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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를 보낸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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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직장에서의 일이야... 보름 전의 일이지.... 유리상자 안에 앉아 있는데.... 도대체 어느 은행마다 잔돈을 교환하는 장소를 왜 유리 칸막이로 덮어씌워 놓는 건지 알 수 없어.... 하루 종일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의 기분이 어떻겠어?.... 한 중년부인이 와서 깔깔한 만 원권 한 장을 내어놓으며 오천 원권 두 장으로 바꾸어달라더군.... 그래서 오천 원권 두 장을 창구 밖으로 내밀어주었지... 그런데 다시 천 원권 열 장으로 바꾸어 달라더군.... 오천 원권 두 장을 받고 보니 차라리 천 원권 열 장으로 바꾸는 게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고분하게 천 원권 열 장으로 다시 바꾸어주었어.... 그런데 그것을 받아쥔 그 자리에서 발도 한 걸음 떼지 않은 채 서서 다시 그 천 원권 열 장을 창구로 밀어 넣는 거야... 나는 무슨 일인가 싶어 그녀를 바라봤지... 그 여자는 굵은 목에 진주 목걸이를 몇 겹으로 둘러 감고 있었어..... 인도여자처럼 깊고 굵게 쌍꺼풀이 져 있었고.... 입술엔 붉은 입술연지가 칠해져 있었어.... 네가 상상해 봐.... 그녀는 천 원권 열 장을 내 창구 속으로 밀어 넣곤 다시 오백 원짜리 스무 개로 바꾸어달라는 거야....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그녀에게 따지려고 했어...아니 따졌지...공손히... 손님 저는 바쁜 사람입니다... 그녀는 나를 동전 바꾸는 기계로만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어... 오백 원짜리 스무 개....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내 분노엔 대답하지 않았어... 개 같은 년.... 나는 이를 물고 그녀에게 오백 원자리 동전 스무 개를 내주었어.... 그러자 그녀는 다시 그걸 창구로 밀어 넣으며... 어휴, 나는 그년을 죽여버리고 싶었어.... 그런데 바로 내 뒤에서 은행장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거야.... 뭘 생각했겠어,내가? .... 집 안에 득시거리는 동생들과 부모들의 찌들린 얼굴이 떠올랐지... 개 같지 않아?.... 나는 다시 백 원짜리 동전 백 개를 내주고... 연이어 오십 원짜리... 십 원짜리로 바꾸어주었어.... 만원권을 천 개의 십원짜리로 바꾸는 것으로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 있지 않을지도 몰라.... 천 개의 동전주머니를 들고 낑낑거리며 돌아가는 그년의 뒷모습을 보았다면 말이야.... 그런데 그년은 내게 그것을 도로 밀어넣으며 만 원권으로 바꾸어달라는 거야... 옛날에 본 <지상에서 영원으로>라는 영화가 생각나더군... 사단체육대회에 나가서 상대 선수를 죽게 한 뒤 다시는 권투를 하지 않으려는 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권투를 다시 시키려는 그의 상관은 그의 결심을 바꾸게 하기 위해 기합을 주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연병장의 한 귀퉁이를 삽으로 파게 하는 거였는데 몽고메리 클리프트가 그걸 다 파고 나자 그의 사관은 자신이 읽고 있던 신문지를 구덩이에 던져넣은 다음 다시 흙을 덮으라는 거였지.... 무용한 노동....기쁨 없는 노동.... 내 것이 아닌 노동.... 그처럼 가혹한 벌은 없는 거야....

 

 

 

궁금해서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를 검색해 봤다.

메인 카피는 '청바지처럼 꽉!끼는 가벼운 포르노그라피'

<싱글즈> 예고편을 보고 그저 그런 '야한 영화'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대개 영화 광고는 핵심을 '오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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