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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가 막 폭발할 때 응급실 밤근무를 했던 나.
원장, 부원장, 과장님들이 신종플루 응급실 진료에 온통 관심을 집중하고 있을 때라 이 '윗분들'의 동정을 받을 정도로 개고생을 했더랬지.
우리가 몰골로서 보여준 근무실태. 그리고
'6시부터 12시까지라도 도우미를 파견해달라' 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서
내 응급실 턴이 끝나는 날부터 도우미가 파견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지옥같던 마지막 일주일이 끝나고
남들 좋은 일만 한 채
이번엔 '도우미' 로서 또 신종플루 진료를 하게됐다. ㅡ.ㅡ
(수양이 덜돼서, 솔직히 배아프다. ㅡㅜ 왜 나만 이고생인데!)
지금 신종플루 도우미로 응급실에 와있는데,
예방접종을 시작한 것 땜인지, 플루 환자가 적다.
아 역시 고생은 나때 다하고.... ㅡㅜ 젝일
한가해서 다섯시간째 인터넷질 하고 있는데
이제 볼 블로그 다 가보고
까페도 꼼꼼히 다 뒤지고 다니고
심지어 악보도 찾아봤는데
할일은 그대로 쌓여있다.
그치만 응급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
12시에 여기 일이 끝나야 할 수 있으니
제길슨이다.
에이 제길.
오늘은 몇시에 잘 수 있으려나...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지내다 보면 그 안에서 연애하는 경우가 당연히 생긴다.
학교 다닐 때 과에서 사귄 커플들이 줄잡아 열다섯쌍이 넘는다. (물론 복수 매칭도 가능...) 나는 그들이 사귀다 헤어진 다음에 서로 모른체 하고 불편해하고 상대방이 나타나는 자리를 피하는게 안타까웠다. 그들이 한두해 사귀다 헤어질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는건 사귀기 시작할 때부터 아무도 말은 안하지만 피차 알고있는 사실이다. 다 알면서도 사귀는건, 사귈 때의 행복과 만족이 헤어진 후의 그 모든 껄끄러움을 보상하고도 남기 때문인가? (=> 요렇게 생각하는거, 디게 '나'스럽다.) 아니다 그런 생각같은거 하면 왠지 상대방한테 죄짓는거 같아서 떠올라도 무시해버리는거지.
헤어진 커플의 껄끄러움을 극복하는 거. 흠...
사랑을 한다는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드는 일이다.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난 그렇게 맺은 관계는 예술작품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조각을 하다가, 작품이 마음에 안들거나 더 이상 고쳐보기는 힘든 약점이 생겼다고 치자.
예를들어, 코가 떨어져나갔다 치자.
전시회에 내놓을 수 없다고,
코가 없는 조각을 꼭
때려 부술 필요는 없는거다.
나는, 나의 실수가 그대로 드러나는 그 조각을
내 방 안에다 들여놓고 아껴주고 싶었다.
세상의 미의 기준에서는 벗어나도,
나에게 그것은 코가 떨어지기 전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다른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의미를 가지는 보물이니까.
누가알아?
나중에 가서 팔 없는 비너스상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칭송받을지도 모르지.
=> 요렇게 생각했는데....
이놈의 조각품이 코 정도가 아니라 머리가 떨어지면 좀 곤란하잖아......
ㅠ.ㅠ
애초에 조각하기 전의 날것 상태로의 돌덩이.
그것도 나름대로 아름다웠는데....
거기다 손을 댔는데
너무 추해지면
서툰 내 손에 대한 죄책감을 어떻게 하지...
손 댄 것을 후회하고싶지 않은데.
음....
머리가 떨어진 조각품,
지금은 멍때리고 바라만 보고 있지만,
조만간 뭔가 떠오르면
난 다시 정과 끌을 들고 깎기 시작할거다.
더 작아지긴 하겠지만,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떨어져 나온 파편에 상처입을 지도 모르지만,
지금보다 나아진 어떤 관계를 만들기 위해.
근데 나 너무 질긴거 같아.
낫 쏘 쿨, 심지어 약간 루저스러운 이 끈질김, 어떡할거 ㅋㅋ 구려.
하지만 이정도는 돼야 촛불 좀 든다고 하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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