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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아동 지원 예산 안 국회통과를 바라며

 

한 사람의 입양 부모로써 정부에서 제출한 입양 아동에 대한 지원 예산 안의 국회통과를  바라며 글을 쓴다.


하경이가 가족이 되기까지


군에서 제대를 한 후 한동안 보육원에 자원봉사라기보다는 아이들과 놀러 다녔던 기억이 아내와 만남의 계기가 되었다. 아내와 처음 만난 것은 모 포털사이트에서 아내가 만든 작은 공간이었는데 당시 아내는 어느 보유원에서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을 재미있어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힘들어 했고 그 때마다 난 보육원에 놀러 다니던 시절을 떠 올리며 아내의 말벗이 되어주곤 했었다.


결혼 전부터 입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를 낳은 후 입양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지난 2005년 5월 아내는 자궁내막암 진단과 수술의 과정을 통해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되었다. 수술이 잘 끝나고 아내가 어느 정도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자 한국입양홍보회 회원인 아내의 친구가 입양을 권했고 아내는 입양부모 모임에 친구를 따라 참석도 했지만 남편인 나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암이라는 것이 5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아내는 수술을 받은 지 1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고민 끝에 입양을 결정 했지만 우리를 잘 아는 분들의 반대가 많았다. 입양 기관을 통해 입양 절차를 밟는 동안에도 교회에서도 반대가 있었고 장모님도 걱정이 많았다. 아내는 처녀시절에 크론이라는 병으로 수술을 3번 받았고 암 수술까지 받았으니 장모님의 걱정은 너무나 당연했다. 주위에서는 입양을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입양을 하더라도 아내의 몸이 완전히 회복된 후 하는 것이 좋지 않냐, 둘이서 재미있게 살지 무엇 때문에 입양을 하느냐, 아이를 키우게 되면 하던 일을 못한다는 염려 따위의 이유들로 반대를 했다.


난 작은 미자립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고 아내는 그 교회 안에 있는 어린이도서관의 실무를 보고 있다. 매 주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도서관을 열고 있는데 도서관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가는 상황에서 아이는 교회 일이나 도서관 일에 많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었다. 하경이가 가족이 된 후 이러한 걱정들은 현실이 되었지만 하경이는 이 모든 걱정들을 해결하는 힘이 되고 있다.


입양 후 생활


하경이는 우리 가정에 복이다. 지난 5월 1일 세상에 태어난 딸 하경이는 예쁘다는 말보다는 똘똘하게 생겼다, 남자아이 같이 생겼다는 말을 듣지만 아빠와 엄마가 볼 때 하경이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다. 6월 15일 집에 온 하경이는 아내가 도서관 일을 하는 동안 도서관에 오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돌본다. 교회에서도 좋아하고 장모님은 하경이 보는 재미로 살고 계신다. 주일이면 교회에 나오시는데 다른 집사님과 대화하는 중에 아이 셋을 키웠지만 그동안 아이 키우는 맛을 몰랐는데 하경이 때문에 알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을 들었다. 처가에서 잠을 자는 경우 새벽일을 나가시는 장모님은 하경이 얼굴 보고 나가시고 들어오셔도 하경이부터 찾으신다.


입양수수료 200만원


하경이를 입양할 때 입양수수료는 우리 형편 때문에 모두 내지 못했지만 입양기관에서 우리가 준비한 금액만 받고 하경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다. 재정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는 200만원이라는 돈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몰라도 우리 가정은 꽤나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지금도 주위에서 입양수수료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입양수수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다들 놀라워한다. 이번에 예산 안이 국회를 통과되어 정부에서 입양 수수료를 지원한다면 입양 가정에게 재정적인 걱정 뿐 아니라 아이를 돈을 주고 산다는 오해와 편견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보험혜택


정부에서 2006년부터 시행하려고 추진하는 입양 가정에 대한 지원 예산 안을 국회에서 삭제한 근거 중 하나가 의료보험혜택의 이용이 저조하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입양 아동에 대한 1종 의료보험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리고 의료보험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의 통계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입양 아동에 대한 1종 의료보험혜택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의료급여 지원아동의 수가 높아질 것이다.


입양 아동에 대한 의료보험 혜택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최소한 입양 기관에서 의료보험에 대한 안내와  동사무소 복지담당자들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생인 전도사님이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예찬이를 입양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목회자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때 전도사님 사모님과 아내가 대화를 하다가 두 사람이 입양을 결정하고 함께 입양 절차를 밟았다. 입양아동으로 호적에 올린 하경이와는 달리 전도사님 내외는 예찬이를 친자로 호적에 올렸지만 1종 의료보험을 신청했다. 처음 전도사님 내외가 의료보험에 대한 내용을 잘 몰랐고 동사무소 직원도 잘 몰라 그냥 돌아왔다고 하기에 전도사님에게 다시 복지담당자와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했고 현재 예찬이는 의료혜택을 받는다. 하경이는 아직 법원으로부터 개명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1종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1종으로 바꿀 수 있지만 개명이 된 후 바꾸려고 한다.


입양아동지원비 10만원


전도사님 내외는 예찬이와 어울릴 수 있는 아이를 더 입양하고 싶어 한다. 오빠는 듬직한 나무지만 또래 형제가 있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경이와 의지할 수 있는 아동을 입양할 계획이다. 주위에서 형제 없는 아이와 형제가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부대비용이 걱정스러워 망설여지기도 하지만 정부에서 분유 값이라도 보태줄 계획이라고 하니 감사한 마음이다. 어떤 이들은 부모가 자기 자식을 키우는데 남의 도움으로 키우려하느냐는 이야기도 하겠지만 하경이를 잘 키우는 것이 사회를 위한 일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알고 있음에도 정부에게 입양아동지원비 10만원을 요구하는 것은 한 아동이 가정을 이루고 사랑을 받으며 성장함으로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고 나아가 사회 안전망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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