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까모메식당

우연히 지인과 함께 종로 스폰지 하우스에서 <까모메 식당>이란 영화를 봤다. 일본 독립영화 페스티벌이 진행 중인데 진정한 의미의 '독립'영화는 아니고 그냥 일본영화 페스티벌이다. 오다기로 죠 스페셜도 있던데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눈여겨 보면 좋을 듯.

 

 

 

1. 까모메(갈매기) 식당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여성(굳이 여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영화가 여성영화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 길모퉁이에 식당을 연다. 식당은 썰렁하다. 한 달 째 윤이 나게 접시만 닦고 있다. 어느 날 일본 문화에 흠뻑젖은 핀란드 청년 톤미가 찾아 온다. 첫손님에게 공짜 커피를 제공하는 사치에. 매일 같이 공짜 커피만 마시는 톤미는 사치에에게 '독수리 오형제' 주제가 가사를 물어본다. 서점에서 우연히 일본인 여성 미도리를 발견한 사치에는 독수리 오형제 가사를 알려준 게 인연이 되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미도리는 사치에 집에 함께 머물면서 식당일까지 거들게 된다. (손님은 여전히 톤미 혼자) 여기에 정체불명의 여성 마사코까지 식당일에 가세하게 되는데... 줄거리는 이쯤. 더 얘기하면 완전 스포일러 될 거 같아.

 

2. 키워드1 - 식탁

시작부터 감잡았지만 이 영화는 여성영화다. 혼자 사는 여성들,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꾸역 꾸역 까모메 식당으로 모여든다. 여기에 핀란드 여성까지 가세하며 국적을 초월한 여성들의 소통과 상처치유가 시작된다. 그 방식은 식탁을 둘러싼 대화와 위로. 함께 만들고 먹고 수다를 떠는 식탁공동체는 외로운 인생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여전히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진지하게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말하지도 않는다. '각자 갈 길이 있다'고, '언제 떠날 지 알 수 없다'고 말하는 사치에는 사람을 만나고 떠나보나는데 익숙해 보인다. 식탁공동체를 지향하는 소설이 몇 편이 생각났는데 정확한 제목을 모르겠다.

 

3. 키워드2 - 여유

일본 음식에 익숙치 않은 핀란드에서 까모메 식당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런데도 식당 주인 사치에는 전혀 조급해 하지 않는다.(물려받은 돈이 많나보다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 얘기는 하나도 안나온다. 흑흑 부러버T.T;;) 전쟁을 경험한 적 없는 복지천국 북유럽 국가들. 한국인들이 지내기에는 따분할 정도로 사람들은 조용하고 여유가 흘러 넘친다. 사치에는 그런 곳을 찾아서 산다. 어떤 연유로 일본을 떠나온 여성들은 모두 조급한 삶,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는 번잡한 삶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무작정 핀란드를 찾았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식당을 떠나지 않고 모여든다.

핀란드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유가 있냐고 묻는 마사코에게 톤미가 답한다. '숲'

 

3. 키워드 3 - 여성

영화에는 상처받은 남자들도 나온다. 그러나 역시 영화의 중심은 여성이다. 남편이 말없이 떠나버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알콜중독 핀란드 여성을 치유하는 과정은 여성의 소통과 치유 능력을 잘 보여준다. 오랜 간병 생활 끝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은 중년 여성 마사코. 그녀는 핀란드 여성의 말을 전혀 알아 듣지 못하지만 느낌으로 다 알아듣는다. 열심히 들어주며 호응해주고 마음을 감싸준다.

 

 

간만에 가슴 따뜻한 영화를 봤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