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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을 보내며...

병역거부를 하고 나서부터 여러 병역거부자들이 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

그들에게는 저마다 각자의 표정이 있다. 모두 슬퍼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두 담담해하지도 않는다. 어떤 이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어떤 이들은 담담해하고 어떤 이들은 해석하기 힘든 표정을 짓는다.

 

병역거부자보다 더 힘든 건 그들을 보내는 가족들이다. 표정에서 그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다. 보통 아버지들은 마지막까지 말이 없다. 아직도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그러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반면 내가 느끼기에 어머니들은 훨씬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눈물을 흘리는 것도 어머니고, 향후 일정을 캐묻고 수감생활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어미니다. 어머니들은 보통 아버지들 보다 쉽게 병역거부의 가치를 인정한다. 최소한 이해하려 애쓴다. 아무래도 경험의 차이가 큰 것 같다. 아버지들은, 동시에 가장이었고 군인이었기 때문에 언제나 두고 두고 자식이 겪게될 사회적 불이익을 생각한다. 앞이 깜깜하니까 당장 해야할 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병역거부를 긍정하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형량은 반으로 줄었고, 국회에서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고, 언론은 끊임없이 병역거부자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성과들에 만족해하면서 한 명 한 명 수감되는 모습에 무뎌지기도 한다. 각자 영리하게 수감생활을 꾸려가고 더 밝은 모습으로 나오리라 생각하며 편하게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오늘 또 한 명의 병역거부자 재판에 다녀오고 나서 지금 내 기분은 아주 예민하다. 그가 재판을 받고 형사의 손에 이끌려 가고 남은 사람들은 그를 보내며 걱정한다. 오늘 어머니는 냉정하게 다가올 날들을 준비하고, 아버지는 마냥 답답해하시고 이모는 시종일관 불안한 듯 수다를 떨다가 울기를 반복한다. 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주고 싶지만 그런 행동엔 익숙치 못하다.

 

돌아오면서 나는 생각한다.

'그들은 왜 갇혀야 하나? 그들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할 이유란?'

물론 그 이유란 열가지도 더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열가지 이유인즉, '인간에게 평화란 비현실적인 이상일 뿐'이라는 사고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도 잘 안다.

 

매번 병역거부자들을 보낼 때마다 짜증과 분노와 무기력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안고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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