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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x 6일 근무지만 말이다,
요즘은 꽤 한가한 편이다.
일만 빨리 끝내놓으면 숙소에 들어와 쉴 수 있는 시간이 꽤 길다.
쉬다가 갑자기 call 이 오면 나가서 일하는데, 어제는 유난히도 없어서 계속 숙소에서 아프리카로 시청광장 scene을 틀어놓고 헤드폰을 끼고 엉덩이만 들썩들썩거리고 있었더니 내 룸메이트가
"야, 너 죽을 것 같다. 그러다 마우스 잡은 채로 굳어버릴 것 같애. 삐삐 나한테 맡기고 어디 좀 나갔다 와. "
친구야 ㅜ.ㅜ 고맙다.
나는 급히 컴퓨터를 로그아웃하고 병동에 가서 콜이 올만한 일을 찾아서 다 해치운 후 ("인턴 할 일 있어요? 또 있어요? 이게 다예요? 이제 없죠, 없죠?') 데일리까지 만들고 삐삐를 맡기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핸드폰을 부여잡고 시청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그 사이에 콜이 딱 하나 왔는데, 그것도 이미 해놓은걸 모르고 콜한거였다. Yes!! 하나님, 감사합니다. ㅜ.ㅜ)
시청역 출입구를 막았을까봐 종각에 내려서 걸어간 시청은 사람들이 광장에서 넘쳐 흘러 도로까지 나와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청와대쪽으로 난 길을 한사람 지나갈 길 빼곤 다 막아버리고, 사무라이조가 휘두르던 장봉을 등에 빗겨메고 도열해 앉아서 대기하기도 하고, 갖가지 볼거리(혹은 못볼꼴)를 제공하고 있었다.
'대통령 사과' 라는 따라하기도 낯부끄러운 구호에다가 뒤에는 잘 들리지도 않은 각종 '발언' 과 '공연' 이 끝나고 (이해 안가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에는 배경음으로 '꺼져줄래?'가 흐르고 있었다는...) 삼사백명의 사람들이 세종로에 나가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나는 그 때 밥먹고 시청광장을 가로질러 그쪽으로 합류하려던 차였는데, 시청 뒤쪽에 진치고 있던 경찰이 떼거지로 우리 뒤를 따라오는거다.
' 어, 얘네 뒤에서 칠려나보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불안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앞에서 무아지경으로 경찰과 대치중인 시위대는 전혀 모르고 당하게 생긴거다. 그래서 난 또 '익명성'의 철가면을 쓰고 인파를 헤치고 앞으로 나가며 '뒤에서 치려고 준비중이예요' 를 외쳤다. 사람들은 '경찰 들어온대' 하는 말을 서로 퍼뜨리며 서서히 뒤로 빠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전경과 시위대의 대치선에 채 다다르기도 전에, 사람들이 으악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 뛰기 시작하는거다. 나는 앞으로 가던 터라 갑자기 벙 쪄서 거의 경찰 손에 잡힐 뻔 했다가 벗어났다.
그런데 이것들이 달려드는 기세가 진짜 열흘 굶긴 개떼같은거다. 그냥 인도로 올리려고 그러는게 아니라, 잡아 족치는게 목적인 듯 했다.
(여기까지 쓰고 콜받고 병동올라갔다가 이 뒤는 6.12 에 이어서 씀)
나도 참 요 일년 시위에 많이 나오고 대치상황에 나대기도 많이 했나보다.
뒤돌아 뛰는 사람들에 밀리면서, 더 빨리 뛰고 싶은 사람들에 밀쳐지면서, 아... 참 익숙하다....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람들은 서로 엉켜 넘어지고, 넘어진 사람에 걸려 넘어지는 사람에 걸려 넘어지고 있었다. 나는 한두명 손을 잡아 일으키다가 이미 경찰들이 내 '앞에' 있다는 걸 깨닫고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아... 오늘은 잡히면 안되지...'
'오늘부터 2박 3일 닭차투어를 하면, 나는 '근무지 이탈하고 불법시위하다 잡혀가서 2박3일 근무 빵꾸낸 인턴' 이 되는거다. 이 문장이 가진 '안주'로서의 매력은 어마어마한 거다. 항상 스캔들과 루머에 목마른 선생님들과, 이런 루머의 교류에 있어서는 그들과 공생관계에 있는 병원 직원들에게까지 퍼질 것이다. 게다가 이바닥이 워낙 좁고 뻔해서, 다른 병원에도... 아마 앞으로 나는 이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될지도 모른다. 시위하다 연행된거 소문나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근무시간에 나갔다는 건 스스로도 할 말이 없잖아. 소문이 나도 떳떳하게 나야지. 오늘은 안돼.'
(여기까지 쓰고 이 뒤는 6.13 이어서 씀 http://blog.jinbo.net/camusian/?pid=71 )
시국 선언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시국선언문.
탄압받는 인간성과 감성들의 저항, 그 전방에 선 문학에 감사하며.... 펌.
제가 말한 건 요거였어요~ 젊은 작가들의 선언문! ^-^
시국선언문의 최고봉이라고 감히 아뢰옵니다. 녜.

이것은 사람의 말 - 작가 188인 ‘6.9 작가선언’
(* 강조는 그라쪼 ^-^)
작가들이 모여 말한다.
우리의 이념은 사람이고 우리의 배후는 문학이며 우리의 무기는 문장이다.
우리는 다만 견딜 수 없어서 모였다.
모든 눈물은 똑같이 진하고 모든 피는 똑같이 붉고 모든 목숨은 똑같이 존엄한 것이다. 그러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은 극소수 특권층의 이익을 위해 절대 다수 국민의 눈물과 피와 목숨을 기꺼이 제물로 바치려 한다.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고 고통스럽다. 본래 문학은 한계를 알지 못한다. 상대적 자유가 아니라 절대적 자유를 꿈꾼다. 어떤 사회 체제 안에서도 그 가두리를 답답해하면서 탈주와 월경을 꿈꾸는 것이 문학이다. 그러나 문학 본연의 정신을 되새기는 것이 차라리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다급한 마음으로 1987년 6월을 떠올린다.
박종철의 죽음이 앞에 있었고 이한열의 죽음이 뒤에 있었다. 그 죽음들의 대가로 민주주의를 쟁취했고 힘겹게 그것을 가꿔왔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 모든 것을 망각할 권리가 없다. 이명박 정권 1년 만에 대한민국은 1987년 이전으로 후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자가 하나의 정부인 작가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조직도, 집행부도, 정강도 없다.
우리는 특정한 이념에 기대어 발언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런 이념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세운 ‘중도실용주의’라는 가짜 이념은 집권 1년도 못 돼 폐기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도처에서 헌법 위에 군림하는 독재의 얼굴을 본다.
용산 철거민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와중에 여섯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도 이명박 정부는 끝내 사죄하지 않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여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지만 저들이 행한 일은 위선적인 사과와 광범위한 탄압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언론 장악을 기도했고 도심 광장과 사이버 광장에 차벽을 치고 철조망을 세웠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사태는 이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색깔론과 천박한 관료주의로 문화예술의 토대를 위협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사상 최악의 표적수사와 비열한 여론몰이는 그를 벼랑에서 투신하게 하였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매장되었다.
이 모든 일에 적극 가담한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을 우리는 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을 울린 종지기들로 고발한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굴종하고 죽은 권력에는 군림하면서 영혼을 팔고 정의를 내던진 정치검찰들, 증오와 저주의 저널리즘으로 민주화의 역사를 모독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들을 조롱하는 수구언론에 우리는 분노한다.
우리가 저들과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참혹해진다. 저들을 여전히 검찰과 언론이라고 불러야 하나. 곰팡이가 온 집을 뒤덮었다면 그것은 곰팡이가 슨 집이 아니라 집처럼 보이는 곰팡이일 뿐이다. 저 권력의 몸종들과 함께 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와 보편 가치를 무자비하게 짓밟으면서 달려온 이명박 정권 1년은 이토록 참담하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서 우리는 깊은 절망을 느낀다. 저들은 수치를 모르고 슬픔을 모른다. 수치와 슬픔을 아는 것이 사람이고, 사람됨이라는 가치에 헌신하는 것이 문학이다. 우리는 문학의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를 규탄한다.
이곳은 아우슈비츠다. 민주주의의 아우슈비츠, 인권의 아우슈비츠, 상상력의 아우슈비츠. 이것은 과장인가? 그러나 문학은 한 사회의 가장 예민한 살갗이어서 가장 먼저 상처입고 가장 빨리 아파한다. 문학의 과장은 불길한 예언이자 다급한 신호일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프리모 레비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노예일지라도, 아무런 권리도 없을지라도, 갖은 수모를 겪고 죽을 것이 확실할지라도, 우리에게 한 가지 능력만은 남아 있다. 바로 그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과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면 그래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종이와 펜이 있다. 그러니 동의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끝내 저항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정원을 갈아엎고 있는 눈먼 불도저를 향해, 머리도 영혼도 심장도 없는 권력자와 그 하수인들에게 저항할 것이다.
가장 뜨거운 한 줄의 문장으로, 가장 힘센 한 문장의 모국어로 말할 것이다. 사람의 말을, 사람만이 할 수 있고 사람이니까 해야 하며 사람인 한 멈출 수 없는 그 말을. 아름답고 정의로운 모든 문학의 마지막 말, 그 말을.
우리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말을 합니다.
우리는 각자의 글을 씁니다.
우리는 각자의 나라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글의 바탕에 언제나 인간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람의 편에 섭니다.
우리는 모였습니다.
참혹한 오늘을 불러온 것도 우리이지만
참다운 내일을 만드는 이도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권의 야만에 분노합니다.
사람의 설 자리가 사라진 현실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보고 싶습니다.
이견을 두려워하지 않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아는 정치가의 얼굴을.
우리는 듣고 싶습니다.
아첨과 왜곡의 목소리가 아니라 공정하고 진실된 언론의 발언을.
우리는 느끼고 싶습니다.
이 땅의 주인은 국민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확신과 자부를.
우리는 되찾고 싶습니다.
본래 우리 것인 광장과 집과 대지, 스스로 흘러 생명일 수 있는 강물을.
우리는 꿈꾸고 싶습니다.
그 어떤 권력에 의해서도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는 사회,
양심과 이성이 죄가 되지 않는 세상,
자유와 평등은 원래 사람의 것이라 믿고 자라날 수 있는 아이들의 미래를.
우리는 입을 엽니다.
이것은 사람의 말입니다.
‘한줄선언’ 참가자 명단
강경희 강성은 강 진 고나리 고명철 고봉준 고인환 고찬규 곽은영 구효서 권 온 권혁웅 권현형 권희철 김경인 김경주 김경후 김 근 김나영 김남극 김남혁 김대성 김명기 김미월 김미정 김민정 김사과 김사람 김사이 김 산 김선재 김성중 김소연 김 안 김양선 김애란 김 언 김연수 김요일 김윤환 김이강 김이은 김이정 김자흔 김재영 김정남 김정란(소설가) 김지녀 김지선 남상순 맹문재 명지현 문동만 문혜진 박대현 박민규(시인) 박 상 박상수 박성원 박수연 박슬기 박시하 박연준 박정석 박창범 박형서 복도훈 박형숙 박형준 박혜상 방현희 배영옥 백가흠 백지은 서성란 서안나 서영식 서영인 서효인 서희원 성기완 손세실리아 손홍규 송기영 송승환 송종원 신용목 신해욱 신형철 신혜진 심보선 안상학 양윤의 양진오 여태천 오창은 우대식 원종국 원종찬 유용주 유정이 유형진 유홍준 윤성희 윤예영 윤이형 윤지영 이경재 이기성 이기호 이덕규 이도연 이동욱 이만교 이문재 이민하 이선우 이성미 이성혁 이순원 이시영 이신조 이 안 이영광 이영주 이용임 이용헌 이은림 이장욱 이진희 이 찬(평론가) 이현승 이현우(로쟈) 이혜경 이혜미 임수현 임영봉 임지연 장무령 전도현 전성욱 전성태 전형철 정여울 정영효 정우영 정은경 정주아 정한아(시인) 정혜경 정홍수 조강석 조동범 조성면 조연정 조연호 조용숙 조원규 조 윤 조 정 조해진 조형래 조효원 주영중 진은영 차미령 채 은 천운영 천수호 최성각 최진영 최창근 하성란 하재연 한세정 한용국 한지혜 함기석 함돈균 해이수 허병식 허윤진 허 정 홍기돈 홍준희 황광수 황규관 황호덕 총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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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 손에 땀이 날 정도네요... 아슬아슬하셨던 듯... ;;;몸조심하세요... (그나저나, "책임지지도 못할 블로그"에 벌써 글이
칠십개도 넘게 쌓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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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멀쩡하게 살다가 닌자거북이 갑옷 입고 헬멧 쓰고 봉 들면 갑자기 싸이코가 되어버리는 우리 경찰아저씨들(전경들도 난폭하지만 직업경찰들이 더 흥분하기도 해요)을 보면, 그 유명한 교도관-재소자 역할 실험이 떠올라요. 인간은 상황에 따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막막하기도 하고요... (근데 제 블로그에 벌써 글이 70개나 됐어요? 큰일났네... 이거 다 책임 못지는데... ^^ ㅋㅋ)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