이 피고 회사 사업 내의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임을 주장·입증하여야 하는데 그 주장·입증이 없고, 오히려 피고 회사의 대다수 근로자들은 판시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게 되는 종업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에게도 위 단체협약에 정하여진 퇴직금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여 원고에 대한 퇴직금을 산정한 것이므로, 이 사건에서 선결되어야 할 사항은 위의 취업규칙의 변경효력이 원고에게 미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원고에게도 위 단체협약에 정하여진 퇴직금제도의 적용이 있으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원고소송대리인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는, 원고는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자임을 전제하고, 위 취업규칙의 변경이 근로자집단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으므로 효력이 없음을 이유로 하여, 원고의 퇴직금산정에는 최초의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원심이 위 단체협약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일 뿐, 나아가 위 단체협약에 정하여진 퇴직금제도가 적용되는 경우라도 이에 따른 원심의 퇴직금산정이 위법하다는 주장은 없다. 

살피건대,근로기준법은 1980.12.31. 법률 제3349호로 제28조 제2항을 신설하여, 퇴직금제도를 설정함에 있어서 하나의 사업 내에 차등제도를 두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그 부칙 제2항은 사용자는 이 법 시행 당시의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이 제28조 제2항 의 규정에 위배될 때에는 개정법률 시행일 이전에 이 법에 적합하도록 변경하여 신고하여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해 사업 내의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심이 위 개정법률 시행 후에 퇴직한 원고에게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제도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원고는 달리 위의 단체협약이 정하는 퇴직금규정이 피고 회사의 최다수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퇴직금제도라는 원심의 판단이나 이에 터잡은 퇴직금의 산정방법이 위법하다고는 주장하지 아니하고, 원심에서 판단하지 아니한 사항에 관한 주장만을 내세우는 것이어서, 이유가 없으므로 이를 이유로 하여 상고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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