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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쓴 일기에, 모닥불 피워놓고 주위를 돌면서 춤추고 싶은 기분이랬는데
밤중에 정말 작은 뚝배기 그릇에다 종이조각 나무조각 담아서 불피워놓고 노래하고 그랬다.
사람들과의 거리감, '어렵다' 고 느껴지는 것에 대해서도 썼더랬는데
어제, 이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시작하게 됐다.
신기해. 생각만 하면 이루어지는 마법같아.
사람들 등짝 바라보러 서울역에 갔더니 보고싶은 등짝은 아무도 안계시고 사람은 별로 없는데
왠지 멀찌감치 서면 집회 대오가 여기까지 있다! 고 우길 수 있을 것 같아
뒤쪽에 있는 화단에 엉덩이를 기대고 서서, 묵념하고 구호 외치고 임을위한행진곡 따라부르고
혼자 할꺼 다했다. 그러다 커피와 도너츠의 유혹에 넘어가 잠시 다녀왔더니 집회가 끝났다.
깜짝놀랐다. ㅡㅁㅡ;
그담에 지하철 투어를 하는데,
다른거- 서명받기, 일인시위 같은거는 많이 해봐서 안무서운데
지하철에서 독재신문 배포하는 건 두번째라 아직 많이 떨렸다.
근데 같이 가던 분이 우와 지하철 안에서 연설을 짧게 해줬다!
우와~~ 완전 멋져요~ 나도 배워서 담에 해봐야지. ㅋㅋㅋ
아.... 벌써 떨려... ㅋㅋㅋ
용산에 와서 사람들이 마음으로 삶아준 고기 담가준 김치속 구워준 고구마 뜯어준 배추
또 뭐있지? 아, 밥 (ㅋㅋ 이건 내가 물맞췄다! 나 맨날 밥 질게 하는데 이번에 잘맞아서 넘 다행)을
엄청 많이 또 맛있게 먹고
배고파질 때까지 노래부르고 연주하고 웃었다.
그리고 나서 좋고 부럽고 어려웠고 최근에는 고마워진 한 사람과
좋고 놀랍고 어려웠고 계속 멀찌감치서 보던 한 삶과
놀러갔다. 계속 놀다가 뭘 또 놀러 가. ㅋ 그래 '더' '이렇게도' 놀려고.
앞서 너무 빡씨게 놀아서 지친 것 같았는데 가서 노니까 또 처음처럼 놀게된다.
(내가 일할 때랑 공부할 때 비실대는 거는 그냥 마음가짐의 문제임이 틀림없어;)
좋아하는 블랙러시안(계속 멀찌감치서 보던 사람이 이걸 기억하고 있어서 초 감탄 ㅠ.ㅠ) 을 마시면서 말을 놓기로 했는데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문장의 끝무렵에 이르면 긴장도가 상승하면서 목구멍에서 저항감이 느껴져서 처음엔 호칭이랑 서술어랑 다 짤라먹고 웅얼댔다.
역시 쉽지 않아. ㅎㅎ
힘들긴 했지만,
매번 말할 때마다 긴장해야지만 반말로 문장을 마무리할 수 있는 터에
매번 말할 때마다 내가 거리감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동안은 해볼 생각도 안하고 있던
아직 안가본 미지의 영역에, 쪼끔 들어가려는 시도: 짜릿하다.
무아지경으로 춤추고 났더니 이미 지친 브레인은 떡실신, 몸이 같이 안뻗어주고 게기니까
그때무턴 물체가 두개로 보이는거다. 술도 안취했는데...
까페에 두사람과 앉아서 사빠띠스따, 헐벗은 삶, 헐벗은 힘, 가난에 대해 얘기한 것 같은데 그 말도 두개로 들리더니 구체적인 내용이 기억이 안나.... ㅡ,.ㅡa
이제 곧 나의 평범하고 지루한 월화수목금이 시작된다.
그치만 지난 하루의 힘은
앞으로 올 한주동안 나를 지탱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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