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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를 지냄

아버지의 제삿날이다.

아내와 나는 아침부터 전과 튀김을 준비했다.

언젠부터인가 아버지의 제사상에 올라가는 전을 부치고 튀겨내는 일은 나의 일이 되었다.

 

나는 종교고 미신이고 귀신이고 따위를 전혀 믿지는 않지만.. 누가 만들었건 제사라는 것은 참 잘 만들어낸 것 같다. 복잡하고 쓰잘대기 없어보이는 몇가지 의식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렇게 하루종일 음식을 준비하면서 고인에 대한 참 많은 추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제사라는 전통을 꼭 지키며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기일날 몇가지 음식을 만들어 가족들과 나누는 일은 멈추지 않고 살게되지 싶다.

 

이건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인데...

 

이건 아버지가 별로 좋아하시지 않던 건데 꼭 이렇게 열심히 만들어야 하나..

 

이렇게 하루종일 기름냄새 맡아가며 여러가지 음식들을 만들면서 가슴깊이 묻어둔 아버지를 또 한번 만나게 된다. 



이렇게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는 것이 일곱번째이다.

그렇지만 오늘따라 유독 아버지의 생각이 많이난다. 아이를 유난스럽게 좋아하시던 아버지에게 아들녀석을 보여드리지 못하고 가시게 해서 너무 안타깝고, 한번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해드리지 못한 것이 가슴깊은 아픔으로 남는다.

 

아버지는 갑자기 쓰러지셨고, 쓰러지신 후에는 한번도 의식을 찾지 못하시고 3개월 넘게 병원에만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쓰러지기 전날밤, 아버지는 죽음을 예감하셨는지 한번도... 아버지 일생동안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아들의 어깨를 붙잡고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다 괜찮데이... 마음 단다이 묵고 살아래이.."

 

....

 

그리고 아버지는 더이상 말씀하시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제삿날이 되면 언제나 마직막으로 남기신 그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난 또 치열하게 살아가기 위해 마음 단단히 먹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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