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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7/25
    제대로 바보가 되다(2)
    말걸기
  2. 2006/07/22
    심신이 피로해...(10)
    말걸기
  3. 2006/06/27
    <지저분한 일기>, 잠시 휴업(5)
    말걸기
  4. 2006/06/16
    성질머리하고는...
    말걸기
  5. 2006/06/12
    집안일의 7단계(5)
    말걸기
  6. 2006/06/09
    궁금하군.(10)
    말걸기
  7. 2006/06/08
    6월 7일(7)
    말걸기
  8. 2006/06/07
    아빠들의 휴일
    말걸기
  9. 2006/05/23
    지름신에게 당하다(6)
    말걸기
  10. 2006/05/22
    지름신과 겨루는 중(6)
    말걸기

제대로 바보가 되다

 

말걸기가 요즘 바보가 된 건 사실이지만, '제대로 바보'가 된 건 말걸기가 아니라 말걸기의 컴퓨터이다. 울란바타르에서 전화했을 때 파란꼬리가 컴이 이상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별 것 아니겠지 했다. 근데 태국까지 다녀와서 살펴보니 제대로 바보가 되었다.

 

뭐, 컴퓨터라는 게 제대로 바보가 되어봤자이긴 하다. 하드디스크에 있는 데이터만 멀쩡하면 된다. 부품이야 갈아치우면 끝이니까.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제대로 바보가 된 부품이 많으면 많을수록 돈이 많이든다는 점. 또 하나는 진단과 진단에 따른 대책을 세우려면 발품과 시간을 들어야 하다는 점.

 

두 가지 모두 말걸기에게는 꽤나 큰 어려움이다. 일단 돈이 별로 없다. 발품 들이는 건 귀찮은 일이지 어려움은 없다. 다만 시간이 압박이다. 다음 주 금요일 일본으로 날라가기 전에 시베리아-몽골 사진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루어두면 절대 정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돈이 있어야 컴을 고치는데 그 돈은, 컴으로 작업을 해야 생기니 말이다.

 

이것 참. 내일부터는 비가 쏟아진다하니 이 비가 그칠 때까지는 컴 들쳐업고 어디 가기도 힘들텐데... 이번주가 다 지나서야 컴 데리고 병원에 갈 수 있다니. 돈 벌긴 글렀네.

 

 

이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컴은 파란꼬리의 컴인데, 이 컴으로는 결코 이미지 보정이 불가하다. 비디오카드도 후졌고. 인터넷 하기조차도 좀 버겁다. 이미지 많이 뜨는 사이트에만 가면 겔겔겔. 파란꼬리가 말걸기에게 선물을 주겠다면 단연 1위! 그대 컴 좀 업그레이드 해주삼.

 

 

심신이 피로해...

 

24일 동안 여행 다녀왔더니 피곤하다.

이렇게 긴 여행은 처음이라 컨디션 조절하는 게 젤루 힘들더라.

울란바타르에서 인천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도착하자마자 하루만에 5일짜리 태국 여행을 가야한다니 힘이 쭈욱 빠졌었다.

 

"울란바타르에서 서울 경유해서 방콕 간다고 생각해라."

"차라리 그게 낫겠군."

 

 

잠을 많이 잤더니, 지금은 시공간에 대한 감이 둔하다.

오늘이 22일(토)이니 어제 오전에 태국에서 돌아온 게 맞다.

어제 오후 내내 잠을 잤고, 저녁 먹은 후에 또 밤새 잤다.

오늘도 늦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었고 잠시 졸 듯하다 이제야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더 쉬고 싶다.

 

 

2주 후에는 일본에 간다. 일주일쯤.

이 여행은 방문이 목적이다. 가장 맘편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어쨌든 일본에 가기 전에 할 일이 많다.

D200에 가득한 먼지를 제거해야 하고,

시베리아-몽골에서 찍은 사진을 정리-보정해야 한다.

그 전에 바보가 된 내 컴퓨터를 고쳐야 한다.

아무래도 집 청소와 정리도 해야 할테고,

어디다 맡겨 놓은 짐도 집에 들고와 정돈해야 한다.

2주만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하다.

 

 

20GB 가량의 사진을 찍어왔는데, 의외로 사진이 이쁘지가 않다.

먼지도 많이 껴 있어서 더 그렇다. 좀 실망이긴하다.

이걸 극복하려면 '보정'만이 살길인데 그건 내가 좀 약하다.

 

시베리아의 두 도시와 몽골에서 만난 인연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도시와 나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슬프기도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다.

걱정과 우려, 연대감을 솟게하는 말도 들었다.

흥미롭고 재미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듣고 생각하게 만든 거리들이 많아 글로도 풀고 싶다.

사진과 잘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시베리아-몽골 여행은 나만의 비밀스런 목적이 있었는데 그건 아무도 모른다.

아직 그 목적의 일이 끝나지 않아서 밝힐 수는 없는데,

그 목적과 관련한 나의 사정에 도움이 된 분들이 몇 있다.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그 분들에게 특별한 감사 선물, 누추해도 준비해야 할 듯하다.

비밀스런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이유는

'Special Thanks Gift'을 받게 되는 분들이 알게 해야 할 듯해서.

일일이 설명하기도 그렇고.

 

 

그리고, 세상에 대한 감도 사라졌다.

FTA 문제는 잘 풀리고 있는건지, 포스코건은 또 뭐인지, 물난리는 어떻고.

이왕 잘 모르겠는 문제가 널린 김에 내 사정이나 챙기며 살아볼까나.

 

 

놀아도 노는 게 아닌 생활이네...

 

 

<지저분한 일기>, 잠시 휴업

 

말걸기는 여행을 간다.

결국 간다.

처음에는 오지 않을 날같이 꿈꾸듯 시작했고,

조금 지나서는 일처럼 준비했고,

나중에는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다.

지금은...

다시 꿈같다.

 

 

■ <지저분한 일기> 휴업 일정

 

○ 사유 : 여행

○ 기간 : 2006년 6월 28일(수) ~ 7월 21일(금)

 

※ 중간에 잠시 문을 열 수도 있음.

 

 

말걸기의 여행에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답례로, 볼 만한 사진 몇 컷 있으면 바탕화면용 이미지 파일로 보답하겠음.

이 답례는 범용이라 특별한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는 부족한 답례일 수도 있음.

그러나 '쩐'이 안되는 말걸기라 마음으로 받아주시길 간곡히 부탁함.

 

 

[뱀말]

짐 대따 부겁다. 배낭이나 사진 장비나 또이또이하다. 에궁~. 찍사의 비애여.

 

 

성질머리하고는...

 

6월 15일. 어떤 이들에게는 대단한 명절이었을른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짜증 점철 신경질 만땅, 그런 날이었다.

 

 

1.

 

요즘 계속 그러했듯이 해가 딱 중천에 떠 있을 때 잠에서 일어나 보니 그새 전화가 걸려와 있었다. 민주노동당 총무실장. 무슨 일일까 궁금해서 전화를 했더니 점심 먹으러 나갔는지 받지를 않는다. 그래 점심 시간은 피해야지. 또 상상. 혹시 이 인간 4월에 준 파일 어디가 내팽겨쳐 놓아서 퇴직금액 정리한 거 다시 달라는 얘기하려고 하나? 입금했다고 친절하게 전화할 사람은 아닌 듯하니 이게 젤루 좋은 소식이긴 하다. 기대. 기대. 기대.

 

말걸기가 언제부터 '긍정적 사고'를 했다고 이 따위 기대를 했는지. 참, 어리석고 순진한 놈. 점심 식사를 다 했을 법한 시간에 전화를 했다. 사무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핸드폰으로 했다. 또 전화를 받지 않는다. 뭐야? 전화해 놓고선 전화도 안 받고. 끊자마자 전화가 왔다. 잠깐 일처리한다고 전화 받는 타이밍을 놓쳤나보다. 그래, 일하다 보면 전화 못받을 수도 있지.

 

총무실장이 퇴직금 지급을 미뤄달랜다. 국승 때부터 일한 L씨도 퇴직금 1,300만원을 청구했는데 이런 일이 한둘이 아니다. 당 사정 잘 알지 않느냐. 돈 없다. 7월에 중앙위와 당대회가 있고 어쩌고 저쩌고.

 

"약속을 지키세요. 이미 그런 사정 다 감안하고 약속한 거잖아요."

 

"총장님은 지급해 주겠다고 하시던데요."

 

돈 관리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고려할 것도 많고 어쩌고 어쩌고.

 

"하루 지났습니다. 지급해 주시죠."

 

다른 이들의 생각은 어떤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잉? 이렇게 나오면 어쩔 수 없지. 전화 돌려서 의견을 다 확인할 수밖에.

 

"전화해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선거라고 연락도 잘 못하고 지낸 사람들에게 이제야 안부도 묻게 되었다. 전화통에 대고 5명과 수다 진하게 떨었다. 다들 그러지. "뭐 하자는거야!"

 

띠리링띠리링.

 

"다들 오늘까지 지급해달라고 하네요. 4시 30분, 그러니까 은행업무 마감시각까지 넣어주세요."

 

씨발씨발. 혼자서 성질을 버럭버럭 내면서 빨래 개고 설거지하고 있던 차, 4시 경 우수사랑이 전화를 했다. 돈은 역시나 안 들어왔단다. 말걸기는 총무실장하고 통화한 후에 총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이때 주요행사가 있었을 터이니. 우수사랑이 총장이랑 얘기해보겠다고 한다. 다시 우수사랑이 전화. 총장이 미안하단다. 지금 지방에 있어서 그러는데 16일(이게 오늘이지 아마?)에 서울 올라가서 바로 처리해주겠다고 약속했단다.

 

이렇게까지 얘기했으면 하루는 참아줘야지 뭐. 설거지 끝내고 우체국 가서 내용증명 보내려고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게 되었다. 그래도 신경질은 이빠이다.

 

 

2.

 

15일에는 하늘이 예뻤다. 날씨도 좋았다. 무엇보다 전날 비가 많이 내렸기 때문에 시야도 깨끗했다. 이런 날 사진 찍으러 나가야 했었다. 청명한 날 기다렸는데 이게 뭐람. 오후내 한참을 전화 붙들고 있었으니 사진도 못찍고. 이게 또 성질머리 건드린다.

 

성질나 죽겠는데 사진은 무슨 사진! 이런 날 사진 찍다가 성질 못이겨 D200 부셔버릴지도 모른다. 덜컥 겁이 나더라. 이때부터 집안의 물건들이 말걸기에게 소리친다. 혹은 눈치를 본다.

 

"제발 저는 집어던지지 마세요. 저는 잘못한 게 없잖아요. ㅠㅠ."

 

이 불쌍한 것들은 말걸기와 함께 있다가는 박살날지도 모른다고 겁을 먹고 있었다. 폭력의 충동은 자신에게도 괴롭다. 순간 머리 꼭대기에 기가 몰리면서 미쳐버린다. 그 직전에 스스로 제어한다. 그 제어는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고 식은땀도 난다.

 

지난 2월부터는 이런 일이 자주 있었다. 물건 집어던진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내가 힘이 세지 않길 다행이지. 여기서 조금만 더 나가면 파괴의 짜릿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약자를 폭행하겠지.

 

스스로에게 겁을 먹은 말걸기는 무작정 집을 나갔다.

 

 

3.

 

놀자. 그래도 사람들하고 노는 게 좋겠지. 전화 한바퀴 돌렸다. 전화 안 받는 사람. 일하는 사람. 이미 멀리 집으로 가버린 사람. 대놓고 '싫어' 하는 새끼 등등. 그래 일을 안하니 놀아줄 사람도 없구나. 이땜에 또 성질이 버럭버럭. 말걸기 이 새끼는 인생을 어떻게 산거야? 바보 새끼.

 

혼자서 무작정 종로로 나갔다. 무작정은 아니고 꼭 사야할 책(꼭 읽어야 한다기보다는)이 있어서 영풍문고 갔다. 책을 사고 여행 때 쓸 메모책도 사고.

 

짝꿍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 동료네 문상을 갔는데 이왕 함께 간 김에 자주 모이지도 못하는 신규들과 놀겠단다. 다행이다. 짝꿍은 말걸기의 신경질내기, 짜증부리기에 참으로 인내를 잘한다. 하지만 어느 선을 넘으면 괴로와하고, 그 다음 선을 넘으면 화를 낸다. 그럼 둘은 싸운다. 하루 이틀 말도 안할걸. 이 정도 상태면 짝꿍과 마주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더라.

 

 

4.

 

시내를 뱅글뱅글 돌다가 영화나 볼까? 하필이면 시간이 맞는 게 엑스맨뿐이냐. 이거 혼자 먼저 봤다가는 짝꿍이 실망할텐데. 같이 보기로 했으면 같이 봐야지. 우이씨. 그래, 소위 예술영화 좋아하는 씨네큐브 가자. 15분 기다리면 되겠군.

 

영화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전화를 한다던 '각'이 전화를 하지 않는다. 행여 놀고 있으며 껴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영화표도 사지 않고 말걸기가 먼저 전화를 했다.

 

만화 보다 보면 '100t'이라고 써있는 망치로 맞는 장면이 있다. 딱 고장면. 시베리아-몽골 여행 멤버 하나가 7월 초까지 일해야 한단다. 여행 꽝내자는 거야? 뭐야, 긴 시간 여행이라 짝꿍이 섭섭해 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상보다 많은 돈 땜에 피가 마름에도 불구하고 가기로 했고, 이 동네가 워낙 까다로워 불안한 것도 많은 데다가 여행 정보 개판이라 진을 빼가며 예약까지 다 하고 준비물 목록까지 다 만들어 놓았는데 이제 와서?

 

파괴욕구 게이지 상승. 그래도 불쌍한 '각'을 위하야 차분차분 의견을 나누었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 28일에 함께 못 가도 7월 초에는 이르쿠츠크로 날라오라고 하자. '각'이 전화를 해보더니 16일(이것도 오늘이군)에 확답을 하겠다 했단다.

 

혼자서 게이지 관리하다가 씨네큐브에서 영화보는 것도 놓쳤다. 이날 참 전화도 많이 했네. 밧데리가 나갔다. 정동스타식스에 가서 영화볼 요량으로 그곳으로 향하던 차 편의점이 있길래 밧데리 충전을 맡겼다. 30분은 걸린단다. 스타식스에 가서 시간표를 보니 밧데리 충전 땜에 볼 수도 없게 되었다.

 

진짜 풀리는 거 없네. 우이씨. 맥도날드에서(진짜 오랜만에 갔다) 콜라 한 잔(오랜만에 마셔보네) 마시며 러시아 여행 가이드북을 찬찬히 읽으며 '기대'를 누리려고 노력했다. 약간 진정된 모드. 밧데리 찾고 다시 보니 스타식스 밤샘 패키지 상영이 눈에 들어왔다. 엑스맨이 껴 있을 게 뭐람.  봐 버릴까? 안 돼! 안 본 척하면 되지 않을까? 안 돼!

 

 

5.

 

뱅글뱅글 혼자서 돌아다니다 날이 밝은 다음에 집에 들어왔다. 맘이 편해졌다. 밝아져서 짝꿍 먹을 것도 챙겨주고 방긋 웃으면서 빠이빠이, 잘 다녀와 인사도 했다. 하룻밤 성질 죽일 시간을 허락해준 짝꿍에게 고맙더군. '집에 안 들어 올거야?' '집에 언능 와서 잠이나 자!'가 아닌...배려의 말과 함께...

 

 

6.

 

지난 밤 돌아댕기는 게 힘들었는지 오늘은 늦게 일어났다. 아무런 연락도 없는 걸 보니 퇴직금 지급은 안되었군. 치. 에휴. 몰라.

 

우수사랑의 메시지가 여러번 왔다. 우수사랑은 지금 참 힘들게 생활을 꾸리고 있다. 하던 공부도 마저해야 하고 아이 둘도 자주 아파서 돌봐야 한다. 돈 벌기 쉽지 않다. 수개월 인내한 퇴직금이 당장 손에 들어와야 한다. 말걸기야 짝꿍한테 당분가 비비면 되지만.

 

이런 상황인데 진짜 안주네... 다시 성질 게이지 상승. 어쩔 수 없다. 갈 길을 가야지.

 

 

집안일의 7단계

 

azrael님의 [이런..] 에 관련된 글.

 

■ 집안일의 7단계

 

1. 놀다 와서 해야지.

2. 밥먹고 해야지.

3. 배부르니 좀 쉬었다 해야지.

4. 지금 보는 TV만 보고 해야지.

5. 내일 해야지.

6. 주말에 몰아서 하면 되지.

7. 이런 젠장 ㅠㅠ

 

 

시험공부 하는 거랑 말걸기가 집안일 하는 거랑 어쩜 이리도 똑같을까... 한참 웃었네...

(웃음의 기회를 선사해주신 azrael님께 감사)

 

 

궁금하군.

 

말걸기[아빠들의 휴일]에 관련된 글.

말걸기의 사진글, [아빠들의 휴일]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이 없다. 말걸기가 포스트 올렸다고 블로거들이 반응해야 할 이유는 없다. 씹으면 어때. 다 그런거지 뭐. 근데, 말걸기 생각에는 반응할 만도 한 사진글이었기에 궁금한거다.

 

반응도 할 법한 이유는, ①사진이 재밌잖아. ②사진 속 이야기가 가족의 문제잖아. '웃긴다', '불쌍하다', '너무한다' 정도의 댓글도 없다. 전화나 메일로 이런 얘기해도 되는데...

 

말걸기가 별거를 다 궁금해 한다는 생각은 마시라. [별거 다 세 보았다]에서처럼 아무리 엉뚱해도 궁금한 건 궁금한 거.

 

 

말걸기는 사실이 아니거나 진실이 아닌 상상을 즐기므로 블로거들이 반응이 없는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결론은 '별 흥미롭지도 못한 사진글'이라는 거다. 너무 뻔한가? 그 다음. 왜 흥미를 못 느낄까?

 

말걸기의 생각에는 이곳 진보네 블로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보통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바에 호기심을 갖는다고 여기고 있지만, 자신의 일상과 멀어 있는 또 다른 일상에는 흥미를 못 느긴다. 진보네 블로거의 대부분은 [아빠들의 휴일]과 같은 일상에 익숙치 않은 듯하다. 이게 아니라면, 이런 일상을 경험하기는 하나 진보네 블로그에서까지 공감하고 싶지 않던가.

 

말걸기의 추정과는 달리 너무 밋밋한 일상이었나? 휴일마다 공원에 가면 널부러진 '아빠들'은 쎄뺐으니까.

 

 

6월 7일

 

어제군.

 

 

시베리아 여행을 위해서 현지 여행사에 숙박, 교통편 등에 대한 문의 메일을 보낸지 한참되었는데 오후에 병원에 가기 전까지도 답장이 없었다.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나 혼자 괜히 성질만 버럭버럭 내고 앉았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얘기를 들어놔서 혹시나 하면서도 말이다.

 

6월 말에 하바로프스크로 날아갈 뱅기표는 예약까지 해 두었는데 이르쿠츠크에서 콱 막혀버린다는 느낌에 '이 놈의 여행! 확 엎어버려?'까지 갔다. 생판 모르는 동네가서 헤매는 것도 나쁠 건 없지만 말도 안통하고 경찰이 깡패인 동네라면 그건 좀 싫거든. 맘에 들게 척척 일이 처리가 되지 않으니 혈압만 오르는 게 아니더라. 난 성격이 진짜 안 좋아.

 

 

혼자서 짜증만 내면서 병원엘 갔다. 손가락에 난 사마귀를 제거하기 위한 냉동치료 방식은,  치료받을 때 아픈 것도 있지만 한동안 손을 쓰기가 무척 불편해서 설거지, 빨래, 청소 등등 일상생활도 지장이 있다. 이것도 적잖은 스트레스다. 그런데 어제는 예상과 달리 담당의사가 냉동치료 그만하잔다. 대신 약을 바르란다. 보험도 안되는 값비싼 치료를 끝내고 손 쓰임새도 불편하지 않을 터라 기분이 좀 풀렸다.

 

하지만 어제는 성격 테스트의 날. 세브란스 전산망이 먹통이 되었다. 진료기록을 로딩하는 것도 한참 걸렸다. 게다가 진료 후에 다음 예약 수납도 오래 기다려야만 했다.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병원에서 ERP는 효율적이고 편리하다고 생각치 모르겠지만 결정적 순간엔 병원 기능이 마비된다. 에휴, 세상이 다 짜증나.

 

 

처방전 뽑아들고 약국엘 갔다. 잉? 7만 얼마? 이놈의 사마귀 치료용 약이 무지 비싸다. 보험이 안된단다. 냉동치료값 아꼈다고 좋아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그 돈을 고스란히 바르는 약값에 빼앗겼다. 생명엔 지장이 없어도 부위에 따라서는 일상에 지장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손가락 사마귀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맘 먹은 건 순전히 생활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통증이 있었고, 특히 오른손 검지 손톱 아래 난 사마귀 때문에 손톱 근처가 자주 갈라져서 피도 나고 등등,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 적이 있어서였다. 미용치료도 아닌데 비보험이라니. 사마귀 때문에 수십만원이랑 이별을 한다.

 

 

도로묵. 다시 짜증 모드로 집에 왔다. 집에 두고 나간 전화기에 그새 짝꿍한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학교 동료 선생 커플이랑 저녁 먹으려는데 나오란다. 갔지 뭐. 잘 놀았다. 저녁도 맛나게 먹고 생전 처음 플스방에도 가 보고. 외출과 만남으로 기분을 풀었다. 자, 시작은 개떡같았어도 마무리는 좋게.

 

 

그러나.

 

거대한 바퀴벌레가 어디선가 나타나더니 유유히 여유를 부리며 거실을 가로질러 기어가는 게 아닌가. 꺄~악! 이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저만한 게 나타났다는 건 엄청난 수의 바퀴가 산다는 징후라는 말에 우리집이 혹시 조의 아파트? 우이씨. 왜 똑같은 크기라도 풍뎅이는 친근하고 바퀴벌레는 무서울까. 한참 동안이나 바퀴를 처리 못해 안절부절하다가 뿌리는 약으로 잡았다.

 

이사갈 때가 되었나...

 

 

어제라는 날은 딱 요만큼만 좋은 날이었다.

 

 

아빠들의 휴일

 

6월 6일 휴일.

이웃들과 월드컵공원엘 갔다.

연희동에 사는 당원들이다.

이 이웃들은 아이들이 있다.

 

홍제동 이웃 하나도 함께 갔다.

홍제동 이웃과 짝꿍, 그리고 나는 산책을 선택했다.

대화와 산책.

나는 꽃과 홍제동 이웃과 짝꿍의 사진을 찍었다.

월드컵공원 호숫가를 한바퀴 돌고 왔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 Nikon D200 / AF Nikkor 24-50mm 3.3-4.5D / 1/160 / f8.0 / ISO 100

 

 

아빠들은 잠을 자고 있고 누나들끼리 어딘가 놀러를 가버렸다.

이 녀석 혼자서 따분한가 보다.

얼마 있다가 누나가 오더니 같이 놀자고 데려갔다.

 

 

이 이웃들을 비난하지는 말기를 부탁한다.

부인들은 집에서 '휴일'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끼리는 무척 친해서 알아서 잘 논다.

다만, 요 사내녀석이 누나들하고 항상 어울리지는 못하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지름신에게 당하다

 

말걸기[지름신과 겨루는 중]에 관련된 글.

어쩌면 [시베리아-몽골 여행의 탄생]과도 관련이 있을 듯.

 

 

시베리아-몰공 여행 준비가 매끈하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힘을 내서 일찍부터 아침밥을 먹고 여행 준비를 위해 메일도 보내고 오전에 가방 싸 들고 외출을 했다. 일단 비자 발급에 필요하다는 사진을 찍고, 짝꿍이 고장 낸 Sony 디카를 고치고, 다시 사진관 가서 사진을 찾고... 점심을 먹었다. 시내 서점에 가서 여행객을 위한 러시아어와 몽골어 회화 포켓북을 한 권씩 사들고 남대문으로 향했다. 여행 가서 열라 사진 찍어야 하니까.

 

 

어제 밤새 지름신에 대해서 생각하느라 잠도 설쳤다. 나는 왜 사진기를 사려고 할까? 사진은 왜 찍으려는 걸까? 돈 되는 사진기로 폼 나는 사진을 찍으려는 게 내 목적인가? 한참 뒤척이다가 스스로 즐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아, 순간 평화가 찾아왔다. 어떤 강박도 갖지 말고 사진을 찍자. 시베리아-몽골 여행 가서도 사정이 안 되서 사진 찍기가 어렵다거나 그냥 찍고 싶지 않아서 그만 두거나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냥 편하게 놀고 즐기며 셔터를 누르자.

 

내가 좋아서 사진을 찍는 거고 여행도 즐기려고 가는 거니 맘 편히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자. 무리할 것도 없지 않은가. 이런 생각으로 아침을 맞이하여 힘도 나니 오전 오후 죙일 빨빨대고 여행 준비 따위로 돌아다녔다. 마지막 코스가 바로 지름신과의 대결 장소인 남대문 근처 수입상가의 사진가게였다.

 

필요한 장비라고 주욱 목록을 만들어 놓은 종이 쪽지를 내밀었다. 싸장님이 죽죽 가격을 적어가며 이건 얼마 저건 얼마, 소소한 소품을은 공짜. 내가 원하던 물건 한 가지만 없고 다 있었다. 물론 내가 잘 알지 못한 게 있어서 다른 걸 소개받기도 했고. 어쨌든 내 목록을 다 합산해 봤더니, 내가 인터넷 뒤져서 찾아낸 대략 최적가 합보다 작은 것 아닌가.

 

순간 어지러워졌다. 그리고 갑자기 욕망이 끓기 시작했다. 지난 밤 잠을 설쳐가며 얻은 깨달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 나의 접사 렌즈여! 접사를 시작해 볼까 기대에 부풀어 찍어놓은 Nikon AF105mm Micro가 네이버 쇼핑 최저가보다 싸다니! D200도 요즘으로 치면 최저가네.

 

기냥 다 질렀다. 내가 원하는 용량의 저장장치만 없었다. 이건 용산 가면 더 싸게 사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지름신에게 당했다. 좀만 더 비싼 가게를 찾아갔으면 지난 밤 평온한 맘을 기억하며 적당히 포기할 건 포기했을 텐데.

 

 

그래도 맘이 가득한 접사 렌즈를 손에 쥐었으니 더 풍부한 표현을 시도해야지. 나의 사진 놀이의 성장을 위하여 열공!

 

 

 

P.S. 그나저나 여행비용은 어쩌나?

 

 

지름신과 겨루는 중

 

어제 견적을 내 보았다. 물론 나 혼자서 사이트 뒤져가며 냈다. 업체에게 문의한 건 아니다. 최저가와 최고가를 나름대로 정리했다. 평균가까지도.

 

 

한 뭉탱이의 퇴직금은 나에게는 아주 큰 돈이면서 가벼이 쓸 수도 없는 돈이다. 이 돈을 어떻게 받은 건데(과정 :   ). 더더구나 실업자니까.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사진기 사자. 돈 남으면 여행 가자. 그런데 이러면 남는 돈이 없어져 버릴 것 같다는 암울한 예상이 드니 슬슬 괴로워진다. 요즘 병원비도 만만치 않게 드는데 말야.

 

시베리아-몽골 여행은 거의 지른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은 빠꾸할 수 없다. 단지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허구한 날마다 잠자리에서 뒤척이며 풍경을 상상하고 어떻게 사진에 담을까 고민하고 있으니까. (역시 닥치지도 않았는데 사진 찍을 걱정은...) 상황이 어찌 돌아가다 그리 되었는지 시베리아-몽골 여행도 사진을 열나 찍지 않으면 여행을 할 이유도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당분간 나 좋은 건만 하고 살려는데, 사진 마꾸 찍는 게 좋고 긴 여행을 떠나서 생경하지만 아름다운 풍광을 찍고 싶으니 사진기와 여행이 다 필요한 상황이 되어버린 거다. 결국 여행 가기와 사진기 사기는 덩어리 돈이 필요한 지출들의 결합이 되어버렸다.

 

 

내가 사진기를 새로 장만하려고 했던 건 꽤 오래 전부터였다. 몇 년 째 돈이 생긴다면, 혹은 모아진다면 사진기를 장만해야겠다고 맘 먹고 있었다. 내게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Nikon FM2라는 꽤 훌륭한 SLR 사진기가 있다. SLR 사진기는 들고 싸돌아댕길만한 크기에 화질도 좋고 렌즈를 교환해 가며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훌륭한 FM2가 나에게는 아주 적합하지 못한 점이 있다. 바로 사진을 찍을 때마다 필름값과 현상-인화(혹은 스캔)비용이 든다는 거다. 이러니 마구 사진을 찍지 못한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면서 나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찾기가 어렵다. 나름대로 SLR만 23년을 찍었는데, 필름사진 찍기란 곧 돈이다 보니 원하는 만큼 찍지도 못했다.

 

그래서 내가 부자가 되기 전까지는 디지털SLR 사진기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 필카의 화질을 아직은 따라잡지 못하는 DSLR이지만 내 처지에서 DSLR의 화질도 좋다. 행여 인화나 인쇄를 해야할 일도 생길지 모르니 보급형보다는 성능이 좋은 DSLR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지에 대한 까다로운 나의 기준도 만족할만한 기종. 그리고 나의 Nikon 호환 렌즈를 활용할 수 있도록 DSLR도 Nikon 모델. 결국 적당한 모델로 Nikon D200이라는 DSLR을 점찍어 두게 되었다.

 

D200과 이 사진기를 갖고 돌아댕기며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이런저런 물품들의 목록을 만들어 보았다. 이제껏 없어서 불편했던 삼각대도 필요하고 사진기 식구가 느니 새가방도 필요하고 디지털이다 보니 메모리와 저장장치도 필요하고 등등. 이것들의 견적을 만들어 본 것이다. 그냥 200만 원쯤 했었던 D200을 위해서는 200만 원만 드는 게 아니었다. 게다가 욕심까지 생겼는데 바로 접사 렌즈다. 사진을 찍다보면 순간 접사 렌즈의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접사 렌즈도 하나 마련해 볼까 생각하고 있다. 접사 렌즈 이 외에도 초광각이나 초망원에 대한 욕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돈이 없다. 여행을 포기한다 해도 보자랄 판이니.

 

 

문제는 기대했던 공모에서 떨어지면서 여행 비용이 급상승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여행 비용이 얼마 들지 아직 확실하지도 않다. 대략 200만 원에 수십만원이 얹어질 것 같을 뿐이다. 이래서 사진기 사고 남은 돈으로 여행을 가고자 했던 애초의 다짐이 뒤집혔다. 그래서 사진기 등에 필요한 돈을 계산하면서 지금 내게 있는 돈, 앞으로 어쩔 수 없이 나갈 돈도 계산을 해 보았다. 아슬아슬하다.

 

결국 접사 렌즈를 살 것이냐 말 것이냐로 지름신과 겨루게 되었다. 내일쯤에는 장보러 나갈 생각이다. 현장에서 얼마나 후려치기가 잘 되느냐에 따라 접사 렌즈를 손에 쥘 지가 결정될 듯하다.