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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죽었다.
나를 썩 분노하게도, 열광하게도 하지 않았던, 모든 정치행위로부터 멀어지게 했던 지난 정권의 대통령.
그런 그가 돈 문제로 수사를 받다가 자살했다.
정치적 목적이 짙은 부당한 수사로 억울하고 힘들었겠지...
그래도 청렴하다고 자부하고 살았을 사람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치욕스러웠을까?
투신을 택한 그가 겪었을 고통이 막연하게나마 전해져 와 이해된다.
그래서, 한 사람을 자살로 까지 내몬 이 정권이 또 다시 역겹다.
그런데, 그의 유언을 보고 나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 누구보다도 정치적이어야 할 사람이 죽음으로써 말하고자 한 것이
너무나 비정치적이고, 너무나 개인적이었기 때문이고,
그런 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그의 죽음을 뼈저리게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 광장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 아이러니와 오가는 것들의 무게 간의 불균형이
우습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한 사람을, 그가 입은 모든것을 다 벗고 나서도 남아있는 그 무엇,
그 마지막 실존으로 받아들인다면, 그의 죽음이 우리의 것이 아니라고 해서,
그가 지극히 홀로, 그 누구의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뛰어내린 것을
안타까워 할 이유가 없다.
문득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기 원하는가?
아니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그의 죽음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일 만한 연결고리를 그가 남겨놓고 가지 않은 것을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여고생이, 가난한 자신을 홀대하는 선생님과 친구들 때문에 괴로웠다는 유서를 남겼을 때,
나는 그의 죽음을 나의 것으로 느꼈다.
자신의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망루에 올라갔다가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게도 그랬다.
심지어 실업과 카드빚의 무게를 못이겨 자살을 택하며 '열심히 살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 (수많은) 자살자의 죽음에서도 나는 나의 몫을 본다.
그들은 나에게, 우리에게 숙제를 남긴다. 그들의 삶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나는 모습은
실타래의 끝을 여기에 남겨두어 이것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로 만든다.
그런데 노무현의 유서를 읽고서는,
나는 그가 그의 죽음을 나와 공유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을 억지로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포장하는 것이
오히려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에 대한 폭력이고 기만이 아닐까...
그는 '특별할 것 없는 사람' 으로 떠나려 했는데.
이런 생각이 들어, 나는 내 맘대로 그의 죽음을 우리의 죽음이라 하지 못하고
못내 그한테 서운한 모양이다.
트랙백한 이 글에 적힌
대조되는 두개의 유서를 보면서
내가 무엇에 실망하고 왜 실망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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