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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1.

 

바자 피쳐 에디터 김경 인터뷰 모음집 제목이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디제이덕

 

2.

 

디제이덕, 혀가 짧아 국내에선 가장 잘 들리는 랩 때문에 애초부터 좋아했었다. 랩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는 내가 랩을 평가하는 기준은 첫째가 무조건 잘 들릴 것!! 

겨울이야기와 여름이야기는 나의 노래방 고정 레파토리.

제법 놀 줄 아는 날나리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L.I.E'같이 사회성 짙은 멘트를 날리며 돌아왔을

때도 의심을 전제로 한 애정이 겨우 생겨날똥 말똥이었으나...  국가보안법 철폐 문화제에

나와서는 '국가보안법이 뭔지 잘 몰라도 우리 가사 짤린 것처럼 검열하는 건 좋지 않다'는 멘트

를 날려 애정의 강도가 꽤나 높아진 것. 행사를 주최한 입장에서 문화제가 망하면 기분이 상하기

마련인데, 어쨌든 디제이덕 이름값 덕분에 문화제는 대박이 터졌다. 거기에 아주 적절한 멘트

한마디에 녹아났던 수많은 사람들...

 

3.

 

그런 디제이덕에게 애증의 감정이 생겨난 것은 베이비 복스와 벌인 설전 때문.

힙합은 장르 특성상 가사말에 상당한 무게를 두기 마련. 게다가 비주류 장르라는 특성 때문에

대개들 자의식이 강하고 반사회적인 메세지도 자주 등장. 오죽하면 은지원도 자기가 아웃사이더인

양 늘 '은지원도 랩한다고...그 누가 뭐라해도 랩한다고' 강조하잖아. 게다가 엠씨몽은

'슈퍼맨이 되겠다던 꼬마 아이는 오늘도 세상과 ON and ON' 맞짱 뜨고 있다잖아.

그런데 못마땅한 것은 이 힙합 가수들이 대개 남자들이고, 경우에 따라 솔직함을 넘어 종종

마초 근성을 심하게 드러낸다는 것. 핫팬츠에 탱크탑 입은 댄서들이 부비부비 댄스를 남발하는

무대야 그렇다쳐도, 여성비하적인데다 돈에 심취한듯한 분위기는 최악. 그야말로 형용모순.

제 목소리는 내는 가수들일수록 밑바닥 정서가 강해서, 꼭 땡전 한 푼 없이 살아왔다고 하소연

하는데 곧 죽어도 맨날 압구정동에서만 논다. 배는 곯아도 차는 끌고 다니면서 클럽 다니고

여자애들 꼬셔서 놀고 즐긴다. 보일러 땔 돈도 없다면서 밍크코트 입고 다닌다. 압구정동에 있는

값비싼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면 그게 '서민적'이라고 생각하는 철없는 애들이다.

그런 애들이 투팍인지 뭔지 자기들이 신봉하는 가수를 표절했다고 베이비복스를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놀아나는 이쁘고 무식한 년들 취급을 하더니, 급기야 '미아리 복스'라는 언어폭력까지

저지른 것.

마초 랩퍼들은, 남 욕하기 전에 온통 모순 투성이로 얼룩진 제 몰골을 들여다 볼 것.

 

4.

 

아무튼 인터뷰는 꽤나 재밌다.

 

김경 : 가사가 굉장히 사회비판적이네요.

이하늘 : 난 배운 게 별로 없어 비판적이고 그런 건 몰라요.

김경 : 가사가 방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는데, 고쳐서 다시 심의에 응할 생각은 없나요?

김창렬 : 우리가 바꿀 놈처럼 보여요?

 

....

 

다음 인터뷰. 김창렬은 약속 시간에 늦어 나오지 않고 있다. 당황하고 있는 촬영팀.

 

이하늘 : 있으나마나 한 녀석이니까. 그냥 우리까리 하지.

..

이하늘 : 아무 생각 없는 애예요.

이재용 : 글쎄요. 창렬이랑 대화를 해본 지가 되게 오래된 거 같아요. 일단 걔가 약혼을 했잖아요.

아, 이 얘기 안 꺼내려고 했는데... 그런데 약혼까지 가려면 여자한테 얼마나 푹 빠져 있겠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하늘이 형하고 저하고는 좀 멀어졌어요.

...

이하늘 : 디제이덕이 여기까지 올 때 나란 존재를 많이 반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나란 존재는 없어. 그랬으면 아마 솔로 앨범이 나왔겠지. 나 혼자는 의미 없고 혼자 절대 할 수도 없는 거거든.

그런데 솔직히 창렬이 없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재용이 없이는 못하지. 더 솔직하게

얘기하면 창렬이가 빨리 정신 차려서, 내 짐을 조금 덜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대놓고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는 가수들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재밌는 애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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