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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월

1.

실장님에게 무한도전을 보라고 꼬시다가

확실하게 무도빠를 만들기 위해 레슬링 편을 다운받아 보여줬다.

보자마자 실장님 첫 마디가

 

"이런 사람들 왜 약먹고 무대에 오르는지 알겠다..."

 

흐흐..묘하게 마이너 감수성이 있어.

 

2.

겨울 엄청 춥구나.

위, 아래 다 내복을 입고 다녀도. 밖에 나가기가 너무 싫다.

단지 추위 때문은 아닌가?

아무튼 학원 일이 없는 날은 종일 방콕이다. 간만에 휴일이 생겨서 그런가?

뭘 어떻게 놀아야할 지 잘 모르겠다. 봄이 올 때쯤엔 뭐든 감이 잡히겠지...

황사로 가득한 봄, 미친듯이 비내리는 여름, 짧아지는 가을, 열라 추운 겨울

사계절이 아름답다는 교과서 서술을 뜯어고칠 때가 아닌지.

기후에 걸맞게 덕후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활형 라이더가 되겠다는 다짐을 조금씩 실현해 나가자는 마음으로

어제는 간만에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진짜 진짜 춥더라. 내복에 기능성 옷 잔뜩 껴입고 등산용 겨울장갑 끼고 달렸는데도

진짜 춥더라. 엄청 싸매도 가장 취약한 곳은 엉덩이...

엉덩이 추워 디지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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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김연수, <세계의 끝 여자친구> 중에서

 

 

너무 너무 오랜만에 소설을 읽다가, 오랜만에 마음을 건드린 구절이 읽어 옮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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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월출산 산행 + 그보다 더 긴 짜투리 이야기

연휴를 내기 힘든 이 즈음 놀러가야지, 놀러가야지 계속 다짐해도 시간이 안났다.
아무리 잔머리 굴려봐도 당일치기로 가장 쫀쫀하게 노는 방법은 역시 산행이었다.
새벽 1시 광주행 막차를 타고 4시 조금 넘어 광주에 도착하니 영암가는 첫차가 금방 있었다.
(왜 월출산이었냐면 순전히 론리 플래닛 한국판에 실린 구름다리 사진 때문이었다.)
버스 타고 영암도착해서 다시 택시타고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니 대략 5시 30분쯤.
사방은 고요하고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예상대로 춥다. 시골의 새벽은 항상 예상보다 더 추워서

정신이 버쩍난다. 이제 정신을 차려,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도 비수기엔 역시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휴일에만 몰아서

어디를 간다. 그래서 내가 어딘가를 가면 항상 사람이 없다. 보통 사람들과 생활주기가 달라서

그런건데, 그래서 좋다.
 
근데 예상보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해가 뜨질 않았다. 헤드 랜턴 가져올걸. 이건 예상밖 시나리오.
조금만 기다리면 해가 뜨겠지만 춥다. 그래서 어디 들어가서 컵라면이라도 하나 빨려고 기웃기웃

하다가 등산로 입구에 매점을 하나 찾았다. 언제부터 와서 기다렸는지 중년 여성 둘이 추위에

떨며 가게 앞에 서 있다. 새벽에 와도 매점이 열었을 것이라는 택시기사 말만 듣고 무조건 일찍

왔는데 문을 연 곳이 없다는 거였다.  흠..다들 인심 좀 고약하다. 자기만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앞뒤 안재고 일단 태우고 본거다. 내가 택시를 탔을 때도 아예 미터기를 켜지 않고 정해놓은 금액을

요구한다. 거리를 계산해보면 미터기보다 턱없이 비싼 돈을 받는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짜잘한

상술에 짜증이 난다. 하긴 여행이란 게 늘 그런 면들이 있지만. 얄팍한 인심에 조금 짜증이 난다.

게다가 가게 주인은 이미 일어나서 두 사람이 떨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도 문을 열어 주지 않는다.
아직 문 열 시간이  안 된건지, 아니면 공짜 손님 받기 싫어 그러는건지 이리저리 눈치만 보면서

열어주지 않는다. 짜증나서 가게 문을 두드렸다. 그랬더니 어디 일을 가야 한단다. 그래서 난

부부가 매점 운영하면서 아저씨는 농사라도 짓는 줄 알았다. 그러려니 하고 그냥 다른 쉴 곳은

없나 여기 저기 두리번. 그냥 올라가볼까 좀 올라가봤는데 너무 어두워서 아직은 무리. 다시

내려왔다. 그랬더니 아저씨는 일을 간 게 아니고 계속 가게 오픈을 준비하느라 부스럭거린다.

그냥 열어달라고 다시 두들겼다. 열어준다. 들어갔다.
뭐라도 안 사먹으면 잡아먹을 눈치다. 컵라면 하나를 샀다. 2천원을 받는다. 이런 쓰벌...

그거야 뭐 흔한 일이니...
올라갈 때 마시려고 보온통에 따뜻한 물을 받는데 천원을 달라고 한다. 헐...대박...
일부러 들으라고 큰소리로 너무하네 했더니 물 데우는데도 전기비가 들어간단다.

그래 너 잘났다. 아 됐어요 그럼 안떠요 하고 투덜대는 사이 물 한 병 다 채웠다.

그렇게 계속 밍기적대면서 적당히 시간을 때웠더니 슬슬 동이 튼다. 자 출발하자.

아저씨 영원히 굿바이. 사람도 없는데 다시 가게 문 닫으숑.
밖에 나가니 어둠 속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바위산이 나를 잡아먹을 기세로 서 있다.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한 새벽빛을 받으니 비현실적인 느낌에 조금 무서운 기운이 든다.
내 앞에 이런 산이 있었구나.
 

>> 2천원짜리 새우탕..



>> 해가 막 터오고 있다.

월출산은 코스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 가장 긴 코스를 타고 갔는데도 6시 조금 넘어 출발해서 2시

되기 전에 끝났다.
 

천황사 -> 구름다리 -> 천황봉-> 구정봉 -> 억새밭 -> 도갑사로 이어지는 풀 코스는 크게 보면 2구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상인 천황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바위산 길이고 하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풍경에

변화가 거의 없이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다. 다음에 다시 찾는다면 정상에 오른 후에 왔던 길로 다시

하산하는 게 낫겠다. 지리산처럼 지루한 산보다는 설악산처럼 변화무쌍하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산이 좋다.

구름다리는 생각보다 금방 나온다. 천황사를 지나 1시간 정도 가면 바로 구름다리. 봉우리와 봉우리를

이어 만든 구름다리는 길이가 50여미터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오감이 짜릿 짜릿 하다.
게다가 그 이른 새벽에 오르니 다른 사람은 전혀 없다. 사방이 적막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이제 조금씩

밝아지는 시시각각 그림자의 형체를 변화시키며 사방을 신비로 몰아간다. 사방이 탁 트힌 그 중심부에서

구름다리를 건너간다. 그걸 다 건너는 게 너무 아까워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이 쪽에서 보고 저 쪽에서

보면서 건넜다. 그러나 막상 건널 때는 아래를 쳐다볼 수 없었고 고개를 조금 트는 정도도 힘들었고 그냥

앞만보며 걸었다. 그 흔한 출렁출렁 장난 한 번 치지 않고 그냥 걸었다.

그리고 그 뒤부터는 또 한참 지나온 구름다리를 쳐다봤다. 아까 새벽에 봤던, 조금 늦게 출발한

아주머니 둘이 구름다리 앞에서 한 세월을 보내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건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어지간히 떨렸나보다.



>> 해가 떠오른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새벽 산행은 더 많은 장관을 연출한다. 새 디카 처음 써봤다.



>> 해가 온전히 떠오르지 않아 살짝 붉은 빛이 감돈다.

그 뒤로는 주로 경치 보는 재미로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천천히 올랐다.
산에 사람이라곤 하나 없고 점점 사위가 밝아지며 산은 시시각각 장관을 연출하했다. 묘한 적막감이 좋았고
수묵담채화처럼 겹겹이 계속되는 산들이 멀어지면서 그 형체가 조금씩 희미해지는 모습은 신비로웠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 준비해온 김밥, 주먹밥 먹고 내려갈 땐 슬렁슬렁. 이렇게 새벽행 산행은 기대 이상으로
흡족한 추억을 남기고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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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 3

국내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곳을 뽑으라면 역시 제주도 우도를 꼽겠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쪽빛 바다. 그 로망을 실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국내 여행지를 원한다면 단연 우도를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를 가도 비슷하기 마련인 국내 여행지. 특히 유명한 곳일수록 엠티 이상의 분위기를 내기 힘든 국내 여행지와는 차원이 다른 진짜 '그림같은 풍경'이 여기에 있다.

제주도 여행 넷째날은 오신생 민박집에 짐을 풀고 우도를 다녀왔다.
느즈막히 일어나 자전거에 간식과 물만 챙겨서 여유롭게 나섰다.
마음껏 그냥 놀기로 작정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날씨도 엄청 좋았다.

 

>> 부서지는 햇살. 구름한점 없이 맑은 날씨. 이 때가 10월 초였는데 춥지도 덥지도 않고 최고였다.

자전거로 섬 전체를 돌면 1시간 남짓 걸릴까? 섬 외곽 순환로를 끼고 돌면 짧은 시간에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종일 놀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섬 곳곳이 너무 이뻐서 어디에 머물러도 기분이 좋아진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오른쪽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섬을 1/4쯤 돌았을까 길이 끊겼고 그 곳에서 잠시 휴식을 하는데 멀리 해녀들이 보였다.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여기 저기서 호각 소리가 들리고 십수명의 해녀들이 물 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수십 년을 살아온 해녀들에게 물은 무엇일까?

다시 배에서 내렸던 곳으로 돌아왔다. 물가에 사람들이 모여 발을 담그고 물장난을 친다. 물빛이 너무 투명해서 속이 다 비친다. 보이는 하나 하나 감탄이 멈추질 않는다.

 

>> 물빛이 정말 투명하다. 이야...

 

>> 물질하는 해녀를 클로즈업으로 잡아봤다. 절벽 근처로 가자 길이 끊긴다.


 

>> 방향을 틀어 섬 중앙의 정상을 향해 오른다. 오르는 길에 바다를 보며 잠시 한 컷. 물살을 가르는 배들.

 

>> 마을 한 복판으로 이동. 문닫은 초등학교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데...무슨 박물관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유료라 안 들어갔다.

 

>> 마을 한복판에 중국집이랑 분식집도 있다. 근데 중국집이 두 개가 나란히 붙어서 경쟁 중. 영화 인어공주 포스터가 붙어 있다.


섬 한 바퀴를 휭하니 돌아 배를 타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해가 진다. 우도에서 멋진 하루를 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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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오늘의 수다

1.

진보넷 블로그에 글을 쓰면 같은 반 친구가 일기장을 엿보는 기분이 든다.

한다리 건너 건너 다 알만한 사람들이 보겠지...그런 생각이 드니까

처음엔 그게 좋았는데 싸이월드 없앨 때랑 비슷하게 어느 순간 글을 안 쓰게 된다.

그런데 조금 놀랍게도 타블로와 관련된 글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댓글을 달았다.

진보넷 블로그에서 보기 힘든 이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댓글.

진짜 진지하게, 타블로가 범인이라는 강력한 믿음을 갖고 나를 설득하는 글들이었다.

여기까지 와서 그 긴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누구였을까 하는 생각이 조금 들었고

 아...정말 이 사람들 살짝 미쳤구나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니까 타블로에게도 뭔가 구린 구석이 있나보다 생각하게 만들 정도였다.

아주 잠깐...

역시 문제는 타블로의 학력이 거짓이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니까...설사 타블로의 학력이 거짓으로 드러나더라도 생각은 변하지 않았겠지만

 

그런데 mbc스페셜 나가고 오늘 왓비컴즈가 백기투항하는 모습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난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인정을 하지 않는 그 의심이란...

 

2.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한 말을 두고 예상대로 시끄럽다.

오늘 한겨레 신문에 실린 홍세화 씨 글을 보고 놀랐다.

개인적으로 아는 홍세화 씨는 내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진정한 인격자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그냥 그 사람의 됨됨이가 그렇다.

그런데 홍세화 씨가 상당히 흥분해서 쓴 글임을 알겠더라.

 

시기적절하게 진보넷도 관련 글들을 블로그 대문에 내걸었는데...그 글들 읽으면서

정말 답답한 마음이 들더라.

일단 왜 그렇게들 글을 어렵게 쓰는지 모르겠다.

진보넷 블로그에 그런 글들 많은데 가끔 읽다보면 짜증난다.

흥미로운 주제를 갖고 떠드는데도 말을 섞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시게 만든다.

누가 읽어달라고 쓰는 글이 아니라 자기가 계속 보고 보고 또 보려고 쓴 글 같다.

 

이정희 대표 발언 보고 나는 '역시나'했다.

어차피 저런 대답 밖에 안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면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할거고, 저렇게 말하면 당내에서 폭발할테니...

민주노동당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생각했다.

열린 진보 주장하며 후보 단일화하는 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는 정치니까..

근데 이정희 씨가 얻은 '유연한 진보'의 이미지가 한방에 '가장 뻣뻣하고 구린 진보'

이미지로 탈바꿈했다. 민노당 울산시당이 경향신문 절독운동을 하겠다는 말에 정말 식겁하더라.

그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 쪽수가 많아서 겁을 상실했나? 쪽수갖고 정치하는 것도

아닌데 아주 당지지율을 갉아먹으려고 작정들을 하셨나?

 

...중략하고 그냥 내 생각의 핵심은 이렇다.  

 

'남의 나라 문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간섭할 일이 아니다.'는 주장을 할 수는 있다.

무슨 말을 하건 민주국가니까. 근데 말에 일관성이 하나도 없다.

일관성이 있다 해도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미국은 물론이고 브라질, 베네수엘라, 독일, 프랑스, 영국, 버마, 이스라엘 등등 국제면에 제일

많이 나오는 기사 가운데 하나가 다른 나라 선거랑 권력구조 이야기다. 

그런 먼 나라 선거에 대해서도 다들 입장이 있다. 근데 북한의 권력구조에 대해,

그것도 '3대 세습'에 대해 남의 나라 문제니까 이러쿵 저러쿵 할 일이 아니라고??

그럼 반미라는 말 자체는 뭔 개코메디냐?

아예 미국이라는 나라를 반대한다고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남의 나라 일에는 간섭하면 안 된다??

게다가 통일할 거라며?? 합치겠다는 나라가 3대 세습하고 있는데 입장이 없으면 대체 통일

얘기는 어떻게 하려고??

왕조국가인지 독재국가인지 분석틀이 없으니 우리의 시선으로 비판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건 또 무슨 개뼉다구 같은 소리인가? 그래 분석가능한 틀이 없다치자. 그럼 씹으면 안 되나?

팩트만 갖고도 씹을 건 지천에 널렸다.

비판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순 있어도 비판할 수 없다는 지적이라니. 북한만 뭔 용가리 통뼈냐?

 

민주노동당은 정당이다. 정치를 하려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사고를 해야지...

민주노동당이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과도한 주문을 받고 있는 거 맞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부자감세, 병역비리, 강부자/고소영, 뭐 이런 말만 나오면 한나라당이 뭇매를 맞듯이

그게 정치지... 더구나 민주노동당은 충분히 그런 과도한 주문을 받을 짓을 했잖아.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마디만 해보라구?' 민주노동당은 그럴 수 없다는거다.

물론 정치에도 지켜야할 무엇은 있다.

그러니까 그 지켜야할 무엇이 무엇인지 이럴 때 드러나는거지..

이건 냉정히 말해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한마디만 해보라구 협박하는 게 아니라...

규정되지 않는 진보를 독점하고 있는 그 부당한 권력을 벗기기 위해 한마디만 해보라는 것이다.

그게 정치다.

정치의 주체로서 나는 어떤 정치세력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싶은 당연한 욕구가 있다.

 

그 욕망이 병적인지 아닌지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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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블로 학력 위조 논란, 공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

1.

공인이란 공적 위치에 놓인 사람을 말한다.
공적 위치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
가령 나는 시상식에서 사회비판적인 메세지를 던지는 연예인이나,
악동처럼 과도한 행동을 일삼는 스포츠 선수에게 관대한 편이다.
관대하다는 말 자체가 좀 웃긴데, 그냥 그 선수의 개성으로 이해할 뿐이다.
그 사람과 생각이 다를 수는 있고 당연히 생각의 차이에 따라 호감/비호감이 생기지만,
그 사람이 무언가를 표현했다는 사실 자체로 '공인으로서 부적절할 행동'을 했다는 비판은 하지 않는다.
여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며(사람이면 누구나 존중받아야할)
둘째는 그들에게 과도한 공인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대중들이기 때문이며
셋째는 이런 타인에 대한 병적 관심은 본인에게나 타인에게나 해롭기 때문이다.

상대를 공인의 위치에 올려놓고 사소한 부분까지 이러쿵 저러쿵 떠드는 것은 과도한 간섭이다.
한 편으로 타인을 행위를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열망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는 때로는 비열하다.
얼마 전 김새롬 씨가 싸이월들에 올린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타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얼마나 병적 수준까지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지나친  열등감(박탈감), 그래서 또 그에 비례하는 우월감이 타인을 통해 과도하게 투사될 때,
그것은 그냥 폭력이다.


2.

가장 공적 성격이 강한 직업은 정치인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부여받는 공적 성격이란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른데,
아주 도식화시키면 인기가 많을수록 공적 성격도 강해진다.
인기가 많을수록 일거수 일투족이 화제거리가 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공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가장 공적 성격이 강한 정치인에게 관대하고,
상대적으로 공적 성격이 약한 연예인에게 과도하게 열폭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보면
조금 무서운 느낌마저 든다.

가령 타블로를 보자.
타블로의 학력은 위조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대중적 분노의 대상이 왜 타블로인가 하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타블로 논란이 한참일 때 진행된 국무총리/장관/경찰총장/국세청장 내정자들의 청문회를 보자.
극단적 절망+분노=무기력 그 자체.
위장전입은 이미 필수 코스가 되었고 학력 위조, 논문 조작/표절  역시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대체로 부동산 관련 비리들이 덕지덕지 붙는데
상류층이 어디에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부동산+교육, 이것이 오늘날 한국사회 상류층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그들이 아주 쉽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된다.
가장 혐오스러운 것은 온갖 불법 수단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일말의 죄책감도 없으며, 양심의 동요 따윈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더 나아가 진심으로 자신들이 한국사회를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심지어 이바지 하고 있다는
그 오만과 위선. 강력한 자기최면이 체화되어 왠만한 충격에는 다치지 않는다.


3.

인터넷이 일상화되고, 케이블 방송으로 연예인의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채널이 늘어가면서
연예인들의 사소한 생활 하나 하나가 모두 기사거리가 되고 있다.
O양 비디오 사건 따위의 가쉽거리를 주도하던 스포츠 신문들이 생산해내던 것과는
수준이 완전 다른 차원에서 연예인들은 거의 모든 것이 노출되고 있다.
물론 모든 사회적 현상이 일방적인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연예인들은 이런 대중의 과도한 관심을 즐기기도 하며, 때로는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온갖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지금,
역설적으로 리얼과 가상의 경계가 그 어느 때보다 모호하다.
이제 연예인의 삶 역시 내 삶과 강력하게 링크되어 어디까지가 가상이고 리얼인지 불분명하다.
여기엔 분명 순기능도 있다. 팬덤이라는 독특한 사회 현상 역시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역시 과도하다.
정치인에게 반복되는 절망감은 무기력감으로 바뀌었다.
우습게도 사람들은 가장 더러운 부패집단을 외면한 채, 비교적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분노를 투사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 그리고 종종 연예인들은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되어
만신창이가 되고 때로는 인생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관심은 지난 10년간 생겨난 현상이다. 한국사회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계속되는 연예인 자살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사회는 피곤하다. 모든 것을 과도하게 요구한다.
돈과 일과 성공에 대한 과도한 열정은 어떤 이에게는 그 열정의 크기 만큼의 절망으로 바뀐다.
극단적인 경쟁은 곧 으깨질것처럼 불안불안하게 만들고
일상적인 스트레스, 열등감, 불안감, 분노, 박탈감을 극복할 통로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분노를 투사할 대상을 찾는다. 

그래서 나는 타블로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 불안하다.
이것은 불안한 우리 삶의 또 다른 반영이 아닐까?
황우석 사태가 오버랩핑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난의 가장 우선 순위에 있어야 할 사람들에게 정당한 비난을 돌리자.
정당한 방향으로 분노를 표출해야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 
무엇보다 사회가 제대로 굴러간다. 그 싸움을 외면한 채
특정 개인을 대상으로 사회적 전쟁을 벌이는 것,
마녀사냥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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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에 대한 비난, 미래를 고민하는 자의 언어일까?

1. 우리는 꿈을 꾸기에, 진보정당을 만들었다.

노회찬 후보가 거의 집단 매도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다.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나는 이 돌팔매를 그냥 얻어 맞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를 넘었다.

사람들이 왜 진보정당이냐고 자꾸 묻는다. 나는 왜 진보정당을 안 만드냐고 묻고 싶다. 이건희 같은 범죄자가 떵떵거리고 사는 나라, 유엔에서도 금지한 동절기 강제철거가 자행되고 무슨 테러리스트처럼 집단 매도되고 급기야 죽음에 이르는 나라, 개발과 기업의 논리가 사방팔방 다 지배해버려서 그저 돈이면 뭐든 단 된다는 물신주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나라,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에 노동시간 최고인 그래도 경쟁의 무한질주가 멈추지 않는 나라. 내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자와 원금을 20년 넘게 갚고 늙어 고부라질 때쯤 내 집 하나 장만한 기쁨으로 노년을 맞이하는 나라. 그래서 젊은 시절의 그 고통을 돌려받고 싶은 심정에 너도 나도 집투기를 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고 뉴타운이라는 환타지에 모든 인생을 거는 나라.

왜 이런 나라에서 진보정당을 안 만드냐고 묻고 싶다.

단계적으로 가라고 한다. 난 이 말을 20년째 듣고 있다.
저 위에 있는 질문으로 돌아가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년 동안에도 왜 저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는지, 아니 오히려 더 강화되었는지 진지한 고민을 던졌다면 우리는 왜 제자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정당이 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좋은 세상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누구도 위에 적힌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
단언컨데, 저런 문제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국참당도 해결 못한다.
아니 그럴 의지가 없다. 동네에 나오는 대다수 민주당 의원들을 봐라...
대부분 먹고 살만 해지니까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나와서 1-가, 1-나, 2-가, 2-나 후보들끼리 지역개발 공약 내세우기 바쁘다. 민주당만 해도 돈이나 권력이 걸리지 않으면 지역 조직들이 움직이질 않는다.

'4년만 더 하겠습니다.' '상구라면 ok'(민주당 후보 이름이 박상구였다.)
이런 슬로건을 내세운다. 그냥 보면 한나라당인지 민주당인지 구분도 안간다.

그런 정당들에 왜 우리가 미래를 맡겨야 하나?
물론 정책연대 할 수 있다. 사안별로. 그리고 선거전술 잘못짜면 혼날수도 있고 진보정당 뜻이 좋아도 대중과 괴리되고 대중의 말을 못 알아들으면 혼나야 한다.
진보신당에 화난 마음 이해한다. 애정이 없다면 화도 안난다.
그러나 지금 비난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가려 한다. 내 삶에 진보정당이 왜 이리 절실했던가?
나만이 정답이라는 생각은 버리고...


2. 뼈 아픈, 너무나 뼈 아픈 기억들.

난 96학번이다. 학생운동 내내 김대중, 노무현 욕 많이 했다. 우리는 시작부터가 민주정권하고 싸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많은 부분 과도했다. 객기도 있었다.
졸업하고 나서보니 역시 학생 때는 시야가 좁았다는 생각도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었을 때는 울기도 많이 울었고 생각도 많았다.

그럼에도 모두 진지했다. 그냥 지나가는 한 때의 반항은 아니었다.
학생운동 내내 철거민들하고 싸우다 두들겨맞던 기억들.
구속도 됐었고 국가보안법으로 수배 생활도 1년 넘게 했다.
수도 없이 닭장차에 실려가고 두드려 맞아서 머리 찢어지고...
소위 민주정권 10년 동안 강제철거로 돌아가신 분이 내 기억에만 10명이 넘는데...

민주정부가 10년을 집권했다.
그러다가 정권 놓치고 궁해지니까 용산에 와서 함께 싸우겠다고 떠들던 소위 민주투사들.
난 정동영이 용산에 올 때 거의 토나올뻔 했다.

난 그 역겨움을 넘어서는 방법은 진보정당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 늘 비판적 지지를 내어주는 것, 그래서 당선되고 무시당하고 떨어지면 와서 또 빌붙고, 이 아니꼽고 치사한 역사를 끝내는 것 그것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주투사들로 바글거리는 170석 거대 여당, 열린우리당이 국가보안법 하나 개정조차 못 시키고, 부자들 이익을 대변하다 지리멸렬 해가고 개발공약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강제철거/정리해고 서민들 고통에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것을...너무나 오래 보아왔다.

없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유일한 자리가 선거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이 선거 결과에 제일 허탈해하고 그 아쉬운 마음을 여기 와서 분노로 표출하고 그런 마음을 이해한다. 되는 사람 밀어줘서 저 악마같은 한나라당 밀어내야 한다는 그 심정 이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원히 제자리를 돈다. 보수정당들이 궁할 때 이용당하고 그 사람들에게 대접받다가 자기들 살만해지면 외면받으며 그렇게 계속 산다.


3. 진보신당의 아픔, 진보의 아픔

며칠째 욕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는 그 욕을 먹는다. 내 기분이 그렇다. 그 욕이 내가 먹는 욕이라고...
성의껏 이야기하는 사람 열명보다 막말하는 사람 한 명을 찾아 백사람이 막말에 막말을 달고...서로 그런다.
그래서 이제는 집단을 매도하고...
평론가들도 많고, 화풀이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소위 민주주의자, 진보주의자 자처하는 사람들이 무한 복수의 막말을 되풀이한다. 

그것은 진보신당이 어지간히 고립되었다는 뜻이기도 할테고
그 만큼 이번 선거에 대한 외부 평가가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할테다.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러나 나는 이토록 진보의 문제를 남의 이야기하듯 헐뜻는 사람들이 왜 민주주의를 자처하고 나서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기는 게 최고고, 내 편을 안들면 패대기를 치고, 그런게 민주주의인가? 나는 그래도 진심으로 토론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향해 며칠째 계속 썼다. 반성의 글도 쓰고, 그러면서 조금씩 내 주장도 했다.
내 주장을 많이는 안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분노를 읽었고, 이해했고 거기에 이기려들어봐야 상대방 감정만 상할 거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제 진보정당 운동 자체를 통으로 부정하려 한다.
내가 진보신당에 가입했던 이유, 이런 저런거 다 떠나서 진보정당 자체가 필요하다는 그 믿음 하나. 보수 양당제로는 절대 고단한 이들의 삶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며, 언제나 고단한 노력을 고스란히 남에게 갖다 바치게 된다는 그 뼈아픈 교훈을 넘어서자는 그 이유. 그런 것들을 통으로 부정하려 한다.

이런 건 진보가 아니다. 이런 건 민주주의도 아니다.
난 사실 선거 끝나고 이런 현상을 예상하고 가슴이 떨려서 며칠을 제대로 못 잤다.
진보정당의 실험에서 숱하게 벌어졌던 일들이다. 대학 때 참 좋은 정당 하나 만들어보자고 열심히 했던 친구들 열에 아홉이 사라졌다. 그들 대다수가 한명숙 씨를 찍고 비례를 진보신당을 찍었다.
진보정당이 필요하긴 한데, 당장 한나라당도 막아야겠고. 그런 고민 속에서 그냥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로 남는다.

나는 선거운동을 하는 내내 그 친구들과 함께했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5명, 6명이 고작인 선거운동원들을 보며...저 친구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자원활동을 나와주면 참 즐거울텐데...
진보고 나발이고 즐겁다면 힘들지 않다.

진보는 언제나 가슴 아프지만 마이너스의 정치를 한다.
아주 예민한 일에도 서로 가장 격렬하게 반응을 하고 상처를 준다.

이번 선거가 끝나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신당의 깃발을 내릴 수 없다.
더 열린 마음으로, 더 열린 자세로 경청할 것이며 토론할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 매도는 참을 수 없다.

진보신당의 아픔은 진보의 아픔이다.
생각이 너무 많은 밤이다. 그 만큼 더욱 자신을 곧추세우게 되는 그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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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자전거 여행 2

>>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하는 길...집집마다 걸린 표지판이 이쁘다.



 

평화박물관을 나와 제주 남부로 향했다. 올레길로 치면 8 코스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조금만 더 가면 제주도에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중문 해수욕장 일대다. 관광단지답게 여기 저기 호텔도 많고 도로는 시원시원하다. 길은 대체로 얕은 오르막이 계속되기 때문에 자전거로 달리기 은근히 힘들었다. 올레 7 코스 주변에는 외돌개를 비롯해 유명한 관광코스가 많은데 자전거 여행이었기 때문에 바다를 오른쪽에 보고 달릴 뿐, 유명 관광지는 대부분 그냥 지나쳤다. 자전거 여행에서는 굳이 관광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충분히 즐겁다.




 

>> 올레길로 수시로 빠졌다가 다시 길을 달린다...쇠소깍.




 

법환포구와 외돌개를 지나 올레 싸이트에 소개되어 있는 유명한 남국호텔에 머물렀다. 3만원이지만 역시 분위기는 좋다. 대를 이어 여관을 운영하는 집안 답게 여행객들과 사는 것 자체를 즐긴다. 남국호텔이란 이름만으로 여행객들로 술렁이는 이곳에 떠돌던 설레임을 느낄 수 있다. 그 두근거리는 북적거림도 싫지 않지만 하지만 지금은 비수기. 굉장히 여유있게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것도 남다른 매력이다. 이 이국적 설레임이 주는 가을밤의 정취를 어떻게 하면 최상으로 즐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우리는 어이없게도 서귀포 시내에 있는 미스터 피자에 가서 미친듯이 먹었다. 아...피자와 샐러드가 이렇게 맛있다니. 자전거 여행에서 모처럼 맛나는 진수성찬이 주는 즐거움은 몸을 움직여본 사람만이 안다. 최고의 밤이었다. 미친듯이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공기는 나른하고 졸렸다. 의도하지 않은 선택이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 인포에서 받은 제주도 지도에 여행경로를 표시했다. 나중에 기념삼으려고. 지금 내 방에 걸려있는 이 지도가 또 다시 자전거 여행의 로망을 자극한다. 이렇게 추억이 미래를 부르고, 미래는 다시 추억으로 남는다. 멀리 서 있는 자전거가 꿈을 꾸고 있다. 어서 달려달라고...




 

셋째날은 남국호텔에서 출발. 서귀포 시내를 빠져나와 제주올레 1코스까지 하루 종일 달렸다. 제주 올레 1코스는 성산 일출봉이 있는 곳으로 지난 올레 여행 때 머물렀던 오신생 할망 민박에 다시 찾아갔다. 이 곳은 1인당 1만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취사도 가능하며, 오고 가는 올레 여행객들을 만날 수도 있다. 가는 길에는 수시로 해안도로를 드나들며 청푸른색 바닷빛과 그 주변 경관에 취한다. 햇빛을 받으며 바다를 향해 차 한 대 없는 내리막을 내지를 때는 정말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기분, 영원히...




 

>> 자전거로 달리는 중에는저런 식으로 자주 끼니를 해결한다. 수시로 배가 고프기 때문에 탄수화물을 집어 넣는다. 그리고 다시 에너지를 태우며 달리는 흡사 기관차를 닮았다.




 

>> 표선 해수욕장. 이 곳은 성수기에도 공짜로 캠핑을 할 수 있다. 이 사실을 이 번에 새롭게 알았다. 다음엔 꼭 이 곳에서 캠핑을 하리라. 올레 싸이트에 소개된 춘자 국수에서 맛나게 식사하고 팥빙수 한 그릇 먹으려 했으나 10월이라 이미 빙수 판매가 끝났다고...




 

>> 이렇게 계속 달려서 셋째날 숙소에 도착했다. 지도에 그날 이동경로를 표시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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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2

1 당연한 분석, 당연한 귀결

 

진보신당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비판적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자주 보인 반응.

 

"진보신당을 구성하는 당원들은 훌륭한데 왜 진보신당은 그렇지 않은가?"

 

여기서 훌륭하다는 말은 대략 '열심히 한다', '생각이 건전하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런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당이 잘 안된다면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선전전 나가고 자보 붙이고 집회 나가고 그래서 쉼 없이 몸을 굴리는 것이 성실성의 기준이라면, 현실에서는 장렬히 깨지더라도 운동의 대의와 선명한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건전함의 기준이 되어 왔고, 지금도 대다수 당원들의 마인드는 그렇다.

인격적으로 구성원들을 높게 평가하고 나서 단체는 그렇지 못하다고 진단하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이 뻔하다. 단체의 운영방식을 포함해서 지도부가 당원들의 능력을 모아낼 능력이 부족하고(혹은 의지가 없거나) 이것이 당내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결론.

 

이건 너무 식상한 분석구조다. 언제나 뻔한 말은 뼈 속 깊은 반성과 성찰을 방해하고 결국은 또 뻔한 해결책들. 가령 당원들이 평가안을 조직해서 지도부를 성토한다던지, 당원의 역할 확대를 내세운 어떤 새로운 지도부로 교체하는 수순으로 흐른다. 진보정치가 기성정치와 다른 자신만의 매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고 분석을 했는데, 해결책은 언제나 권력구조를 교체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2. 진보정당에게 필요한 것

 

진보정당이 일찍부터 지방선거에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가? ‘생활진보’의 가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며, 한 편으로는 기초의회 선거가 기성정치의 벽을 넘어 다수의 당선자를 다수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은 선거로 갈수록 양자구도가 약해지니까 그 빈틈을 노려보자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이런 움직임은 개인적인 고민과도 맞닿았다. 사회 진출할 때 쯤 한 번은 느끼는 죄책감은 자신이 도피했다는 되도 않는 설정에서부터 온다. 100아니면 0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기력. 그런데 이런 낡은 구도를 깬 것은 학생으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였다. 무엇이 더 진보적인가? 혹은 진보적인 삶인가에 대한 환상들이 깨졌고 체질전환을 필요로 했다. 되도 않는 적을 설정하고 혼자 싸우는 사이, 사람들은 그저 피켓을 들고 공연하고 행진하며 마음껏 상상력을 펼친다.

그냥 자기 삶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을 쓸 데 없는 죄책감 때문에 모든 것을 손을 놓는 상황. 그러는 사이 세상은 계속 흐르고 진화한다. 10년 전 무상의료, 무상교육 내세웠을 때 ‘이 무슨 유토피아적 발상이냐?’고 비웃던 세상에서 지금은 무상복지를 너도 나도 정책으로 걸고 있다. 무상복지의 원조는 진보정당이다.

 

지금 진보신당에게 민주주의의 위기를 말하려면, 가장 먼저 생활진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도 그걸 소화해내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먼저 반성해야 한다. 권력 구조에 대한 고전적 분석만으로 진보신당은 한걸음도 못 나간다. 항상 진보정치에 대한 갈망을 토론하면서, 해결책은 내부정치 공학에서 찾는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가장 손쉬운 길이다.

생활진보는 단순히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반성과 노력 가운데 나온 진보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생각하며, 적어도 10년 이상은 이것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으로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본다.

생활진보의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 역시도 중앙에서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자립하기 힘든 지역위원회와 지구당들. 아주 냉정히 말해 지역을 사고하는 우리의 수준에서는 당선자가 나오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진보신당의 현 상황에서 권력의 집중이 문제가 될 수는 없다. 누구라도 1년만 열심히 하면 지구당 위원장 할 수 있을 만큼, 사람이 절실한 당이고 진짜 아래로부터 민주주의해서 권력구조 바꾸겠다면 그것도 불가능할 리는 없다. 단, 없는 권력을 놓고 아웅다웅하다 판이 통째로 깨지는 게 문제지만...평당원들이 힘을 합쳐 당을 장악해야 된다는 논리는 그래서 지극히 옳은 말이고, 그래서 사실 아무 말도 안하는 말이다.

 

3. 여전히 남는 우리 모두의 고민

 

당내 활력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해본다. 민주노동당과의 분당 이후 계속된 감정싸움과 소모적 갈등?? 이건 적어도 이 번 선거를 기점으로 거의 사라질 것이다. 민주노총의 지지 문제를 비롯한 노동운동의 약화?? 이 문제 역시 단시일 내에 뭘 어쩔 수 있는 문제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진보진영이 단체들의 지지에 힘입어 얻은 표는 거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중앙정치의 실패?? 이건 논란이 좀 있을 거 같은데, 비판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크게 보면 이 역시 핵심은 아니다.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아예 안 들어갈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야권연대 안 들어갔어도 욕먹고 들어갔어도 욕먹고, 선거 닥칠수록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졌을 것이다. 그걸 만회하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남은 선거 기간 동안 필요하다. 그런데 그 회의 자체에서 뭔 말들이 오갔는지, 진보신당은 어떤 주장을 내세웠는지도 투명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협상과정에서 지지자들이 불만을 품고 내부 역량마저 떨어진 것은 문제다. 양당구조의 고착화. 이게 우리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그러니까 더 절실히 살아남아야 한다. 새로운 가능성을 남겨두려면.

 

당원들에게 에너지가 없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나는 그 원인을 여전히 찾는 중이다. 이건 절박한 내 삶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구조에 빠삭하고 언제나 권력구조에서 해결책을 찾는 습성. 먼저 책임을 지고 장렬히 쓰러지는 건 능하지만, 같이 알콩 달콩 사는 건 힘들어하는 내 모습과 진보정치의 현실이 겹친다.

지금 지도부에 대한 성토, 중앙정치에 대한 불신. 사실 이런 것은 대다수 진보신당 응원자들의 관심사항이 아니다. 경험도 많고 머리도 똑똑한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훌륭한 당원들이 많은데 당은 잘 안되는 게 아니라 훌륭한 당원이 뭔지를 잘 모르겠다. 훌륭한 중간간부들은 많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깨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능력 있는 1인보다 함께 잘사는 다수가 필요하다. 생활진보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다. 노무현과 유시민이란 아이콘 하나로 열광하는 사람들의 엄청난 에너지만큼이나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 즐겁고 설레이는 무엇. 하다못해 함께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모종의 음모적 연대의식이라도. 그 갈증이 모여 변화를 이끌고, 작은 거 하나부터 손수 계획하고 실천해서 욕도 먹고 기쁨도 먹는 경험이 쌓인다면 그렇게 조금씩 달라지겠지. 여전히 해결은 각자의 열정으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열정을 일으켜 세우려면 고정된 프레임에 매달리는 의식구조의 흐름에서부터 냉정한 성찰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진보신당 게시판을 종종 찾아가서 초기화면을 본다. 35세 이하 솔로에게 전세자금 대출. 보는 순간 ‘야...기발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좋은 정책을 우리 힘으로 설득할 능력이 없으니 슬픈 일이다. 최소한 그걸 알리기라도 해야할텐데. 그런데 살아서 계속 떠들면 조금씩 된다는 생각도, 요새는 조금 한다.

TV토론 보니까 노회찬 씨가 제일 말 잘한다. 말만 잘하는 게 아니라 준비가 잘 되어 있다. 구체적이고 치밀하다. 그런데 MBC에만 나온다. 그런 절실함, 안타까움, 노원구에서 떨어졌을 때 ‘지못미’를 외치던 그 사람들의 마음. 그걸 움직이는 노력. 노회찬/심상정만 바라보는 건 정말 문제다. 노회찬/심상정씨도 그걸 원하지 않을테다. (심상정씨는 잘 모르겠고 노회찬 씨는 개인적으로 조금 믿는 구석이 있다. 내가 아는 한 훌륭한 정치인이다.) 당원들이 나대면 너도 나도 다 즐거워 할 일이다.

 

최근 사회당이 지지선언을 한 것도 어떤 위기 의식 + 변화의 노력 때문이다. 가치 지향, 이념 지향에서 구체적 정책과 대안으로 돌아선 것.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생활진보를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거기서 답을 조금씩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지역운동을 많이 겪어본 사람들은 생활진보의 실체를 더 잘 알고, 그렇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후보로 나서는 것. 그게 나에게도 자극이 되고 기쁨도 된다. 때로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어려움 하나, 역겨움 하나 그런 것과 싸워나가는 게 충분히 혁명적일 수 있다는 생각. 보통 사람들의 보통 욕망 속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노력. 그것이 정치의 유일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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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 지방선거 생각 1

나는 진보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절실하게...전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보정당이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패쓰. 그런 입장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지만

여기서는 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1.

나는 진보신당을 지지한다. 진보신당의 어떤 정책이나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진보신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사소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당을 지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내 입장은 편파적이다.

비판을 해도 애정을 전제로 깔고, 욕을 해도 변화에 대한 열망을 담는다.

냉소보다는 관찰이,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참여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그런 상태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것은 입장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중립성 따위의 말장난은 싫어할 것이다. 그런데 유독 선거나 정당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관조적이다. 남 이야기 하듯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는

것처럼 진보정당들 사이에서 중립놀이를 하고, 심하게는 그 전체를 대상으로 무관심을 표한다.

 

"진보정당이 정신차리고 잘 했으면 좋겠지만 아님 말고..."

 

대체로 이런 식이다. 선거나 정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의식적인 무효표

행사라든가, 선거에 대한 보이콧이라든가, 정당정치에 대한 거부 역시 그 나름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건 말을 거는 태도다. 삶에 영향을 주는 사소한 일들에도 뜨겁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선거와 정당에 보이는 무관심과 시크한 태도는 어디에 기인하는가? 정말 고민스런 주제다.

 

시크한 척 한다면 그것은 상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실망과 좌절을 나름의 내공으로 극복한

방식. 정말 시크한 것이라면 매력없다.

이런 시크함은 정치라면 다 관심없다고 말하는 태도 만큼이나 무지하고 비겁하다.

"깨어 있는 시민이 민주주의의 힘이다."는 노무현의 말에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냉소할 게 아니라 왜 그 이상의 설득력을 갖춘 언어가 없는지를 고민할 일이다.

정당으로 얻을 게 별로 없다고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얻을 게 있긴 있다는 뜻인데...

딱 그만큼만 지지하고 선택하고 관심을 가지면 될 일이다. 정당이 아예 무용하다고 말한다면

그런 비판은 어디에서 뜬구름 잡는 소리쯤으로 흘려넘기고 말 일이다.

 

2.

 

그래서 당원이 되었고 지방선거에서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

그런데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강서구에도 진보신당 후보가 거의

없다. 강서구 비례대표 서울시의원 후보 한 명과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한 명, 도합 2명이 전부다.

내가 사는 곳은 까치산역, 화곡8동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진보신당을 거의 접해본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

플랭카드는 종종 보인다.

 

지방선거 때 명함이라도 같이 돌려주려면 인사라도 터야 할 거 같아서 방화동 기초의원 후보 박현숙씨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갔다. 그 곳은 박현숙 씨가 활동을 해오던 공간이기도 한데 여기 저기 널부러져

있는 선전물, 개소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박현숙 씨가 그간 활동해 온 궤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지역에서 학부모 운동과 환경 운동을 열심히 해 온 거 같았고 선거 전략 역시 그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선거 이미지와는 달리 개소식 내내 느꼈던 후보의 이미지는 체 게바라처럼 강한

혁명 전사였다. 흡사 대학생 때 메이데이 티셔츠를 방불시키는 단체티(체게바라와 박현숙씨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가 전면에 박혀 있고, 뒷면에는 무슨 공산당 선언급의 무시무시한 말들로 도배가 되어

있어서 다 읽기도 벅찼다. 다행히 선거티는 아니고 예전에 찍은 티셔츠인듯)도 그랬고, 영상물에

나오는 후보의 이미지도 그랬고, '박게바라'라고 굳어진 후보의 별칭이 그랬다.

 

친구가 영등포 당원인데 그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영등포 구청장 후보도 따뜻한 생활정치의 이미지를

강조하는데 정작 후보는 웃는 얼굴이 영 어색하다고 한다. 그나마 포스터에 나온 얼굴이 제일 밝은

얼굴이라고...

 
그런데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서 가능성을 본다.

 

3.

 

이것이 현실적인 진보정당의 고민이다.

 

 

"야권연대와 진보대연합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는 사이, 진보신당만 피봤다. 선거전략이 없다."는 비판에

공감한다.

 

그러나 지지율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이건 언제나 결과적인 이야기다. 야권연대에 참여했다가

양자 대결구도에 묻히고, 그나마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줬다는 말에

공감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지율과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분석하는 건 내 능력 밖이다.

진보정당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동시에 야권연대에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다.

대대로 진보후보가 받은 표들을 생각하면, 지역에선 어떨지 몰라도 중앙 정치판에서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아는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이런거다.

 

"한명숙과 유시민이 당선되는 동시에 노회찬이나 심상정이 10%쯤 나오면 좋겠다."

 

한나라당이 졌으면 좋겠고, 진보정당도 조금 컸으면 좋겠고 이런 이중적인 심리를 가진 사람이 많은데

현실에서 진보정당이 표를 너무 많이 가져가서 한나라당이 되면 어쩌나 하는 이중적인 고민을 한다.

그래서 이해하는 면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이게 20년간 반복된 레퍼토리인데 이제는 분명한 선택을 할 때가 아닐까?

선거는 어차피 표싸움이고 현실정치의 최고 이벤트다. 현실이 암담하고  우리가 힘이 부족하니 봐달라는

말은 정당이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협상 테이블에 나간 것 자체를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예 정치 자체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에는 동감할 수 없다. 여론이 그럴 상황이 아니지 않았나?

여론과 무관하게 갈 길을 가는 것도 정도껏이지...

오직 선명한 입장만이 선이라는 엄숙한 도덕주의는 사실상 현실정치는 똥통이라 나는 관심없어

라고 말하는 거랑 똑같다. 그래서 현실정치에서, 현실적인 정치세력이 되지 말라는 말과 같다.

진보정당은 언제까지 이상만 먹고 살아야 하나? 현실 정치에서 한 일도 많고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은데...

 

 

 

"선거 이후가 중요하다. 진보신당이 노심당을 넘어서려면 평당원 민주주의가 회복되어야 한다."

어느 정도 애정이 담긴 비판이고 건강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비판엔 문제가 많다. 노회찬/심상정 VS 일반당원 이라는 대립구도는 너무 불편하다.

조선일보 기념식 참가건, 야권연대 참가/불참 등  노회찬 후보에 대한 말이 많은 건 사실이다.

근데 그건 게시판에서 떠드는 얘기고 내 심정은 노회찬에게 과도한 권력이 주어져서 문제인 게

아니라 노회찬 마저 무너지면 어쩌나 하는 심정이다.

 

존재감도 별로 없는 진보신당이 여전히 언론에 나오는 건

노회찬, 심상정이란 자산 때문이다. 그들이 잘했다 못했다 평가와 별개로 스타 정치인이 평당원

민주주를 막고 있는 게 전혀 아니다. 평당원 민주주의가 활성화 되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게 대립항이 없다는 게 더 골치아픈 문제다. 촛불시위 때처럼 데모 아니면 활력이 살아나지 않는

이 관성은 대체 뭘로 극복해야 하는 건가? 이건 내 문제이기도 하다.

 

덧붙여 스타 정치 시스템 자체에 혐오를 갖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노회찬, 심상정, 강기갑

같은 스타 정치인이 생긴 것은 진보정당의 성과다. 그래서 스타 정치 시스템이 뭔가를 왜곡하면 그 점을

비판해야지 왜 그들이 유명해지는 것 자체가 문제인가? 이건 마치 강기갑이 개그 소재로 쓰인 것

자체를 불편해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개념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뭔 별나라 존재처럼만 여겨지던 진보정치인을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서...

오히려 대다수 당원보다 가장 앞서 있는 건 노회찬이 아닐까 하는 이 기분 씁쓸하다.

 
4.


노회찬과 진보신당은 진보정치 전체의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신당이 잘 되면 좋은데 아님 말자는

식으로 나는 편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진보신당이 맛이 가고, 그 진보신당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이

맛이 가고, 진보신당을 열심히 지켜보던 사람들이 맛이 가는 그런 상황은 생각만해도 갑갑하다.

그 소중한 자산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이 척박한 상황에서 누가 또 그 많은 일들을 해내나?

그 소중한 에너지와 열정들이 안타깝다.

 
보수 정치인들도 싸움을 한다. 그리고 치고 박는 와중에 누군가는 쓰러지고 누군가는 성장한다.

그러나 보수 정치 전체의 이해관계를 뒤엎지는 않는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해야지...

진보신당이 공공의 자산이란 생각에 변함이 없다.

 

 진보정치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무결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도덕적 엄숙함으로 무장한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오지 않는 미래를 끌어다 현실을 비판하는 것은 결국 현실에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러니까 늘 이 세상의 속물성이 역겹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은

천상의 세계로 올라가서 그들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만 그 현실은 영원히 시궁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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