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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을 열심히 파헤쳐 보아도 무의식의 관여 정도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이를테면 어제 있었던 쥐 살해 사건.
요즘 성형외과에서 하는 쥐실험이 있는데, 그 일의 반은 사실 인턴인 내 몫이다. 이번 실험은 쥐의 피부를... 흠.. 자세한 내용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까 생략하고... 아무튼, 쥐를 마취시킬 때 잡아서 배가 드러나도록 뒤집는 것이 내 임무였다. 한살정도 된 꽤 커다란 놈들이라 잡는게 쉽지 않았는데, 내 손길이 서툶을 감지했는지 한 놈이 유독 반항이 심했다. 그러더니 급기야는 목장갑과 surgical glove를 뚫고 내 손가락을 물어 피를 내고 말았다.
어쨌든 재시도를 해서 녀석을 마취시키기는 했는데, (손가락에 피난다고 '좀 쉬어라' 나, '얘는 내가 잡을게 넌 딴거해'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법은?, 답: 인턴을 시킨다, 이기 때문이다.) 이녀석이 성깔있는 놈이라 그런지 마취도 완벽하게 안되어 계속 움직인다. 그래서 선생님이 처치를 하는 동안 잡아 달라고 했는데, 녀석이 누를수록 바둥거린다. 나는 선생님이 실수하지 않도록 녀석의 뒷덜미를 더욱 세게 눌렀다.
곧 녀석이 조용해졌다. 그런데 호흡도 없다.
내가 얘를 목졸라 죽인 것이다...
선생님은 그냥 웃으며, 실험할 거 하나 줄어서 잘됐다고 농담을 하시는데, 나는 죄책감에 떨며 (우습게도) 녀석을 supine으로 눕혀놓고 손가락 하나로 심장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차마 mouth to 'mouse'는 못했지만...;; 선생님이 울상이 된 나를 보고 웃으면서 됐다고 하며 쥐를 빼앗아 봉지에 넣고 묶어서 냉동실에 넣으셨다. ㅠ.ㅠ
그 후로도 쥐 스무마리를 더 마취시키고 털깎고 드레싱 했으니 한참을 정신없이 보내다가 나중에 몹시 찜찜한 이 기분의 정체를 따져보니 아까 그 쥐인거다. 그냥 내 손으로 한마리 죽였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따지고보면 그녀석들의 운명은 실험 후 폐기되는 걸로 다 정해져있는 셈이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가장 치열하게 저항한 그 쥐가, 마치 지난 7/29 닭장차로 끌려가던 나같이 느껴져서였다. 다른 쥐들보다 더 격렬하게 저항하는 그 쥐한테, 내가 했던 생각은 '어쭈 이놈봐라? 유별나게 사납네?' '감히 나를 물다니 괘씸한 놈!' 등이었다. 그리고 마취약을 맞고도 계속 꿈틀대는 놈을 제압하기 위해 조금 지나치게 세게 누른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그날 나도 그랬다. 월요일날 출근해야된다는 강력한 모티브가 작용해서도 그랬지만, 대체로는 '원래 애가 그렇게 생겨먹은' 까닭에 끌고 가려는 경찰들을 있는대로 애먹이고, 버티고, 심지어 버스 안으로 들어가느니 버스 밑으로 들어가려고까지 했던거다. 그런 나를 제압하기 위해 그 경찰은 나를 '지나치게' 세게 누르고 구타도 좀 곁들인 거다. 그들이 돌아가며 내뱉던 말은, '이렇게 끝까지 반항하는 사람 첨 봤네. 도대체 왜그러냐? 그래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갈거 조용히 가라' 였다. 아무 생각 없는 넘들.
그래. 뭐 나는 사람이고 얘는 쥐니까 그날 나는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거고, 어제 나는 있을 수 있는 일을 한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을거다. 그래서 반항한거고, 그래서 나한테 눌려 죽은거다.
나는 쥐의 생명이 사람 것 만큼 소중하다고 믿고 있지도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다. 내가 불편한 것은 쥐를 제압하며 내가 생각 없이 가졌던 생각들과, 쥐의 목덜미를 누르면서 속으로 웅얼댄 'You earned this!' 라는 논리가, 그날 나를 밟던 경찰의 생각과 1cm도 떨어져 있지 않은 거라는 사실이다. 정말 내 무의식적인 복수심이 감히 나를 문 그 쥐를 죽도록 세게 누르게 한건지, 정신분석을 하기 전엔 진실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누르던 손을 떼고 보니, 도처에 널려있는 폭력이 내 손끝에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 그러고 보니 그날 내가 경찰한테 딱 쥐 취급 당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이 나오는군...
* 그나저나, 무의식적으로 죽이고 싶은 쥐는 따로 있는데 말이지. 떡은 언제 돌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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