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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예산 집행자의 내부고발

정신없는 연말을 보내면서 나는 이번주에만 1억원 가량의 예산을 집행했다. 국가의 예산이라는 것은 해를 넘기면 안되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우리가 이렇게 아꼈으니 반납해서 더 괜찮은 곳에 써 달라고 얘기하면 무능력한 집단으로 낙인찍히면서 다음해에 정작 필요한 예산을 깎이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1주일 동안 무려 수천 장의 문서를 생산하며 1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집행했다. 이렇게 집행되는 예산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쓰일리 만무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것이 예산 수혜자의 입장에 서서 최대한 그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쓰여지도록 조정하는 것 뿐이었다.

 

연말되면 멀쩡한 도로를 파헤치고 다시 깔고 하는 공무원들 욕할 게 못된다. 내가 하고 있는 짓거리가 그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기껏 이런 일에 며칠째 야근과 휴일근무를 계속하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 가끔 이런 제도적 한계를 만날때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회의를 많이 느낀다.

 

나의 일은 정말 누구를 위한 일인지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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