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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이웃입니다

처음으로 월악산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분주한 도시를 떠나 오랜만에 생각을 쉬고 자연 속에 묻히는 호사를 누립니다.

 

이 곳은 밤이면 은은하게 소쩍새 소리가 밤공기를 울립니다.

 

모두 평안하신지요.

 

 

 

 

우선 이웃과 함께하는 100일 기도에 동참해주신 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귀한 마음을 되새기며 어느 때보다 기도에 정성을 다하려 합니다.

 

첫째는 동참해주신 분들의 자비심이 제게 무척이나 귀하고 무겁기 때문이며,

 

둘째로 서울에서 아프고 답답한 마음을 안고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이 곳에 내려오기 전, 바다에서 잡힌 꽃게들이 정체불명의 이물질로 덮여있어

 

판매를 하지 못하는 어민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학계에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정체불명의 하등한 무척추동물이라고 합니다.

 

 

참 괴이쩍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 괴 생물체가 꽃게들을 뒤덮은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르지만,

 

일본에서 엄청난 고농도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 것을 생각하면

 

바다 밑에서 상상도 하지 못한 파괴적인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유사 이래로 뭇 생명들이 이렇게 총체적인 고난을 겪은 시절이 있었던가

 

가슴을 치게 되는 요즈음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재앙이 닥치면 제일 먼저 고난을 겪는 것은 가장 약한 중생들입니다.

 

아직 우리 인간의 숨통을 끊을 만큼 위기가 닥치지 않았을 뿐,

 

저 바다 아래서, 토양 속에서, 공기 속에서

 

작은 미물들, 가장 약하고 여린 중생들부터 고통받고 죽어가는

 

파괴의 도미노가 이미 시작된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 파괴의 도미노는 꼬리를 물고 이어져

 

결국은 크고 강한 중생들까지 쓰러뜨릴 것이 분명합니다.

 

일체중생이 인과 연으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연계와 인간세계는 단절되어있지 않습니다.

 

사실은 일체중생이 이웃입니다.

 

인간은 자신이 자연계로부터 독립되어있거나,

 

혹은 더 우월하다는 착각 속에 지난 세기를 보내왔습니다만,

 

힘없고 약한 미물들부터 쓰러뜨리는 재앙의 도미노가 시작되면

 

그것은 반드시 인간에게까지 닿고 맙니다.

 

 

 

 

그리고 그런 자연계의 재앙은 인간 사회에서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그 가운데에서 자연계와 마찬가지로 힘 없고 약한 이들부터 고통을 받습니다.

 

나는 아니라고,

 

나는 가진 게 이만큼 있으니 나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누구도 그 관계의 망에서 완전히 독립적일 수 없기에 반드시 영향을 받습니다.

 

 

 

 

지금 내가 돌보지 않으면, 지금 내가 배려하지 않으면,

 

자연의 재앙으로부터 시작된 불행은 인간 사회를 덮치고

 

결국 나 자신을 쓰러뜨릴 것입니다.

 

원전 사고는 우리가 자연의 다른 이웃을 살피지 않고

 

우리의 편의만을 추구한 결과입니다.

 

 

 

결국 그 여파로 해산물을 먹는 것이 위험해지고,

 

곧바로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의 살림이 곤란해졌습니다.

 

또 빗물 등을 통한 토양오염, 공기 오염 등으로 다른 먹거리들도 위험에 노출되고

 

결국 우리의 건강과 생명 역시 위협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이번 100일 기도는 이 지역의 학교나 복지 시설 등을 돕는, 이웃을 위한 기도입니다.

 

기도에 동참해주신 분들의 아름다운 뜻에 깊이 감사드리며,

 

그 마음을 좀 더 넓게 펴시어 자연의 일체중생을 이웃으로 여기고 보살피는 마음을

 

가져주시기를 꼭 부탁드립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미물이든,

 

존재에 대한 자비의 마음은 그 뿌리가 같습니다.

 

 

모쪼록 우리 주변의 이웃들을 위해, 일체 중생을 위해

 

살피고 배려하고, 자비의 마음을 실천하는 100일이 될 수 있도록 애써 나갑시다.

 

 

 월악산에서 명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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