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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야원을 가다.


 

녹야원.. 조계종 재단인 나의 모교는 학교 잔디광장을 그렇게 불렀다.

밤새 막걸리를 마시며 뒹굴었던 곳이고, 공강시간이면 늘 누워서 책을 읽던 곳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곳이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학교의 거의 모든 집회가 열렸던 곳이며..

뜨거웠던 열정과 치열한 고민을 쏟아부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92년 대선 당시 백기완 선생님께서 쉰 목소리 높여가며 연설하셨던 곳, 정태춘 동지가 육두문자 섞어가며 세상을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던 곳. 캠퍼스 학생회 운동 역사상 처음으로 학생총회를 성사시켜 내었던 곳, 수많은 노래패들이 직접 무대를 세워 공연을 만들어내었던 곳, 혈서와 꽃병으로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수많은 열사들의 추모식이 열렸던 곳이다.

 

이 곳은 단순히 학교 잔디광장이기 보다 나에게는 투쟁의 장이었고, 학우대중을 조직하는 선동의 장이었고, 민중문화가 살아뛰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곳에 쏟아부은 땀방울이 얼마이고 남몰래 흘렸던 눈물이 얼마인지 모르겠다.

 

그곳에..

나는 오늘 아들녀석 데리고 축구하러 왔다.

 

이제는 집회를 열어도 앉을 만한 공간도 잘 없도록 정자까지 만들어졌다.

투쟁이 사라진 캠퍼스에서 이곳에 모일만한 일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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