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잔차질

from 너에게독백 2006/07/12 12:26
지난 주말,
이틀만이라도 평화야 걷자에 함께 하려고 계획을 세웠다,
산지 3일 밖에 안되는 자전거를 타고 겁도 없이 서울에서 평택까지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거리감이고 속도감이고 뭐고 없어서 아침에 출발하면 너끈히 도착할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내 다리가 그렇게 잘 움직여 줄리만무하다.

그래도 해도해도 너무 했지

장장 8시간(밥먹고 쉬고 어쩌고 한 시간들 포함)에 걸쳐서야 평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음, 윤미, 지각생이 함꼐 했는데, 나의 어설픈 발에 맞춰가느라 고생많이 했다. 나중에 지음이 혼자 올라올때 걸린 시간이 3시간이라고 하니...나 때문에 얼마나 답답들 했을꼬..
처음으로 이렇게 길게 자전거를 탄것 같다. 게다가 도심의 복잡한 도로에서, 차들이 쌩쌩달리는 국도변에서. 매연과 각종 먼지가 눈,코,입 할것 없이 막 공격을 해대는 통에 좀 괴로웠지만 땀나고, 또 땀이 날아가고.. 너무 재미있었다. 자전거를 사면서 막판에 엄청 고민 했었는데(고민한 이유는 다음기회에 포스팅) 역시 자전거는 재미나다.

자전거에 깃발을 꼽고 달리니 다들 한번씩 돌아보고 쳐다본다. 어떤 이는 미친 새끼들이라고 욕하고 어떤 사람들은 웃으면서 지켜본다. 그러다가 어떤 분은 차를 타고 가시다가"힘내세요"하고 격려를 하더니 저만치 먼저 가서 기다리다가 우리에게 음료수를 사서 나누어주셨다. 처음 당하는 상황에 당황해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너무나 기쁘고 힘이되었다.

암튼 나는 나름 뿌듯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밤 9까지 달려서 평택에 들어섰고, 이미 의식과 체력이 홀랑 빠져 나간 상태였지만, 위태위태 평택역을 벗어나 대추리로 행진하는 평화행진단을 찾아갔다. 대추리로 향해야 할 행진단는 무슨 다리 건너 주유소 앞에 옹기종기 모여서 작은 문화제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안정리 상인들이 행진단들이 대추리로 들어가는것을 저지하려고 원정3거리에서 이미 폭력을 행사하고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술취한 사람들이 몰려왔다. 깜깜하고, 지리도 잘 모르고, 힘도 없고 처음 당하는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온다고해도 그럴줄을 몰랐다. 그들은 돌을 던지고, 계란을 던지고, 여성을 밀고 때렸다. 뒤늦게 전경들이 상인들과 우리사이를 막아서기 시작했다. 더 정신이 혼미해져서 난 어쩔줄 모르고 멍하니 있었는데, 누가 내 머리를 슬쩍 건드렸다. 누군가 하고 고개를 돌렸지만 옆에 아는 사람은 이미 아무도 없었다, 착각이었나 하는 순간 누가 내 가슴을 퍽하고 쳤다. 쇠골뼈 밑에 평평한 부분이었는데. 정말 "억!"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고 상체가 팍 숙여졌다. 너무 놀라고 아팠다. 돌이었다. 누군가 옆에 있던 분이 나를 끌고 뒤쪽으로 데려갔다. 나는 정말 큰 돌에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시에는 팔까지 아프고 가슴이 전체가 먹먹했고, 주먹만한 면적에 확실히 닿았다는 느낌이었기 ㅤㄸㅒㅤ문이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통증이 가라 좀 앉고 보니 의외로 큰 멍은 들지 않고, 지름 3-4센치 가량의 멍이 들었다. 사실은 작은 돌이었나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사실 조금 안심했다. 설마 주먹만한 돌을 그런 가까움곳에서 던질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구나 싶기도하고..;;; 그런 큰돌에 맞았으면 큰일났겠구나 싶어서.

보통 돌이 날아와도 페켓으로 요행이 막거나, 방패에 찍힐뻔하다가도 다행히 피하고 적어도 집회판에서는 운이 좋은 편이었기 ㅤㄸㅒㅤ문에 집회나가서 맞은게 처음이다. 그런데 그게 경찰도 아니고 ....

암튼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우리는 평택역으로 돌아가기로했고. 평택역에서 주민분들과 농활대가 경찰의 불심검문에 의해서 벌써 몇시간째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은 상의를 했고, 경찰서로 항의 방문을 가기로 했다. 그 이후 상황은 다들 기사를 봐서 알겠지만, 우리는 심지어 해산을 했는데도 해산을 방해하고 전원 연행하라고 악다구니 쓰는 평택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이것도 처음. 난생 처음이었다.
팔이 빠지도록 잡아 당겨서 나를 자신들의 무리 안으로 집어 넣어버린다.
무수히 보았던 그 끔찍한 장면속에 내가 들어가게 되어버렸다.
나는 땅바닥에 겁에질려 고꾸라져 무수한 발들을 봤다. 밟히고 당겨지고 채이고..
역시 경험이 없어서 인지 여경이고 뭐고 생각도 안났다.
간신히 지각생이 말려서 빠져 나왔는데. 잠시 정신이 나갔었는지.. 지각생이 연행되어 갔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보니 팔에 방패가 닿았다고 생각했었는데 팔에서 칼에베인것 같은 상처가 나서 피가 나고 있었다. 다시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움직였지만. 얼마 못가서 다시 똑같은 상황이 되었다. 나는 누운 상태에서 두팔을 누군가한테 잡힌채 땅에 질질 끌려갔다. 굴욕적.. 다시 누가 내 다리까지 잡아 들었고 나는 사지가 들려서 차에 굴려 넣어졌다. 안에서 기다리던 놈은 다음 사람을 잡아 넣기위해 나를 발로 차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바로 나 다음에 끌려온 여자분은 여경을 데리고 오라면서 멋지게 저항했고 그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도망친것 같았다. 아...난 참 바보다

24시간도 안되는 시간안에 새로운 경험을 어찌나 많이 했던지. 정말 야만적인 밤이었다.
자전거 타고 갈때까지만 해도 전혀 이런 시츄에이션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집으로 뭔가 증거가 날아올까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느라고
오전은 재택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면회 오는거 의외로 엄청 반갑더라. 모두들 고마웠습니다.


이 일로 인해 박래군 활동가 구속이 확정되었다.
당치도 않다.
3월 박래군 활동가가 구속되었을때 보다 더 거세게 항의하고
그를 지지하는 힘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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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12 12:26 2006/07/12 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