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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고 싶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사무소장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다고 초청을 했다.

점심시간 식사 겸 해서 시청 부근의 식당에서 만들어진 이 자리에는 지역의 사회운동을 하는 대선배님들을 한꺼번에 뵐 수 있는 좋은 자리였다. 마침 맞은편 자리에 가장 어른이신 전교조 해직교사 출신의 선생님께서 앉게 되셨는데, 평소 소탈하고 농담 좋아하시는 성격답지 않게 식사가 거의 끝날때까지 한 말씀도 안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자리가 대충 정리되려는 즈음에 한마디만 하시겠다고 말씀을 꺼내놓으셨는데, 가슴에 팍팍 꽂혔다. 대충 요약해 보면 이렇다.

"국민의 인권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지역에서 먼저 모시지 못해 죄송하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는 국가기관인데 앞으로는 식당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역에 각 단체별로 활용가능한 사무실이 널려있는데 국민의 세금으로 꼭 이런데서 모여야 하느냐? 회의는 사무실에서 하고 밥 먹는 것은 각자 각출해서 알아서 먹자. " 이렇게 일침을 놓으시자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아~! 저 카리스마 와 아우라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다.)

 

그리고 이어진 일장연설, 일명 '재야 단체론'은 감동을 넘어서는 전율의 경지에 이르기 까지 했으니 그 연설의 주요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재야는 재야로 남아야지 재야가 권력을 탐하면 안되는 것이다. 지금 진보의 위기가 왜 초래되었는지 시민사회 운동에 있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운동하지 않고 정치권력에 욕심을 내니, 운동의 동력이며 마지막 보루인 대중의 신뢰마저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바른 말 하는 사람들이 잘 살고 올곧게 서야 후배들도 따를 것 아니냐? 천박한 경제논리에 앞서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해진다는 사회에서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는가? 운동하려면 권력에 눈돌리지 말고 제대로 쫌 하자. 그래야 재야단체 아닌가?"

(오호 ~! 조용하다 못해 숙연해진 식당의 분위기... 제발 말씀의 십분의 일만이라도 제대로 알아들었으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선생님을 모시고 선생님께서 자전거를 주차해 놓으셨다는 장소까지 함께 차를 타고 오면서 지역에서 선생님을 총선 후보로 내세우고자 하는 분위기를 말씀드렸더니 돌아오는 선생님의 대답이 결정타를 날린다.

 

"예끼, 이놈아! 그렇게 말해도 몬알아 듣나? 교육, 문화 운동하는 사람이 정치 꾸정물에 발을 담가가 쓰겄나? 후배들 활동 잘 하도록 도와주는기 앞으로 이 늙은 기 해야 할일 아니겄나?"

 

선생님을 모셔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저렇게만 나이들어 갈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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