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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인간,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마사아키 노다 지음 |서혜영 옮김, 길 출판사)는 수감 중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보석 같은 책이다. 정신과 의사이며 비교문화정신의학을 전공한 저자는 전후 일본인의 집단적인 망각 상태를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집요하고 파고 들어간다. 인터뷰 대상은 2차 세계대전 전후에 징집되어 만주지역에서 군생활을 했던 일본인들. 난징대학살과 태평양전쟁은 물론 731부대(흔히들 마루타 부대라 부른다)의 존재까지, 군국주의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들이 개인들의 증언 속에서 되살아난다. 난징대학살의 끔찍했던 밤, 일반인을 대상으로 삼는 생체실험, 초년병의 총검술 연습 대상이 되어 살해당한 무고한 농민. 이 책은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전쟁과 살육에 무뎌져가는 과정, 전쟁 이후 가해의 역사를 망각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그 집단적인 망각과정이 군국주의에 대한 반성의 부재로 나타나고, 결국 또 다시 일본사회가 오른쪽으로 기울어가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있는 죄의식이야말로 우리들(일본사회)의 귀중한 문화이며, 진정으로 상처를 입는 데 익숙해진 사람만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2.
2차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독일군인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유죄선고를 받았다. 국가가 학살과 침략행위에 참가하고 동조할 때 개인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박정희,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 이에 저항하는 군인이 있다면? 광주시민을 진압하려는 명령을 거부한 군인이 있다면? 나치에 협력하기를 거부한 군인이 있다면?
훗날 역사는 전쟁을 거부한 이들을 영웅으로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이들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많은 이들이 그 선택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다수는 침묵하고 따를 뿐이다. 당장 살아야 한다. 저항의 대가는 너무 가혹하고 무엇보다 전쟁이라는 그 큰 문제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라는 말이 모든 걸 압축한다.
어찌보면 자신도 전쟁이라는 수레바퀴에 휩쓸린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다수는 이 선택을 차선이라고 말할 것이다. 자신에게도 살짝 면죄부를 쥐어주면서. 적당히 비겁하게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것이 늘 다수의 선택이며 가장 강력한 침묵의 연대보증이다.
한나로 인해 힘겨운 감정. 솔직함. 성실함.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었다면 가장 생활력 강하고 듬직한 존재였을 이 사람.
일생을 혼자 힘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았고 매순간 최선을 다했던 이 사람.
한나로 인해 불편한 감정. 죄의식의 결여.
출소를 하루 앞두고 몇 십 년 만에 마이클과 재회한 장면에서조차 일관된 그 솔직함과 죄의식의 결여.
한나의 자살은 마이클에게조차 받아들여지지 못한 자신에게 내린 사망선고. 한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마이클.
장면 2- 마이클 "요란하게 헤어질까 아니면 조용하게"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써먹을 명대사가 있나 검색해봤다. 명대사는 대부분 한나의 것.
그나마 몇 개 안 되는 마이클 대사는 전부 어릴 적 사랑에 빠진 상태에서 날린 대사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분명하다.
끝내 이루어지지 못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 역사는 그 안타까운 사랑을 더욱 절절하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것.
그러나 이 영화는 전혀 다른 생각으로 만들어진 듯 하다. 물론 사랑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사람들은 성인이 되고 난 후 마이클의 태도를 답답해한다.
끝내 재판정에서 한나가 글을 몰랐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사랑을 원하는 한나에게 끝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한나의 유언에 따라 돈을 전해주러 갔을 때도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성인이 되고 난 후 마이클은 심하게 대사가 없다.
늘 울고 있는 그 눈. 그것이 모든 대사다.
마이클은 정말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대사가 없다.
마이클이 할 말이 없는 이유는 할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몇 십 년 만에 다시 만난 한나에게 물었던 것은 지난 시간에 대한 반성이었다.
사랑에 관대한 요즘 사람들이 보기엔 정말 몸서리쳐지는 장면. 완고함. 결벽증.
정말 그렇게까지 해야하냐는...
사랑과 역사적 정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이클.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조차
이분법적 사고를 용인하지 않았던, 끝내 타협을 거부했던,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편'이라는
대다수 사랑 지상주의자들의 가슴을 후벼팠던 그 태도.
마이클은 진심으로 한나를 사랑했다.
녹음테이프를 보내는 장면에서 가슴이 찡했던 것은, 그 사랑이 너무 멋져서가 아니라
지난 시절과 화해하고 오래 동안 가슴 속 깊이 쌓여있는 상처를 스스로 마주하고 치료할 용기를
냈다는 사실.
동시에 마이클은 역사적 책임감을 회피하지 않았다. 그 수 많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
적어도 마지막 장면에서 한나가 다른 반응을 보였다면, 그것이 사랑은 아니라 해도
적어도 둘 사이에 화해는 가능했을텐데...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가능성.
하지만...답은 이상하게 꼬여버렸다.
그 마저도 마이클은 준비하고 있었던 듯. 계속 관계에 미련을 보였지만 체념의 태도 역시
늘 준비해두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 자의식. 끝도 없는 반성.
이제 그는 그 모든 과거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현재 독일인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일본의 태도는 관심도 없다.
적어도 수 많은 반성을 거듭한 그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불편했을까?
무엇 때문에? 이제 충분하다고 여길까?
그들에게 한나나 마이클의 태도는 어떻게 보였을까?
그 모든 의문은 딸의 몫인걸까? 그는 최대한 성실한 태도로 많이 이야기를 전해 주었을 것이다.
이제 너의 몫이 생길거란다.......
<더 리더:책읽어 주는 남자>라는 제목만 보고 연애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영화 마켓팅은 늘 본말 전도. 짜증이야.
영화를 보는 내내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 당시엔 감독의 의도를 전혀 모르고 재밌게만 봤는데
나중에 철들고 다시 보니 곳곳에 역사적 장치들이 꽤나 많이 깔려 있더라.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가다를 보기 전에는 그런 비슷한 느낌을 상상했다.
개인의 일대기가 좌~악 펼쳐지고, 숱한 역사적 사건들이 양념으로 들어가고,
그 이야기가 죽음으로 마무리 될 때는 어느 정도 달인의 경지에 이른 군상들의 면면을 볼 수
있을테다. 허탈함, 씁쓸함, 달관과 수용, 넉넉함, 이해와 용서, 축복, 고귀함, 반성...내가 생각하는
최상의 죽음이란 그런 모습이다.
본 사람들 의견은 대체로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다. '좋았는데...조금 기~~일더라.' 정도.
나는 지루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중간에 살짝 졸긴했다.)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성장영화 포함.
저 인생이 대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저 순간에 어떤 판단을 할 것인가? 생각하다보면 지루하지 않다.
포레스트 검프보다는 최대한 감독의 주관적 개입이 자제된 느낌을 받았다. 역시 중심에 사랑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까? 주변 이야기들은 절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사랑이 전개되는 방식도 조금은 맘에
들었다. 영원이란 없다는 벤자민의 현실적 사고, 그럼에도 한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모습.
최고의 발레리나로 명성을 얻다가 부상을 당한 후 방황하지만 멋있게 제 삶을 찾아나가는 데이지,
적극적이면서도 성숙한 모습. 무엇보다 그 배우 둘은 왜 그리 멋지고 아름다운지...브레드 피트는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해도 멋있고...케이트 블란쳇은 매력적이고 우아하다.
먼 길을 돌아 제나와 결합하는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미국 보수주의가 취할 수 있는
가장 도덕적이고 올바른 결론에 이르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니까 포레스트 검프는 너무 착해서 조금은 정치적이고 유치해 보인다.
(한 시대를 살아낸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모든 삶이 다 다큐멘터리다. )
반면 '벤자민~~'의 담담한 어조는 극적 재미가 크진 않지만(그래서 지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겠지)
나이듦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멋있게 늙는 것은 어떤 것일까? 세월을 대하는 여러 가지 태도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데이지였다. 아름다운 외모, 절정의 발레리나. 부상으로 발레를 접고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과 대조적으로 주름이 늘어가는 얼굴. 끝내 이별을 받아들이지만 한시도
마음에서 내려놓지 않았던 그 말 '굿나잇 벤자민'....
마지막 순간까지 애 늙은이 벤자민을 보살피는 장면이 조금 지루하긴 했지만.
세월을 대하는 벤자민의 태도도 성숙해보였다. 젊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무기로 쓸 수도 있었을텐데...
늘 미래를 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는 행동이 괜찮아보였다. 뭐랄까 가장 기쁜 순간에도 존재하는
숙명적 비관주의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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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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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단, 마음을 찌르네요. 냉소를 걷어치우고 한사람의 몫을 하라는 말...힘이 돼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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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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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이야기를 각색하는 순간... 언능 나가야겠습니다 저도 ㅡㅡ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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