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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성

어제도 후배와 이야기를 하면서 나의 이중성에 대해서 문득문득 의식을 했다.

가끔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쳐 심정이 말할 수 없이 답답해서 호소를 해오는 사람이 있을 때 나는 그럴 듯한 태도로 그런 사람들을 위로해 주곤한다.

내가 취하는 태도는 가장 공정한 체하기, 만사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듯 초연한 체하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예언자연하기, 가엾은 중생이여 하며 불쌍해 하기 등등인데 그런 말들을 하면서 내심으로는 끊임없이 '흥, 너는 뭐가 그렇게 잘나서...너 자신도 아직 하나도 극복 못한 것들이잖아...'하면서 나 자신을 비웃는다.

한 마디로 말해서 참.....복잡하다.

자기가 왕따를 당하고 이 사람 저 사람한테서 싫은 소리를 듣는데 왜 그런지를 모르겠다.  그럴 만한 아무 이유도 없는데 그런다는게 그 애의 하소연의 요지였다.

사실 그애의 말이 액면 그대로 다 사실인지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나는 그애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애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할 만한 근거도 전혀 없다. 그런데도 나는 그애의 말을 다 믿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사람들이 싫어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애한테는 그런 말을 비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그애의 하소연을 별로 들어주고 싶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나의 예의 그 '...연하는' 습성 때문에 잘난 체하면서 그애의 말을 들어주고 충고까지 해주고 있었다.

나는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남의 곤란을 들어주고 충고하기를 즐기는 나의 이중성을 혐오한다.

그러나 그것이 내가 즐기는 일 중의 하나라는 것을 부인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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