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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엾은 리얼리스트
- 김남주
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그늘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내가 좋아하는 김남주님의 또다른 詩이다.
그의 언어는 너무 선명해서 좋다.
좀 더 선명하게 살아라고 매일 꾸짖는 것 같다.
"어눌한 사회주의자여! 좀 더 전선을 분명히 하길..."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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