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생의 한강과 자전거에 관련된 글
*스캔의 자전거를 배우다에 관련된 글


4월 29일 일요일날 지각생이 때린 번개에 나갔더랬다.
주말에 놀겠다는 필사의 각오로 금요일날 야근을 해서 토요일 새벽 5시에 퇴근을 한후 토요일 일요일 뻥뻥 놀아 버렸지. 토요일에 약속이 두개나 있었는데, 모두 좌절되고 S네방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가고 딩굴딩굴 놀았다. 뭐 이것도 좋았으니 다 괜찮아.

결과적으로 이틀 밤을 집에 안들어 가고, 일요일 아침 자전거를 가지러 집에 들렀다.
허겁지겁 밥을 먹고, 씻고, 먼지 쌓인 자전거를 닦고 나섰다.
지난번에 한강 번개 이후 한달만인가?
오늘의 목적지는 지난번 갔었던 서울숲이렸다. 오랜만의 도로 주행은 좀 겁나고, 중랑천이랑 만나는 지점에 서울숲이 있다니까 중랑천을 타볼까? 지도를 뒤지니 석계역 쯤에 중랑천으로 들어서는 곳이 있는것 같아 일단 석계로 달렸다. 석계역에 도착했으나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도랑은 보이는데, 멀리 내달리는 자전거도 점점이 보이는데.. 내려서는 길이 없네, 지각생에게 전화로 문의(-_-)했으나 모른다고,, 무작정 달리다보니 태릉 입구역..자전거 도로로 내려가는 길을 발견하고 진입했다.

아 햇살이 완전 따갑다.
바람도 엄청 부네. 벌써 덥지만 기분은 좋았다.
입을 헤 벌리고 탄 탓인지. 조금 못가서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는 계속 달렸다.
그런데,방향이 맞는지 모르겠다.
20분 넘게 달리다 오른쪽 건물을 봤더니 "성북구" 어쩌구라고 써있다 -_- 허걱. 아직도 성북구를 못벗어 난겨? 거꾸로 가고 있는건가 하는 불안함. 계속 모르는 지명의 지표 밖에 나오지 않는데, 아직도 길을 물어볼 엄두는 나지 않고, 그냥 가보자는 심정으로 달렸다.
그러다가 장안평쯤이었나? 왠지 너무 불안해서 쉬고 계신 아저씨한테 옥수로 가는 방향이 이쪽이 맞냐고 물어봤다. 아무튼 맞단다.

다시 달린다. 아 완전 시작부터 계속 맞바람이다.
페달을 아무리 밟아도 앞으로 나가는 기분은 안들고, 그래도 바람이 머리카락을 훓어주니 기분이 그만.
벌써 왼쪽 허리가 욱신거린다. 난 자전거만 타면 왼쪽허리가 아픈데, 자세가  어딘지 틀어진게 아닐까 걱정이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길이 끝났다. 웁스.
우왕좌왕하다가 왼쪽에 보이는 수상한 굴로 들어가봤다. 위로 올라가는 길로 이어긴 곳이었는데, 이제부터는 성동구 "뚝방길"이다. 한강 길은 나무가 없으니 해랑 강바람에 좀 힘이 들었지만 이 뚝방길은 상대적으로 한산하고 나무도 많아 시원하고 좋았다. 높아서 도시가 내려다 보이기도 하고.

달려달려.. 다시 강가로 내려오는 길로 진입했다. 왕십리나 한양대쯤인가?
조금 달리다 보니 한강과 만나는 곳이 나온다. 지난번에 서울숲에 갈때 건넜던 다리 발견.
서울숲이 목적지라고 했으니 아슬아슬 2시 도착이네 하고 서울숲에 당도할때쯤 , 문자가 왔다.

알고보니 접선 장소는 옥수역 다리 밑이었던것.다시 돌아서 옥수역으로 갔다.
지각생이 스캔을 데리러 간 사이 난 다리밑 평상에 앉아 쉬었다. 얼굴을 만지니 손에 누런 가루가 뭍어 나왔다. 헉 . 이게 뭐지? 썬크림이 이렇게 된건가? 땀이 말라 소금이 된건가.. 음. 알고보니 그건 무려 흙이었다.
맞바람이 심하다 했더니 황사바람을 가르고 달려온것. 코랑 목이 간질 간질.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털고 그 담부터는 입과 코를 수건으로 가리고 다녔다.

쉬자 자전거야
▲쉬자, 자전거야 . 이녀석 하얀 몸통도 꾸며줘야 하는데.


조금있자 스캔과 지각생이 왔고, 자전거를 탈줄 모르는 스캔에게 지각생의 자전거 배우기 명강의가 시작되었다. 나는 지각생을 믿고 수수 방관했다;;;  일단 언덕길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자전거가 내려가는것을 익히는 연습을 몇번 하더니, 지각생의 끈질긴 지도와 스캔 학생의 조심스럽지만 꾸준한 노력덕에 스캔은 이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물론 문장으로는 짧은데, 지각생이 많이 뛰어다녔다는거..

그 사이 도영이 도착했고, 도영은 자신의 자전거를 수리하고 내 자전거의 브레이크를 손봐주고 기름칠도 해줬다. 그리고 내 자전거가 안나간다고 느껴지는것은 바퀴에 바람이 많이 빠졌기 때문이라고 바람을 넣으라고 했다. -_- 그런거였어? 우리는 스캔이 탈 자전거도 빌릴겸, 바람도 넣을겸 자전거 대여소로 올라갔다.
마침 남은 자전거가 노기어 큐티핑크 자전거 밖에 없어서 스캔은 그녀석을 빌리고 나는 바람을 넣어 내려와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 음. 스캔은 오늘 처음 타는거라 많이 넘어질 위기에 처했고, 우리는 천천히 여유있게 달리기로 했다. 조금 가다가 스캔이 땀을 비오듯 흘리자, 우리모두 잠시 강가에 내려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자전거를 길가에 새워두고 강가로 내려갔다.

이쯤부터 쓰다가 한번 날려서. 좌절로 인해 아래 부터는 압축적임

우리 자전거들
▲왼쪽 부터 도영, 달군, 지각생, 스캔 자전거

진한 녹색의 물의 꿀렁거림, 반짝임을 보면서 햇볕을 쪼이고 있자니 졸음이 오더라. 그 와중에 제일 생생한 지각생은 한강 수질 검사도 했다.

더러운 한강물
▲더럽다...

수질검사중인 지각생
▲수질검사중인 지각생


한 10여분 여유로이 쉬다가 다시 잠실 대교를 목표로 출발했으나 , 어느시점에서 그건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서울숲에 들려서 쉬다가 옥수로 향했다. 서울숲에 들어서자 스캔이 심하게 기침을 시작했다.
기침을 한참한 스캔은 얼굴이 반쪽이 되서 사람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평상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서 양갱도 먹고 , 스캔이 빌린 자전거를 돌려주기 위해 옥수를 향해 출발했다

자전거 타는 스캔
▲자전거를 처음 탄 역사적인 날 !  (상체 길이 주목;;)

위태위태 , 열심열심으로 달리는 스캔의 뒤를 따라 가면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한방 찍었다.
(호홋 나는 이제 한손으로 문자도 보내고, 사진도 찍는 다궁. 물론 위험해;;)
뒤에서 내가 물었다.
"기분 좋죠?"
"(1-2초 침묵)..네"
"(이상하다)바람을 맞으면서 가니까 좋지않아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걸 느낄 여유가 없는거 같아요."

크크크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도 크게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첫 잔차질을 마친 스캔 훌륭, 그리고 그 선생 지각생도 너무 훌륭!

우리는 옥수에서 자전거를 돌려주고,  뒷풀이를 위해 미디어문화행동 사무실이 있는 종로 3가로 가기로했다. 스캔은 지각생이 큰맘먹고 뒤에 태워 주겠다는것을 고사하고 홀로 지하철을 탔고, 도영이랑 지각생이랑 나는 자전거를 타고 종로 3가로 향했다. 야... 청계천 따라가는건 멀다고 압축적인 길을 안내한 도영때문에 계단으로 자전거 들고 나르고 터널 두개 통과 하고 언덕길을 몇개 올라 체력 완전 소진..
활활 불태워 스캔이 길을 몰라 헤메던 사이 우리가 먼저 뒷풀이 장소에 도착해 버렸다.

그후 후달거리는 다리를 안정시키고, 맥주와 소면을 사다가 비빔국수를 끓여 먹었다.
10인분의 국수를 괴상하게 끓인 도영때문에 내 요리 인생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저녁이었다. 비빔국수 그렇게 맛없고 질리게 먹은거 첨이야..


암튼 간만에 즐거운 일요일 .
막판에 자전거는 비록 버리고 지하철로 귀가하는  약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이제 열심히 타고 다녀서 체력좀 키워야 겠다.

간만에 길고 정성들인 포스팅이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재미없겠지만. ㅋ


아 그리고 이날 한가지 생각한게 있다.
"앞으로 자전거에는 최소 비용만 들이자"
사람들이 좋은 자전거에 기능성 옷을 입고, 고글도 쓰고 휙휙 지나가는데,,,
음 저것도 그렇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거..

지금 뭐 헬멧도 없는 형편이라. 헬멧은 꼭 장만 해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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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03 20:04 2007/05/03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