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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수업의 자유..

http://blog.jinbo.net/PassMan/?pid=21  독고다이님의 한인철교목실장께 드리는 공개서한과 관련된글

 

 

나는 조계종 재단의 학교를 졸업했다. 우리 교과 중에는 필수과목으로 '불교학개론'과 '불교문화사'가 있었다. 이것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이 안된다고 해서 교양 쌓는 마음으로 이수했고, 생각보다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군대 제대하고 복학해보니.. 교내에 있는 절에서 수업받는 불교 명상 수업이 필수교과목에 들어가 있었고, 더욱 가관인건 이건 학점도 없는 수업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이 수업을 수강했던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업이 참선을 빙자한 거의 불교 종교의식과 비슷해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 했다. 그래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이 안되니.. 억지로 수강한다고 했다. 나는 워낙 종교하고는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인지라 이것저것 안 따지지만 아무리 불교재단 학교지만 너무 한다싶어 학부제 반대 투쟁을 조직하면서 이 수업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었다. 최소한 학점은 인정해야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다. 불교학생회를 선두로해서 교내 스님들로 구성된 00회, 교수회 등에서 건학이념을 훼손하고 부처를 부정하는 훼불사건으로 전락시킨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사고하는 방식부터가 다른 이 사람들과 한참을 답없는 싸움을 했다.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내가 교회에 다니는지를 검증 받아야 했고, 기독교 동아리조차 허용되지 않는 배타적인 학교에서 나는 무슨 지하에서 기독교 전파운동을 펼치는 전도사처럼 낙인 찍히기도 했다. 결국 제적 얘기까지 나오고... 학교에서 쫒겨날 뻔 했다. 

 

나는 결국 타협했다.

교내 광장에서 불상 갔다놓고 108배를 하는 것으로 제적을 면했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일 중에 하나다.

나는 끝까지 싸우지 못했고 타협을 택했다.

함께 치욕의 108배를 했던 동지들은 한창 치열해지고 있는 학부제 투쟁을 위해서 최소한 짤리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며.. 그냥 운동하는 셈 치고 108배 하는게 뭐 어떠냐고 했지만.. 나는 인간이 누려야할 최소한의 자유를 반납하는 일에 타협하고 학교에 붙어 있을 수 있었다. 이건 지금 생각해봐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치욕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렇게 학교가 강요하는 종교에 대해 반대하고 싸우는 이들을 만나면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싸우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

 

평생동안 후회하고 살고 싶지 않다면... 타협을 택한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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