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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요즘 대학의 대자보는 대부분 인쇄를 하더군..

 

예전 같으면 거의 밤 세워서 열 명이 매직들고 써야지만 가능했던 대자보를 30분만에 인쇄했다. 참 편한 세상이 되었다.

 

밤에 열심히 붙여놓은 대자보가 아침에 교직원들에 의해서 전부 철거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학교에 항의방문하러 갔다.

 

요즘 교직원들은 참 당당하더군..

무려 50명이 넘는 졸업생들의 실명 연명으로 작성된 성명서를 훼손하고도 버젓히 자기 책상에다 떼어놓은 우리 대자보를 보관하고 있었다.

 

자유로운 비판과 의사개진이 가능해야하는 대학에서 학교의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무참히 대자보를 훼손하고도 오히려 불법 유인물 부착이라고 큰 소리 친다.

 

격세지감...

 

예전 같으면 이따위 망발을 일삼는 교직원은 백배사죄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발도 못 붙였다. 어쩌다가 진보적 담론의 해방구가 되어야할 이 땅의 대학이 교직원들에 의해 농락되고 있는지..

 

하기야 예전 같으면 기어이 책상을 뒤엎고 사무실 점거를 했어야 마땅할 나도 큰 소리로 항의하는 것으로 물러났다.  그렇게 나도 무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학번과 소속학과를 밝히고 물러나면서 참 부끄러웠다. 이런 놈의 대학을 나온 현실보다도 더 치열하게 다음 싸움을 준비하기 위한 대책이 전혀 없는 막막함 때문에..

 

기꺼이 이름을 내어준 50여명이 넘는 OB 동문들에게 참 부끄럽고무기력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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