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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언제부턴가 나는 단체활동과 관련된 경우가 아니고는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불행한 일이지만 사람들을 만나도 별로 즐겁지 않을 때가 많다.

왜 이렇게 되었는 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부담스럽다.

내가 상태가 좋지 않으면 더더욱 사람들 만나기가 부담스럽다.

 

 

탈출구 같은 것일까? 이런 상태일수록 연애에 더 집착하게 된다.

연애가 잘 되지 않으면 그 때서야 사람들을 찾는다.

위로가 필요하다. 아주 이기적인 욕구다.

내가 힘들 순간이 찾아와야 비로소 타인과 소통하려 하고 타인의 손길을 요구한다.

 

 

이틀 전에는 아주 오래된 친구를 만났다.

서로 친구라 부를 만한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으면서, 희한하게 연락이 끊기지 않는 사람.

민망하지만 '친구'라 부르지 않고는 딱히 뭐라 말하긴 힘든 그런 친구.

그 친구는 십년 전, 같은과에 입학했던 동기다.

우리는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에 입장이 서로 달라 으르렁 거리던 사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쪽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나 혼자 흥분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녀석으로 보였을거다.

그토록 맹목적이고 저돌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게 말이다.

그러다 그 친구는 학교를 옮겨 재입학을 했다. 그리고는 서로 연락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아무래도 '병역거부'가 계기가 되었다고 해야 맞겠다.

보석으로 잠깐 나와 있는 사이, 그 친구는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왔다.

한 사오년 만에 연락이 닿은 것 같다.

그리고 감옥에 있을 때 면회도 한 번 왔고, 편지도 한 번 보내왔다.

 

 

그렇게 해서 이틀 전,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또 일방적으로 수다를 떨었다. 의외로 친구와 얘기가 잘 통했다.

 

 

 

친구는 내게 힘내라고 동화책 한 권을 선물했다.

동화책 선물, 아주 독특하다. 그 친구는 항상 나 만큼이나 독특하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발버둥칠수록 정작 그 활동가들은 우울하고

아프게 된다는 현실이 갑갑하지. 진짜 좋은 세상을 내 안에 품고 있으면,

나도 저절로 좋고 행복하고 남들 보기에 부러운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친구는 속표지 가득 응원의 메세지를 적어두었다.

 

 

그래, 나도 그런 생각으로 가득할 때가 있었다.

너무나 많은 희망을 품고 있어서 하루 하루가 즐겁고

그런 나를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즐거워지는.

그런데 지금은 왠지 너무 밝고 희망 가득찬 사람을 보면 거.짓.말 같다.

내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심히 뒤틀려 있는 것 같다.

 

 

'어린 아이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면 기쁜 건 기쁘고 슬픈 건 슬프고 자랑스러울 땐

자랑스러울텐데...'

 

다시 한 번,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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